1. 백경 Moby Dick (1956)
거대한 고래를 잡겠다는 복수심에 불타는 에이허브 선장… 그레고리 펙이 아주 적역을 맡았다는 생각입니다만, 뭐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전반부에 식인종 작살잡이 퀴퀘그의 모습이나, 성실한 포경선원 스타버그의 모습도 오래 기억에 남는 편이죠. 전신을 다 보여주지 않지만 하얀 빛의 (하얀 빛도 그렇게 기괴하고 섬뜩할 수 있다는 사실… 첨 알았시다) 고래가 물살을 가르며 튀어오르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죠. 작살줄에 휘말려 어쩌면 모비 딕이 죽을 때까지 그렇게 묶여서 살아야만 할지도 모르는 에이허브 선장의 마지막 모습도… 뭐 정확히는 모르지만 자연에게 결국 굴복하고 마는 인간을 그린 거라는데, 요즘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별루 없겠죠? 초반에 교회에서 설교하는 신부는 오손 웰즈가 잠깐 출연한 겁니다.
2. 새 The Birds (1963)
새의 습격… 뭐 별다른 이유도 없이 달려드는 새떼들을 통해 역시 자연에 대한 알지못할 공포감을 조성하는 영화죠. 저 개인적으로는 알프레드 히치콕이라는 감독의 이름을 처음 알려준 영화인데… 주인공이 한가롭게 담배를 피우는 장면만 보여주다가 갑자기 그녀가 새떼에게 둘러싸여있는 것을 발견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식으로, 스릴러물에는 역시 히치콕이 남다르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슴다. 요즘 비둘기들이 서울시내를 떼로 누비고 다니는데, 이 영화 TV에서 다시 틀어주면 난리가 나겠구먼요… 이 영화의 영향을 받아 숱한 아류작이 나온 바 있는 걸작입죠.
3. 죠스 Jaws (1975)
스티븐 스필버그의 출세작입죠. 식인상어가 나오는 영화지만, 영화의 거의 절반이 지나도록 상어는 지느러미 이상을 보여주지 않지요. 잘만든 공포영화일수록 공포의 실체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 주목할만한 일입니다… 이 영화가 성공하고나서 죠스 2, 3 등이 계속 나왔지만 별로 좋은 반응은 얻지 못했슴다… 좋은 반응 정도가 아니라 아주 죽도록 두들겨 맞았죠… 최근에 개봉한 <딥 블루 씨> 같은 영화는 <죠스>의 오마쥬로 꼽히는 영화지만 역시 그다지 좋은 반응은 얻지 못한 듯…
4. 오르카 Orca (1977)
학명이 오르카… 모시기 라는, 범고래의 이야기올시다. 이를테면 <죠스>의 성공에 물타기를 하는 아류작이 되겠는데… 평론가들도 좋은 평을 안해주고…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하는게… 일단 음악이 슬퍼요 이게… <죠스>는 주제음악이 스릴있게 시작하잖슴까… 이 영화 주제음악은 슬프게 흐르거든요… 고래가 사람을 헤치는 이유도 자기 부인을 (그것도 임신한) 포경선에 잃었기 때문이라는 설정… 단순히 식인상어와 사람간의 싸움일 뿐인 <죠스>에 비해서 고래와 사람의 싸움에 어느 쪽 편도 들어주기 어려운 영화라는 말씀이죠… 공교롭게도 어머니와 형님이 시골 내려가시고 아버지 주무실 때 혼자 옆에서 TV 켜놓고 보다가 (불도 꺼놓고) 깜박 잠이 드는 바람에 어떻게 끝났는지를 여지껏 모르고 있다니까요…
5. 스웜 Swarm (1978)
<오르카>가 <죠스>의 아류작이라면, <스웜>은 <새>의 아류작이 되겠습니다… 벌떼의 습격이죠. 그러고보니 <대지>에서 메뚜기떼와 맞서는 중국 농부들의 모습이 생각나는데… 소설로 읽을 때보다 영화화면이 덜 스펙타클하기는 했습니다만… 여기서는 살인적인 독을 가지고 무시무시하게 많은 떼가 몰려다니는 벌과 이를 퇴치하려는 곤충학자들의 쌈이 되겠심다. 남자배우는 제법 유명한 사람인데 지금 생각이 잘 안나고, 여자주인공이 <내일을 향해 쏴라>에 나왔던 캐서린 로스죠. 마지막에 무슨 초음파로 벌떼를 바다로 유인해내서 폭탄으로 한꺼번에 불태워버린다는 식으로 끝났는데… 말이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