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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씬이 멋진 영화 베스트 5

1999년 9월 28일

1. 제3의 사나이

라스트씬에 관한, 이 영화는 저의 바이블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저는 롱테이크라는 영화기법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 영화의 라스트씬에 나온 롱테이크에 얼마나 깊게 인상이 박혔는지 서편제의 진도아리랑 롱테이크신마저 제3의 사나이에 대한 오마쥬로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아무런 대사도 없이 1분30초가량 진행되는 롱테이크 장면에서 등장하는 두 남녀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습니다. 그 장면만 딱 떼놓고 보면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냥 스쳐가는 장면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요. 하지만 라스트씬이란 모름지기 영화를 총정리해줘야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고전적인 영화라면 영화의 주제를 여기서 던져줄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라스트씬에 별 다섯개.


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울 어머니의 베스트오브베스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저는 스칼렛 오하라의 실루엣과 붉게 타오르는 하늘, 그리고 정말 기가 막히게 생긴 굵은 나무 한그루가 뇌리에 콱 박혀버렸습니다. 영상미학이란 바로 이런 장면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타라, 그리고 스칼렛 오하라. 마지막 장면이 없었다면 이 두 이름을 제가 여태껏 기억하고 있을깝쇼? 저는 장담 못하겠습니다.

3. 그랑블루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주인공이 바다 속으로 들어간 뒤 돌고래가 다가오자 손을 내밀며 끝나는 버전이 있고, 돌고래와 함께 바다속으로 들어가면서 끝나는 버전이 있다더군요. (복많은 저는 둘다 봤심다) 어느쪽도 괜찮습니다. 말그대로 그랑블루-거대한 푸른색에 휘감기는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하니까. 군대에서 이 영화를 첨 보고 이 기분을 막 느끼고 있는데 집합이 걸려갖구 기분 잡치긴 했지만…

4. 가을날의 동화

제가 좋아하는, 정말 몇안되는 멜로 영화입니다…(한손으로 꼽죠 거의) 이 영화가 개봉될 당시 홍콩영화는 거의 컬트였습죠… 영웅본색을 필두로 천녀유혼, 가을날의 동화 등이 개봉관에서 죽을 쑨 뒤 변두리 극장에서 관객을 몰고다녔던(같은 영화를 계속 보려고 극장을 옮겨갈 때마다 쫓아다녔던… 정말 컬트적인 인간들 많았습니다) 영화들이죠… 윤바리의 마지막 대사 “두분이십니까?” 죽여주지 않습니까? (음… 내기분에 취해있는 듯한…) 윤바리도 잘생겼고 미스홍콩에서 떨어졌다는 종초홍도 이쁘고…(그해 미스홍콩은 장만옥이었다지 아마) 해변가의 술집, 다리, 그리고 윤바리. 쓸쓸한 기쁨을 맛보게하는 영화.

5. 싸이코

솔직히 멋지다기보다는…섬찟하죠. (물론 히치콕의 싸이코입니다. 구스 반 산트의 리메이크작은 보지도 않았고, 또 이 영화만큼 라스트씬이 멋질 거라고 기대되지도 않네요) 하도 어려서봐서 제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끔한 귀공자처럼 생긴 앤터니 퍼킨스(홉킨스가 아녜요…)의 방백 “손에 앉아있는 파리도 쫓지 말아야지. 파리조차 해치지못하는 할머니라고 여기게…”가 끝난 후 살짝 고개를 들어서 미소짓는 앤터니 퍼킨스와 그의 얼굴에 어머니의 해골이 겹쳐보였던 걸루 기억하는데… 아 진짜 그때는 섬찟했슴다… 섬찟함만 빼내면 희대의 명장면임에 틀림없지요… 솔직히 객관적으로 무서운 장면이 결코 아닌데… 유혈이 낭자한 영화보다 훨씬 섬찟한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라스트씬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최종 라스트씬은 아마 차를 늪에선가 건지는 장면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