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물인가?
건축과에 적을 둔 사람이면, 아니 건축에 관한 교양과목이라도 얼핏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 <롱샹교회>라는 이름을 100% 들어봤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졸았던 놈은 모를 수도 있다!)
근대건축에서 손꼽히는 거장인 르 꼬르뷔제(1887~1965)의 대표작 롱샹교회는 독일, 스위스의 국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프랑스의 롱샹이라는 시골마을의 한 언덕에 지어져있다. (가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잠깐 덧붙이면 벨포르라는 역에서 버스나 기차를 탈 수 있다더라. 정류장에 내려서 언덕 위까지 한참을 또 걸어가야 한다지만… 근처 정류장에는 한국 건축과학생들의 친필 낙서가 잔뜩 있다니 대한민국 만세다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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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건물을 보면 우선 흰 노출콘크리트와 비정상적으로밖에 보이지않을 정도로 둥실 떠오르는 지붕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저게 창문인지 쥐구멍인지 모를 정도로 아무렇게나 뚫어놓은 창문과, 롱샹교회 모델링을 해본 사람은 다 알다시피 두께마저 제 각각인 벽면, 채광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을 것 같은 투박한 외모에 (나처럼 정신적으로 미숙할 경우 특히) 짜증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롱샹교회(…정확히 말하면 성당이다. 근데 교회라는 말로 워낙 널리 알려졌으니 원)에 들어서면 (돈 내고 들어가야된다 씨…) 지붕과 벽의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 그리고 탑의 천정에서 흘러드는 빛과 불규칙한 창문으로 퍼져들어오는 빛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겉에서 보이는 투박함으로 바깥세상과 격리된 세상처럼 느껴지는 공간이 들어서는 순간 안과 밖의 조화 – 빛을 통한 – 에 의해 정말 성당다운 공간으로 재탄생된 것이다. 건물을 밖에서 보지 말고 안에서 느껴라, 요거 누가 먼저 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내가 가끔 써먹는 말인데, 롱샹교회가 바로 그런 예가 되겠다. 물론 롱샹교회는 밖에서 봐도 정이 들면^^; 충분히 예쁜 건물이다. 건물을 하나의 조각품으로 봐줄 수 있다면, 롱샹교회는 그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이니.
내부에는 폭 13m, 길이 25m의 예배당이 있으며 2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부속예배실도 있다) 천정의 높이는 평균 10m, 가장 낮은 곳이 4.78m이다. 말로만 들으면 내부가 대단히 불안정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다시 강조하노니 들어가서 보면 전혀 안그렇다니까. (고백하노니, 필자도 안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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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어졌나?
잘 지어졌겠지 뭐. 롱샹교회가 있는 곳은 원래 고대 신전이 세워져있던 자리라고 한다. (언덕 위의 성당… 개념 나온다) 1950년에서 1955년에 걸쳐 건축되었는데 (조막만한 건물을 이렇게 오래 짓다니… 우리나라 같으면 칼 날라갔다) 이 시기에 르 꼬르뷔제는 자신의 걸작으로 꼽히는 또하나의 종교건축 라뚜레뜨 수도원을 설계했다. 아마도 신학적인 삘이 좀 받는 시기였던 모양이다. 12,000명 정도의 순례자들을 위한 성당이 애초 목적이었다는데 (지금은 그 이상의 순례자들이 찾아올게다. 르 꼬르뷔제 광신도를 포함한 건축교 신자들…) 언덕배기에 힘들게 올라가는 것도 다 고행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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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한마디?
롱샹교회는 사진으로 보면 참 괜찮은 거 같은데, 내가 직접 찾아가서 사진으로 찍으면 영 그 맛이 안난다고 한다. 건축사진을 찍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무슨 풍경사진 찍듯 찍을라고 하면 앵글이 도통 안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참 물러서기도 그렇고…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찍기도 그렇고… (본인도 건물사진찍다가 그런저런 이유로 남의 집 옥상에 몰래 올라가길 밥먹듯 했지만) 그러니 결국, 내 발로 가서 보는게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멋지지 않겠느냐는 결론이 나온다. 가서 엉뚱한 곳에 낙서나 하지말고, 경건하게 롱샹의 빛을 함 느껴볼 것을 권한다. (근데 교통편이 상당히 드럽다고 한다. 하루에 한번 왕복한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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