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고등학교때 공부하기 싫어서 딴 짓하다가 우연히 유명한 두 시를 엮어도 내용이 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10년째 울궈먹고 있는 것입니다. 내용을 연결하기 위해 약간의 수정을 가한 곳도 있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그렇게 울었나보다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난 비로소 봄을 여읜 슬픔에 잠길테요”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머언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말아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노오란 네 꽃잎이 저리 피려고
밖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