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번째, 숫자도 의미있고 여름도 왔고해서 무서운 영화를 한번 골라봤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무서운 영화를 그렇게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보니 리스트가 좀 빈약합니다. 게다가 선정기준을 무조건 내가 봤을 때 무서웠느냐!에 중점을 두다보니 아무래도 어렸을 적-_-에 본 영화들이 많이 꼽혔다는 점도 이해해주시길…
1. 오멘 The Omen (1976)
처음엔 제목이 친숙해서 관심이 좀 끌렸었고-_- 나중엔 그레고리 펙(=이름 아는 배우)이 나온다고 해서 좀더 끌리는 바람에 봤다가 영 낭패를 본 경우죠. 개인적으로 살인마나 외계에서 나타난 괴물 등등이 나와서 벌이는 액션호러물(?)보다는 이런 오컬트적 분위기에 좀더 공포를 많이 느낍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피가 난무하는 호러물은 무섭다기보단 깜짝 놀래키는 쪽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중에 (아마도 범우사르비아문고가 아니었나 싶은데) 책으로 나온 <오멘>을 봤는데 책으로도 볼 것이 아니더군요.-_-;
2. 샤이닝 The Shining (1980)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이 당시의 잭 니콜슨은 지금보단 훨 인간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_-; 그런데도 이 영화 끝날 때쯤에는 잭 니콜슨이 사람으로 안보이더군요-_-;; 하여튼 사람 뒷골 쭈삣하게 만드는데는 손꼽힐만한 공포영화죠. 어쨌거나 저는 댑따시 큰 도끼 들고나와서 사람 여러토막내는 영화보다는 이렇게 뒷골 으슬으슬하게 만드는 영화쪽을 훨씬 무서워한다니깐요… 워낙 유명한 영화이긴 하지만 의외로 본 사람이 많지 않은 영화이기도 하지요…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시길. 굳이 분위기 낸다고 불끄고 어쩌고 안해도 됩니다.
3. 싸이코 Psycho (1960)
또 나왔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다보니 여기저기 주제마다 얼굴을 자주 내밀게 되는군요 ^^;
엄밀한 의미에서 호러물이라고 하긴 좀 그렇죠? 스릴러물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제가 본 어떤 스릴러보다 숨통을 칵 죄어오고 심장 두근거리게 했던 영화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저는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그리 영화에 빠져들지 못하는 성미인데, 이 영화는 정말 “히치콕의 영화”라는 정보 하나만 알고서 중간부터(뭐 처음이래봐야 여주인공이 돈 훔쳐서 달아나기까지니까 별 내용없죠) 보기 시작했는데도 완전히 푹 빠져버렸으니까요. 아직도 이 영화 안보신 분 계시다면 강추합니다. (구스 반 산트의 리메이크판은 왠만하면 보지 마시고…)
4. 캣 피플 Cat People (1982)
국민학교 다닐 때쯤에 동네 극장에서 해줬던 걸로 기억하는데…(그때 보지는 못했고) 그때 포스터가 야시시했던지 영화에 대해서 요즘 표현으로 므흣한^^; 소문이 좀 돌았더랬죠. 그래서 그런 줄 알고 고등학교때 비디오를 빌려봤습니다만(고교생 관람가가 므흣했을리가…-_-) 난데없이 흑표범이 사람 뜯어먹는 그림을 봐야했던… 그런 영화입니다. 별로 공포물일 거라는 생각없이 보다가 상상외의 장면이 펼쳐지는 바람에 좀 겁을 먹었던 영화죠. 지금도 기억나는 건 표범이 사람 팔뚝 뜯어먹는 장면 정도밖에…
5. 장화, 홍련 (2003)
비교적 최근작이며 나이깨나 먹어서 본 영화이긴 한데… 물론 한국영화 한편쯤 넣어주자는 쓰잘데기 없는 애국심 전혀 없었다고 말 못하지만… 무서운 영화였습니다. 물론 영화 곳곳에서 보이는 일본호러물식의 설정(링… 오디션… 등등 많이 생각나더이다)이 그렇게 보기 편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주위에서 악악 소리질러대는 여성관객들의 비명소리는 충분히 무서웠습니다… 물론 관객들이 무서워서 이 영화를 집어넣은 건 결코 아니고-_-; 중간에 잠깐 나오던 그 사다코스러운 귀신… 이 귀신이 생각 외로 오래 화면을 장식했다는 점, 아마 제가 본 귀신영화 중에서 귀신이 아무 짓도 안하고 화면에 나온 시간으로는 가장 길지 않았을까 싶은데… 거 첨엔 별 거 아니었는데 계속 버티고 있으니 좀 무서워집디다.
<엑소시스트>는 봤지만, 이미 내용을 다 알고 봤기 때문에 그렇게 무섭지 않았었고, <링>은 유감스럽게도 한국판(신은경이 나오는)을 먼저 보는 바람에 완전히 망쳐버렸고, <드라큘라> 영화들은 어려서 본 건 무서웠는데 기억이 안나고 커서 본 것은 이제 질려서 무섭지가 않고… 그런저런 이유로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