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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로 영화음악듣기 기능을 추가하며

2005년 10월 21일



며칠 전부터 영화음악실에 무작위로 15곡을 들려주는 기능을 새로 넣었다. 이 기능이 생기고나서부터, 업무시간에도 대충 한시간 정도는 “다음엔 뭘 들을까…”라는 고민 별로 없이 내 홈페이지에서 영화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업무 시작하기 전에 영화음악실 메인페이지 접속해서 랜덤플레이어 띄워놓으면, 15곡이니까 평균 40~50분 정도는 계속 음악이 나온다. 예전엔 전체페이지 긁어서 듣던지 내가 몇몇 곡 골라서 듣던지 해야했는데, 이젠 장르 시대 국가 안가리고 아무거나 막 나오니 듣기도 훨 편하고 늘 듣던 노래만 듣는 것 같지도 않아 제법 만족하다는 말이다.

언젠가도 말한 적이 있지만 혹시 기억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다시 말하자면, 내 홈페이지에서 영화음악실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듣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내가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노래들은 절대로 올리지 않고 있고, 이런저런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사실 내가 이렇게 저렇게 듣기에 좀 편하게 만들어보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DB 프로그래밍을 공부해보겠다는 얄팍한 생각도 없지 않겠지) 처음 검색기능을 넣은 것도 곡목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찾는 일이 힘들어져서 그랬고, 여러 곡을 선택해서 한번에 듣는 기능을 넣은 것도 매번 한 곡 듣고나면 다시 새로운 노래를 클릭해서 듣기가 귀찮아서 그랬고, 공개테마앨범 기능을 넣은 것도 일일이 내가 듣고싶은 노래 검색해서 듣기 귀찮아 아예 자주 듣는 노래 한 곳에 몰아놓고 듣자는 심뽀에서 그랬던 거였다.

그렇게 운영하다보니 어느덧 영화음악실에 올려놓은 곡이 2,500곡이 넘어버렸다. 솔직히, 그 중에는 내가 들어보지도 않고 최신곡이라는 이유로, 누가 추천했다는 이유로, 그냥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이유 등등으로 올려놓은 곡들도 제법 있다. 그렇게 올려놓고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한 곡도 아마 있을지 모른다. 영화음악실 운영 초창기에 내 홈페이지를 찾아온 선배가 하루종일 내 영화음악실에 있는 노래를 다 들었더니 하루가 훌쩍 가버렸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수록곡이 400곡도 채 안되었을 때였으니 지금은 일주일은 꼬박 들어야 전부 한 번씩 들어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한 곡당 평균 3분 잡고 대충 계산해보면 전부 듣는데 125시간 정도 걸린다) 아무튼 그런 상태인데도 내가 영화음악실에 접속해서 즐겨듣는 노래는 대충 많이 잡아도 100여곡에 한정되고 있다는 거다. 그럼 2,500곡 중에서 100여곡만 유달리 좋아하느냐. 그건 또 그렇지 않다. 그저 습관적으로 듣던 곡만 듣게 되는 거다. 어제 들었던 노래 오늘 또 듣고, 갑자기 생각난 노래 하루종일 듣고 뭐 그런 식이었던 거다. 간혹 첫페이지에서 랜덤으로 한 곡 딱 쏴준 걸 듣다보면 어 이게 괜찮은데 왜 그동안 안들었지? 이러면서 듣는 정도가 그나마 평소에 안듣던 음악을 들어보는 기회라고 할 수 있을라나. 그러니까 문제는 늘상 하던 것만 하는 그놈의 습관, 게으름, 귀차니즘이였던 거다.

그렇다고 이제는 만성이 되어버린 이노무 귀차니즘을 당장 해결할만한 방법도 없고, 의지도 없고(<-요게 중요하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쫌 계속 편하면서 다양하게 영화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용,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고작 무작위로 15곡 정도를 한번에 선정해서 연속으로 들어버리는 기능이었던 거다. 처음에는 좀 골치아플 줄 알았는데, 한 곡 랜덤으로 뽑아내는 거나 열다섯 곡 랜덤으로 뽑아내는 거나 별 차이가 없었다. 만들자, 라고 생각하고 말그대로 뚝딱, 만들어버렸다. (실력있다고 자랑하는게 아니라 그만큼 쉽더라는 거다. 그동안 그렇게 할 생각을 못해서 그렇지 생각보다 우리 주위에는 조금만 손보면 엄청 편해질 일들이 많다)

그렇게 기능을 추가해놓고 나니, 정말 옛날에 쳐박아놓고 있는지도 몰랐던 노래, 아 이게 그 영화에 나왔던 노래였나 새삼스러운 노래, 옛날에는 한창 즐겨 들었는데 최근에는 통 듣지 않게 된 노래 등등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마구마구 들을 수 있게 되어버렸다. 거기에 부가적으로, 아무 노래나 마구 듣다보니 옛날에 올려놓고 방치해놓은, 통 들어볼 생각도 않았던 노래 중에 링크가 잘못 올라간 놈, 소리가 나쁜 놈, 파일이 없어진 놈 등등을 마구마구 발견할 수 있다는 잇점도 챙길 수 있었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뭐 그런 거지 뭐. 덕분에 손봐야할 일이 자주 생기게는 됐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또 그 덕분에 어제 오랜만에 <뽀빠이> 주제가도 들어볼 수 있었고, (파일이 옛날에 날라가버린 걸 방치해놓고 있었더라) 대충 그런 재미로 운영하는 거다.

어떻게 생각하면, 제대로 들어볼만한 영화음악 라디오 프로그램이 드물어진 현 상태에서 (라디오 자체를 듣지 못하는게 더 크긴 하지만…) 비록 DJ의 멘트는 없을지라도 라디오 방송이라도 다시 듣는 것 같은 자기만의 착각에 빠지기에도 괜찮은 것 같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라도 이 영화음악실 아예 문닫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저작권법 어쩌구가 계속 걸림돌이 된다면 언제라도 또 도메인 바꾸고 잠적해버릴 사이트긴 하지만 말이다. (최근 사이트 검색을 해보면 슬슬 내 사이트가 검색에 걸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직 방문자는 예전 수준 – 일일 천여명 – 으로 회복될 기미가 전혀 없긴 하지만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닌 거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서도 말했듯 이 홈페이지는 ‘내가 영화음악 들으려고 운영하는 사이트’이니만큼 혹 이 사이트가 어느날 갑자기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시라. 내가 죽지 않았다면 어딘가에서 이 홈페이지는 운영되고 있을테고, 인연이 된다면 또 만날 수도 있을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