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는 스스로 자신이 무척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주관적으로 아주 후하게 점수를 줘도 솔직히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키는 뭐 작을 수도 있다고 하자. 피부가 까무잡잡한 것도 시각에 따라서 매력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치자. 눈이 작고 입이 쭉 찢어지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것도 전형적인 한국 시골사람의 정겨운 모습이라고 해두자. 걸어갈 때 턱을 내밀고 어깨를 뒤로 젖히고 배를 내밀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무릎을 살짝 구부린 모습으로 팔을 오랑우탕처럼 휘저으며 걷는 모습(삼례의 트레이드 마크. 아무도 흉내못낸다)은 정말 용서할 수가 없다.
‘서울의 달’로 한석규가 한창 뜰 무렵 삼례는 자신이 한석규를 닮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고참들은 물론이고 나같은 쫄병들도 모두 삼례의 주장을 묵살하자, 삼례는 한석규와 닮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거울을 보고 표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안경까지 구해서 쓰고 며칠을 연습한 끝에 웃는 모습이 한석규와 닮았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고려해볼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는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겠는가 의심해볼만한 정도는 아니겠는가 따져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랑말랑하는 정도까지는 발전하였다.
문제는 안경이었다. 어디서 났는지 (보나마나 훔쳤으려니 하고) 묻지도 않았는데 알고보니 우리 사무실에 자주 놀러오시는 기지전대 어느 원사님 안경이었던 것이다. 그걸 얼굴도 두껍게 그 원사님이 사무실에 오신 날 얼굴에 턱 걸치고 있었으니 바로 현장에서 덜미가 잡혔던 것이다. 어설픈 도둑질에 바보짓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