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빛의 교회] 빛의 십자가

2006년 8월 18일



어떤 건물인가?

오사카 여행을 계획하면서 일정에 넣어보려고 잠깐 고민했었던 빛의 교회. (개인적으로는 물의 교회를 더 좋아하지만) 동선과 시간까지 다 알아봤지만 짧은 여행일정과 “예약하고 가지 않으면 문전박대 당한다”는 말에 아쉽지만 접어야 했다. (나같은 찌질이 건축쟁이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오사카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가 설계한 이 교회는, (알려진 바로 안도 다다오가 기독교도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 단순한 박스 형태의 예배당에 정면벽에 십자가 형태로 틈을 낸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예배당에 들어서면 그 십자 형태의 틈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신앙심이 없는 사람도 감동시킨다고 할 정도로(물론 찌질이 건축쟁이들의 날림 증언이다) 성스럽게 보인다고 한다.

현재 이 틈새에는 유리가 끼워져있는데, 원래 유리를 끼울 예정이 없다가 빗물이 들이치고 바람도 들어온다는 이유로 유리를 끼웠다고 한다. 벽체 마감은 물론 옻칠로 거칠게 닦아낸 내부 바닥(목재)과 삐걱거리는 의자까지 돈 안들인 티가 팍팍 나는 건물이지만, 잘난 척 하며 둘러보면 가공하지 않은 마감재의 자연스러움이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외형과 어울려 부드러우면서도 엄숙한 공간을 연출시킨다고 한다. 역시 돈문제인지-_- 몰라도 천정에 등이 없고 벽체에만 작은 등이 있다고 하는데, 안도 특유의 매스 분절로 인해 빛이 틈틈이 들어와 나름 조명 효과를 낸다고 한다.

어떻게 지어졌나?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시골 교회의 목사가 없는 돈에 건축가 초빙해 만든 건물이라 저예산독립영화 스타일-_-로 지어지고 말았다. 형태가 단순해진 것도, 마감재나 가구가 형편없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안도 다다오 정도 되니까 그 예산에 이런 잡다한 의미를 담아서 구성을 했겠지만)

처음 안도가 이 교회 건축을 의뢰받았을 때, 증축인데다가 예산이 빠듯한 현실을 보고 “완공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오사카 주변의 건설붐으로 인해 시공사들이 큰 건물로만 몰려 부족한 예산으로는 시공을 맡을 회사를 찾기도 힘들었고, 시공회사를 겨우 찾으니 이제는 인부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뻑뻑한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꼭 완성시키겠다는 정성으로 사람들이 모여 마침내 1989년 완공되었을 때, 안도 다다오는 감격에 겨운 인사말을 헌당식에서 남겼고, 지금도 그 인사말을 빛의 교회에 관광-_-오는 사람들에게 프린트하여 나눠준다고 한다.

시대의 한마디

이 교회의 목사인 가루고메 노보루 목사가 안도 다다오에게 설계를 부탁하며 한 이야기라고 전해지는 글이 있어 잠깐 소개한다.

“교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는 곳으로, 누구라도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동시에 기품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성경 말씀에 그리스도께서는 – 두 사람 혹은 세 사람만이라도 나의 이름으로 모이는 곳에는 나도 그곳에 함께 하나니 – 라고 하신 말씀을 그대로 표현했으면 합니다”

얼마나 좋은 얘기냐 말이지. 덧붙여, 교회에 제단도 없고 목사의 설교석이 신도석보다 아래에 위치한 것을 두고 가루고메 목사는 “인간에까지 내려와 낮게 자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라고 했단다. 누구라고 찝어서 말은 안하겠는데, 제발 좀, 반만이라도 닮아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