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1967)
지금은 좀 늙수구레한 모습의 워렌 비티와 마귀할멈처럼 늙어버린 페이 더너웨이의 상당히 젊었을적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죠. “보니와 클라이드”라는 실존했던 부부갱단(부부는 아닌가…? 하여튼)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뽑아본 이유는 뭐 특별한 건 없고, 마지막에 두 주인공이 그야말로 총알세례를 받으면서 죽는 장면을 보고, 야 저 강도들을 정말 저렇게 길거리에서 총 대판 쏴서 잡았단 말이냐? 라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참고로 원제는 <보니와 클라이드>라는 상당히 멋없는 제목인데 우리나라에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제법 멋들어진 제목으로 탈바꿈한 이유는… 확실치는 않지만 저게 아마 일본에서 개봉할 당시에 붙인 제목일 겁니다. 옛날에는 그런 식으로 제목이 변질되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2. 아폴로 13 Apollo 13 (1995)
어렸을 때 부모님이 비싼 돈 들여 사주신 <학생대백과사전> 뭐 이런 책에 보면 (참고로 얼마나 비싸게 주고 샀는지 아직도 집에 놔두고 있음) 아폴로계획 – 달나라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서 흥미를 끌었던 대목은 바로 아폴로 계획과 13이라는 숫자의 미신에 얽힌 대목이었죠. 아폴로 13호도 정말 미신이 통했는지 불의의 사고로 달나라 착륙에 실패하고 사투 끝에 우주인들은 모두 귀환했다는 내용이었는데… (학교 다닐 때는 아폴로 13호가 폭발해버려서 죄다 죽었다고 우기는 친구들과 많이 싸웠음. 의외로 그렇게 믿고있는 아이들이 많아서…) 글로만 봐서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 내용을 영상으로 직접 보니까 확실히 다르더군요. 오랫동안 머리 속에 넣어놓고 있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도 감정이입이 잘됐던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되는 영화입니다.
3. 피아니스트 The Pianist (2002)
2차대전 당시 나찌의 유대인 학살… 그런 잔혹한 역사가 있었기에 <안네의 일기>같은 명작이 나왔다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겠죠. <피아니스트>도 그 당시의 잔혹한 역사를 배경으로 처절하게 살아남으려던 한 피아니스트의 일생을 보여주는 영화죠. 어떻게 보면 참으로 진부할 수밖에 없는 소재고 잘못 만들었다간 주인공만 죽어라 고생시키는 최루성 영화밖에 안됐을텐데, 애드리언 브로디가 영화를 딱 잡고 끌고가더군요… 진짜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지금은 죽었을테니까, “했다는”이라고 해도 되고) 사실만으로도 소름이 오싹 끼칠 노릇이죠.
참고로 2차대전 당시 어렵게 목숨을 구한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은 구구절절 많아서… 하나만 올리려고 보니 <쉰들러 리스트>가 딱 걸리더군요… 그렇지만 하나만 올리기로 결심했으니… 아쉽지만 <쉰들러 리스트>는 뺍니다.
4. 언터쳐블 The Untouchables (1987)
이 영화는 픽션을 많이 가미한 느낌이 들어서 넣을까말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만… 적어도 알 카포네가 엘리엇 네스라는 세무조사관에게 걸려 탈세혐의로 체포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밀어넣어봅니다. 영화 속 이야기 중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나 지어낸 이야기인지 알려줄만한 잣대도 없고… (적어도 세무조사관이 영화에서처럼 멋있는 사람은 절대 아니었을 것 같고) 나름대로 호화캐스팅이라 케빈 코스트너, 숀 코넬리, 로버트 드 니로 등 당대의 명배우들이 벌이는 연기대결을 보는 맛도 쏠쏠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시 신예였던 앤디 가르시아에 대한 인상이 상당히 좋았었죠. 워낙 멋있게 보일만한 역할을 맡기도 했지만 그 유명한 계단장면(두번 말하면 입아프지만, <전함 포템킨>의 오마쥬인)에서 케빈 코스트너에게 총 던져주면서 슬라이딩하며 유모차 받아주고, 갱이 숫자를 세는 순간 총을 쏴서 쓰러뜨리는 장면에서는 정말 할말없게 만들죠.
5. 캐치 미 이프 유 캔 Catch Me If You Can (2002)
실화를 왜 영화로 만들까? 라는 의문을 던져보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옵니다. 그게 더 영화같으니까, 라고요. 실제로 정말 말도 안되는, 영화같은 이야기가 일어나는게 세상살이 아니겠습니까. 처음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영화의 내용을 보고, 그게 실화라는 말을 듣고는 한마디로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이게 만약 실화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를 써왔냐며 욕을 바가지로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FBI를 농락해버린 10대 위조사기범이란 설정부터 말이죠.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 간혹 영화에서도 벌어지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곳이 우리 세상살이 아니겠습니까. 영화가 아무리 평범한 삶의 대리만족을 위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결국은 인생이라는 굴레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다보니 이렇게 영화 같은 실화를 건져내서 영화화 하는 거겠죠.
일단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을 다룬 전기성 영화나 사극은 대상에서 제외했고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알려진 <콰이강의 다리>는 참 좋아하는 영화입니다만 그냥 다리가 폭파된 이야기만 갖고 이야기를 거의 만들다시피 하지 않았을까 의심스러워서 제외… <살인의 추억>도 같은 이유… 나머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들인데도 위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대략 비슷. (물론 제가 아예 보지 못한 영화도 있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