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물인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이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세계무역센터, 시어즈타워, 페트로나스타워 등의 건물 이름이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상당히 박식한 사람이다. (쓸데없는 걸 많이 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이라는 이름이 딱 생각난 후, 아니야 그거보다 높은 건물이 뭐 있다던데…라는 의식의 흐름을 갖춘 사람이라면 정상인이다. 그렇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아직도” 세계 최고의 건물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높이는 381m이다. 1931년 뉴욕 맨하튼에 세워졌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고, 1971년 뉴욕에 높이 416m의 세계무역센터(쌍둥이빌딩)가 세워지면서 꼭 40년만에 왕좌에서 내려왔다. 지금은 세계무역센터도 물러나고 시카고에 있는 시어즈타워(442m)와 말레이지아의 페트로나스타워(452m), 중국 상하이의 진마오 빌딩(421m)이 빅쓰리를 형성하고 있다. (페트로나스타워의 높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으므로 나중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931년 4월 30일 준공했고, 높이 381m, 102층, 106,400개의 창문과 67개의 엘리베이터, 2,500개의 화장실로 구성된 그야말로 매머드 빌딩이다. 이렇게 엄청난 건물을 불과 410일만에 지었다는 점도 놀랍지만 부실공사는 절대 아니다. (당시 경제공황 덕분에 싸게 지었단다) 1945년 2차대전 중 폭격기 B-25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79층을 들이받았을 때, 비행기는 완파됐어도 건물은 끄떡없었으니까.
참고로, 미국인의 자존심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소유주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부동산 재벌이다.
어떻게 지어졌나?
엠파이어 스테이트(Empire State)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 빌딩은 어떤 면에서는 뉴욕의 자존심이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뉴욕주의 별칭이고, 직역하면 황제의 주… 이런 거 아니겠는가) 당시는 세계최고를 노리는 고층건물들의 경쟁이 불꽃튀기던 시기였는데, 조금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주로 고층건물이 세워지던 곳은 시카고였다. 19세기말 “시카고파”라고까지 불리던 신건축의 흐름이 고층화였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내막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뉴욕시민들의 자존심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시카고가 아닌 뉴욕에 지어져야한다”는 식으로 표출된 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어쩌면 이때 왕좌를 뺏긴 시카고 시민들의 자존심이 다시 시어즈타워를 짓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것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1930년대의 세계대공황기에 건축되었다는 점이다. 또 시어즈타워는 1972년 오일쇼크-주식폭락기에 건축되었고,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는 1997년 동남아의 금융위기때 건축되었다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이긴 하다.
시대의 한마디?
<러브 어페어>라는 영화가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배경으로 삼아 두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을 그린 영화다. (막판엔 해피엔딩지만) 이 영화는 <어페어 투 리멤버>를 리메이크한 영화고,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에서는 <어페어 투 리멤버>처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만나자는 대목이 나온다. 때로는 킹콩이 기어올라가 주기도 했고, 외계인의 공격을 받아 무너지기도 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보면, 이제는 과거의 명성밖에 남지 않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건물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저렇게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건물이 – 단지 높다는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 있기는 하던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심히 불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 몰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