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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개구장이 천재들”

2007년 9월 18일

처음 인터넷을 접했던 것이 아마도 1997년. (이 홈페이지에서 수십번 한 이야기다)
그때는 (역시 누차 했던 이야기지만) 국산 홈페이지 중에 솔직히 변변한 홈페이지 없었다.
우리말로 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인터넷을 한다는 말은 거의 외국사이트를 뒤진다는 말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통신계의 주류는 PC통신이었고,
아마 PC통신에서 육갑자의 내공을 자랑하던 고수들이 막 인터넷으로 발을 내밀던 단계쯤 됐던 것 같다.
하여튼 그때는 인터넷 외국사이트에서 영화음악이나 구해서 듣는 게 일이었는데
영화 같은 경우는 그래도 원제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검색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는데
TV에서 방영해준 외화 같은 경우는 원제를 알고 있는 것도 별로 없었고,
이상하게 제목을 바꾼 경우도 많아서 음악을 찾아내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한 번 미치면 묘하게 집착하는 성격이라
살짝 기억나는 이름이나(배우 이름이던 캐릭터 이름이던)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어떻게든 원제를 찾아내곤 했었는데
(그렇게 찾아내서 야후!에서 검색해보면 팬사이트 하나씩은 꼭 뜨더라)
정말 찾고 싶었는데 도대체 찾아낼 수 없었던 외화 중 하나가
아마 국민학교 다닐 때쯤? 정말 배를 잡고 구르며 봤던
<개구장이 천재들>이란 영국 외화였다.


일단, 1997년 당시, 대한민국 인터넷에서 <개구장이 천재들>이라고 쳐서 나오는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PC통신에서 상주하고 있던 고수들에게 물어봤다면 아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나는 PC통신을 한 적이 없다)
당시 열심히 뒤지던 IMDB에서 내가 알고있는 모든 정보를 조합해서 검색해봤지만, 알 수도 없었고.
그 후 몇 번 더 뒤져보다가 아마 2000년이 오기 전에 포기했던 것 같은데,
언제인지 모르지만 몇 년 더 지나서 우연찮게 그 외화의 원제가 <Here Comes The Double Deckers>라는 걸 알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때는 뭐 다른 바쁜 일이 있었는지, 그냥 아 그랬구나 하고 넘어갔다가
최근에 그게 갑자기 다시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 몇 년 사이에 세상도 참 많이 발전해서
관련정보나 이미지는 말할 것도 없고
10년 전에는 있지도 않았을 동영상까지도 수두룩하게 나오질 않나.
(한국어로 된 정보도 엄청 많았다)
일단 원판의 오프닝/엔딩부터 보도록 하자.

[youtube]http://www.youtube.com/watch?v=3Fflhbo79fo[/youtube]

이 동영상은 최근에 검색해서 처음 본 것인데
기억하는 분은 알겠지만 음악이 우리나라판과 똑같다.(가사빼고)
당연히 우리나라판 오프닝 동영상은 없고
국산 주제곡이 인터넷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걸 확인은 했는데 다운은 안된다.
포기.
(몇몇 블로그에서 국산 주제곡을 이정선이 불렀다고 주장하던데… 내 기억으로는 이용복이 맞다. 검색 뒤져봐도 이용복이 맞는 것 같고)

기억나는 간단한 줄거리.
어렸을 때 백과사전을 잘못 봐서 2층버스는 영국에만 있는 줄 알았었는데
바로 그 2층버스(아마도 망가진)가 주요 무대다.
고아인지, 그냥 노는 아이들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일단의 꼬마 7명이
폐차된 2층버스를 개조해서(대충 지네들이 개조한 것처럼 나온다)
그곳을 아지트로 삼아 모험을 일삼는(?) 내용.
청소부로 나오는 아저씨가 애들 친구로 나오는데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생각 안난다.

그럼 등장인물을 보자.

미남 Scooper (Peter Firth)

방송 당시 16세.
아이들의 대장격인 캐릭터. 특별한 개성은 없었다는 기억.
??? Spring (Brinsley Forde)

방송 당시 17세.
구색맞추기(?)용 흑인캐릭터인 듯 한데 한국판 이름이 잘 기억 안난다. 울보였나. 뺀질이였나.
나팔 Billie (Gillian Bailey)

방송 당시 15세.
말하자면 여주인공일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 이름이 이상해서인지-_- 별로 정이 가지 않았던 기억. 노래 부르거나 춤추는 역할 전담.
박사 Brains (Michael Audreson)

방송 당시 15세.
딱 모습 보면 느껴지는 바로 그 캐릭터. 하지만 제대로 하는 일보다 뭔가 엉망으로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영화찍는 에피소드가 대표적.
뚱보 Doughnut (Douglas Simmonds)

방송 당시 12세.
얘도 딱 모습 보면 느껴지는 바로 그 캐릭터. 애들 영화에는 꼭 이런 캐릭터가 있어야 되더라.
빼빼 Sticks (Bruce Clark)

방송 당시 12세.
주연배우들 중 유일하게 미국인이라던가. 어쩌면 흑인이 빼빼고 얘가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기억이 영 가물가물해서리.
깜찍이 Tiger (Debbie Russ)

방송 당시 10세.
사실상의 주인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얘를 중심으로 한 에피소드가 많았던 기억.

이게 우리나라에 방영된 것은 내가 국민학교 다닐 때니까
아무리 늦어도 1985년 이전이라는 얘긴데
미국에 방영된 건(처음에 영국외화라고 했는데 미국/영국 합작이란다) 1970년~1971년이란다.
십 년이 넘어서 우리나라에 방영된 셈.
뭐 그 전에도 방영했는데 내가 어려서 못봤다가 볼만한 나이가 돼서 마침 재방한 걸 봤을지도 모르지만.
이 외화의 공식팬사이트에 의하면 총 17개의 에피소드가 방영됐다는데
매주 한 편 씩 방영하면 5개월이 채 못되는 기간.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유난히 재탕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봤던 에피소드는 공식팬사이트에 의하면 세번째 이야기였던 <Get a Movie On>인데
무슨 콘테스트에 출품할 영화를 애들끼리 만들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
어떻게 영화는 다 찍었는데 박사가 그걸 편집하다가 엉망으로 만들어버려서
콘테스트를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데
(이 엉망으로 편집된 영화를 보면서 나도 데굴데굴 굴렀었다)
오히려 이게 심사위원들한테 좋은 평을 받아서 특별상으로 영화필름을 받는다는… 그런 줄거리였다.

그 에피소드 일부가 유튜브에 있더라. (존경한다 유튜브)

[youtube]http://www.youtube.com/watch?v=MCP7UpP0BA4[/youtube]

별로 재밌는 부분은 아니지만.
아니, 아마 저 부분도 내가 배를 잡고 굴러다닐 정도로 재밌게 봤던 건지도 모른다.
종종 옛날 즐겨봤던… 이라는 주제로 기억하고 있던 무언가를(만화던, 영화던)
지금에 와서 다시 접하게 되면 글쎄 이게 이랬던가… 싶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추억은 추억으로,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놔두라는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저 흑인꼬마애 이름은 좀 기억이 났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