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물인가?
워낙 건물이라는 것들이 틀에 박힌 듯 네모반듯하게들만 지어지다보니, 사람들이 뭔가 좀 둥글둥글하고 장식이 많은 건물을 보면 대충 “예쁘다”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래도 건축 좀 배웠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름 건축의 미(美)를 보는 시각이 있어 “그게 뭐가 예뻐?”라고 반문도 하고 그러긴 하지만, 네모반듯한 정형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건물이 – 미적 가치를 떠나서 –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경기도 인근에 널려있는 이상한 펜션들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엔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설계할 수 없을 것 같은 건물을 하나 소개해보려고 한다. 썰어놓은 수박 같기도 하고, 큰 배 같기도 하고,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고인돌 같기도 한 이 어이없는 형태의 건물은 브라질하고도 상파울루에 있는 “호텔”이다. 호텔 이름도 뭔가 의미심장하게 “유니크호텔”이다.
보시는 바와 같이 희안한 형태는 최상층에 30개의 룸, 최하층에 6개의 룸이 배치될 수밖에 없어 로얄층에 손님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는 이상하게 경제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물론, 그만큼 룸의 수가 줄어든 부분도 분명 있다) 건물의 높이는 약 85m인데 정문이 무려 높이가 7.6m에 무게가 293kg나 된다. 타원형 건물의 중심을 잡아줘야하는 거대한 중앙기둥 때문에 이렇게 크고 무거워진 것으로 생각된다.
표면은 동(銅)을 사용해 약간 녹슬어보이는 것 같은 효과를 내고 있으며 전면의 원형창은 룸마다 자연광을 풍부하게 유입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수박씨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의 역할도 하고 있다. 밑바닥(?) 부분과 옥상의 라운지는 목재로 되어있어 이 부분만 자세히 보면 정말 옛날 노아의 방주 같은 느낌도 들 수 있겠다.
내부로 들어가면 바깥의 인상과는 달리 매우 차분하고 현대적이라고 한다. (당연히 안가봤으니 뭐뭐 한다더라 타령이 또 시작될 수밖에) 객실도 대략 심플하게 꾸며져있지만 건물의 측면이 곡선이다보니 객실 벽면과 가구는 커브의 묘미를 잘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배치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지어졌나?
보통 이렇게 어이없는 디자인이 실체로 보여지려면 세 가지 요소 정도는 충족을 시켜줘야 된다. 1) 건축주가 또라이, 2) 설계자가 또라이, 3) 넉넉한 건축비. 유니크호텔은 제약회사의 상속자인 젊은 청년이 소위 부동산 투기를 좀 해볼까 하여 매입한 토지에 임대수익을 위한 쇼핑센터 대신 삐까번쩍한 호텔을 짓기로 마음을 바꾸면서 시작된다. 요나스 시올스라는 이 젊은이는(건물을 지으려고 마음 먹을 당시 서른 살 정도였단다. 아 열받아) 루이 오타키라는 건축가를 포함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주목받고 있던 5명의 예술가들에게 이 프로젝트를 일임했고, 그렇게 하여 위에서 말했던 세 개의 조건이 충족된 것이다.
건축기간은 대충 3년 정도 걸렸다고 하며 1998년 준공되었다.
시대의 한마디
젠장, 나도 돈이 차고 남아돌아서 저런 또라이짓이나 한 번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요나스 시올스? 얼굴 함 봤으면 좋겠네요. 어떻게 생긴 분인지….글고 화내실지도 모르지만 시대님은 돈이 남아돌아도 이런 짓(?)은 안 하실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