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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손가락

2007년 1월 12일

작년 2월엔 아마 발가락이 부러졌을텐데
이번엔 손가락.
여전히 범인은 농구.

발가락 다쳤을 때도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이번엔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훨씬 많이 미치는 손가락인데다
(타자치기도 무지 힘들다)
치료기간도 그때의 배가 넘는 6주 이상이라
아주 짜증 지대로인 상황.

어제 처음 손가락 다쳤을 때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그냥 안녕합쇼? 하고 인사를 하고 있길래
부러졌나? 싶어서 왼손으로 손가락을 잡아 펴보니
통증 없이 그냥 펴지길래 골절은 아니라고 판단.
그러나 손을 놓으면 도로 안녕합쇼? 하고 인사.

주먹을 쥐거나 움직이는데도 별 통증은 없는데 펴지지만 않음.
힘을 좀 주려고 하면 아픈 정도.
별 통증이 없으니 삔 것처럼 며칠 지나면 낫겄지 뭐, 하고
그냥 하룻밤 잤음.

그런데 오늘 아침 눈을 딱 뜨면서 왠지 불길한 느낌이 엄습.
병원 가서 엑스레이라도 찍어보는게 손해볼 일은 아니라는 기분.
일단 출근 미루고 집 근처 병원으로.
(회사가 있는 용산의 가장 나쁜 점. 중대병원 외에는 병원이 씨가 말라있음)

의사가 손가락을 보더니 대뜸 힘줄이 끊어졌다고.
힘줄이 끊어져? 그럼 수술해야되나?
일단 엑스레이 찍어보자길래 찍고 왔더니
뼈는 손상이 없다면서 부목을 6주간 대야한다고.
아니 저 수술은 안해도 되나요?
힘줄이 멀리 도망가지 않기 때문에 펴서 부목을 대놓으면 붙는다나.
의사가 하는 말이니 믿어야되는데 왜이리 신뢰가 안가.

알루미늄 부목을 댄 걸로 치료 끝내고
회사에 나와서 인터넷을 뒤져봤음.

소위 추지 또는 망치수지(mallet finger)라고 부르는 증상인데
손가락 끝이 과도한 힘을 받아 구부러지면서 신전건(손가락을 펴주는 힘줄을 이렇게 부르는 모양)이 끊어지는 경우.
(물론 칼이나 기타 예리한 물건에 힘줄이 잘라지는 경우도 해당)

관련그림 :


위 세번째 그림처럼 뼈와 함께 힘줄이 떨어지는 경우를 골성추지라고 부르는데
수술을 하지 않으면 잘 붙지도 않고 수술에 대한 합병증 – 피부조직 손상, 관절손상, 감염, 정복 소실, 신전 지연, 관절 강직, 조갑 변형, 골절편의 배부 돌출이나 골절, 무혈성 괴사 등 – 도 많고 치료결과도 썩 좋지 않다고.
다행히 나는 뼈가 상하지 않았다고 했으니 건성추지.

건성추지의 경우에는 부목만 대는 방법, 안에 철심을 박는 방법, 수술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부목만 대는 방법에 비해 다른 수술적 방법(살을 째서 철심을 박던, 힘줄을 땡겨서 꿰매던)이 더 잘 낫는다는 보장도 없고 반대로 위험은 더 커서
부목만 대는 방법이 권장되고 있다고 함.
좋은 의사선생님이셨구먼.

그러나 부목을 대면 나처럼 새끼손가락일 경우 길이가 짧아서
관절부위와 부목의 고정이 잘 안돼 치료가 어렵다고.
부목부위에 신경 무지하게 쓰라는 얘기죠.

고정기간은 최소 6주, 8주까지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중간에 한번이라도 손가락이 다시 구부러지면 힘줄이 다시 손상되어
그때부터 다시 6주라는 고난의 행보가 시작된다니
죽었다 복창하고 3월까지는 이렇게 살아야 할 듯.

당장 한창 재미붙은 농구도 못하게 되고
컴퓨터로 먹고 사는 놈이 타자 치는데도 지장이 많고
(그나마 내가 한메타자교사에서 오른쪽 새끼손가락으로 치라고 하는 키를 전부 약지손가락으로 익혀놔서 큰 불편은 없는데,
오른쪽 시프트키만큼은 새끼손가락으로 눌러왔던 관계로
쌍자음 치려면 아주 돌아버릴 지경)
샤워나 머리감기도 골치아파져서 다시 한번 짜증 지대로임.

아무래도 나이먹어서 격한 운동은 그만하고
느긋하게 배나온 후에 골프나 치러다녀야할듯.

이렇게 또 게을러지는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