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괴물이 나온다”는 이유 때문에 어린이에게 보여줄 수 없는 영화로 심의가 떨어졌다는 소문이 도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의 토토로>. 일본문화 3차개방도 됐는데, 이거는 개봉 안하나 잘 모르겠다. 하면 대박일 거 같은데.
<모노노케히메>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로는 최고 관객을 동원했다는 <이웃의 토토로>는 음악도 상당히 뛰어나 인기가 높았다. 마치 유치원 여교사가 아이들을 인솔하며 부르는 것 같은 (실제로 그렇게 불러도 딱일 것 같은) 이노우에 아즈미의 오프닝곡 “산보”, “토토로 토토로~”라는 단순한 단어의 반복으로 시작하는 주제곡이자 엔딩곡 “이웃의 토토로”(역시 이노우에 아즈미의 노래), 이정현의 노래 “와”의 인트로를 연상시키는 (물론 “와”의 인트로는 <브레이브하트>의 주제곡을 표절한 것이지만) “바람이 지나는 길”이라는 연주곡 모두 히샤이시 조의 작품이면서 한 번 들으면 음악의 감동에 푹 빠져버릴 정도로 좋은 곡들이다. 그런데 이런 노래들과는 달리 영화의 장면에 묻혀버려서 잘 기억조차 나지 않는 명곡이 하나 있다. 역시 이노우에 아즈미가 부른 “엄마”라는 곡인데, 가사가 없는 스켓송이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를 찾아간 사스키와 메이, 그리고 아빠, 엄마에게 새로 이사한 집에 도깨비가 나온다고 귀에 속삭이는 사스키, 그 황당한 도깨비 이야기를 무시해버리지 않고 엄마도 꼭 보고 싶구나 라고 말해주는 자상한 엄마, 그리고 머리를 빗겨달라고 칭얼거리는 메이와 나도 크면 엄마처럼 될까 라고 묻는 사스키, 엄마가 잠시 집에 다니러 올 거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자전거 앞에 뒤에 태우고 시골길을 달리는 아빠, 엄마가 그럼 내일 오냐고 묻는 메이와 또 메이의 “내일?”이 시작됐다며 웃는 사스키, 엄마 옆에서 자겠다는 메이에게 다 컸으니 혼자 자라고 말하는 사스키와 엄마하고는 괜찮다는 메이의 모습들. 비록 엄마는 아파서 병원에 있지만, 그래서 이렇게 시골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란한, 행복한, 구김살없는 가족과 어린이의 모습을 영화가 잔잔하게 그리고 있을 때, 앞서 말한 이노우에 아즈미의 “나나나 나나나~”하는 스켓송이 잔잔하게 흐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는 영화를 보면서 이 음악을 흐르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고, 나중에 OST 앨범을 듣고서야 이런 음악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지금은 조금 어렵게 살지만 행복한 가족들을 그린 화면 속에 이 스켓송은 완벽하게 녹아있고, 이런 음악도 있소 하고 고개를 불쑥 내밀지 않지만 그 행복함을 돋보이게 하는 훌륭한 장치였던 것이다. 영화를 보고, 다시 OST를 들어보면 영화를 볼 때는 놓쳤던 좋은 음악을 발견하는 경우가 솔직히 왕왕 있는데, <이웃의 토토로>에 나왔던 “엄마” 같은 경우는 그 중에 대표격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이노우에 아즈미의 맑은 목소리가 돋보이는 스켓송, <이웃의 토토로>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장난스러운 타악기 소리, 그리고 정말 박자만 맞춰주고 있는 피아노의 편곡도 예술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1분밖에 안되는 짧은 곡이라는 것 하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