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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띠 연예인

2008년 1월 1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본인은 쥐띠.
올해는 내가 태어나서 세번째 맞는 쥐띠해다.
이렇게 쥐띠해 두번 더 맞으면 환갑이 되는 거지.
(말해놓고나니 무시무시하구먼)

딱히 쥐띠가 쥐띠해에 더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쨌든 쥐띠해랍시고 신문 방송에서 쥐띠 연예인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주니
아, 나도 쥐띠인데,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다.

뭐 72년 쥐띠가 영화계에 장동건, 가요계에 서태지, 코미디계에 유재석처럼 현재 한국 연예계를 이끌어가는 세력이라고 왈왈 하는데
미확인이지만 아마도 우리나라 인구 중 가장 많은 나이가 우리 72년생 아니면 71년생이므로
(지금도 기억난다 살인적인 대학입시경쟁률)
인구 많은 중국에서 희안한 인간 많이 나오듯 72년생도 뭐 그런 맥락 아닐까, 대충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하여튼 유재석 서태지 장동건 등과 동갑이다보니
평소 내 액면만 보고 아 나이 많구나…라고 개념잡고 있던 사람한테
“서태지랑 동갑입니다”라는 간단한 문장을 써서
패닉상태로 몰아넣은 적도 있고 그랬었다.
(서태지는 오빠인데 나는 아저씨란 말이냐. 말도 안되는 소리)

72년 쥐띠 연예인이 제법 되다보니
누구든 좋아하는 연예인 중에 나랑 동갑인 연예인을 찾기가 쉬운 편이더라.
가끔 국내 연예인은 전혀 모르고 외국 연예인만 아는 사람도 있던데
(나랑 문화권이 아주 다른 사람…)
그런 사람한테는 에미넴과 동갑입니다, 주로 이런 문장을 활용해오다가
(에미넴 나이가 불명확하긴 하지만 보통 72년생이라고 하더라)
얼마전부터는 석호필(프리즌브레이크의 그 석호필…)과 동갑입니다, 로 바꿨다.
에미넴 시절보다 효과가 훨씬 강하다.

일드 같은 거 좋아하는 애들한테는 기무라 타쿠야랑 동갑입니다, 라고 하면 역시 패닉.

그런데 이것도 이제 슬슬 시들시들한 것이
누가 윤은혜 박한별 이런 애들 들먹이면서
걔네하고 띠동갑이라면서요? 하면 내가 패닉에 빠지게 되므로 좀.

그러고보니 예전에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만난 분과 농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나이가 많으신 건 알았지만 우리와 똑같이 뛰고 그러시는 모습을 보고
야 참 나이 들어도 젊게 사시는구나… 했던 적이 있었다.

문제는 끝나고 술자리에서 그분하고 얘기를 나누다가
그분이 쥐띠라고 하는 바람에 내가 패닉상태가 됐다는 거.
그때 내가 스물여덟살이었으니까 띠동갑이면 마흔살 아닌가.
이제 내가 좀 나이를 먹어서 마흔이 우습지 그때 마흔이면 대단했지.
(마흔이면 지팡이 짚고 다닐 줄 알았었다)

근데 더 큰 문제는 패닉에 빠진 나를 보고 그분이 웃으며 한 말.
한번 더 돌리라고…
그분, 쉰두살이셨던 거다.

마흔살은 보이지만 쉰두살은 보이지도 않는
(뭐 그래도 언젠간 올 거라는 거 잘 알고 있다)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