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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이 원작인 영화 베스트 5

2000년 2월 1일

1.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974)

이 영화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대표작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 외에도, 호화배역으로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죠. 에르큘 포와로의 대명사로 꼽히는 피터 유스티노프가 출연하지 않은 점은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만… 로렌 바콜, 잉그리드 버그만(이영화로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 재클린 비셋, 숀 코네리, 앤터니 퍼킨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리처드 위드마크… 면면이 쟁쟁하지 않습니까? 눈에 파묻힌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살해당한 미국인 부호와, 그와 아무 상관없는 것 같은 12인의 승객들… 저는 소설로 보다 영화로 먼저 봤는데, 소설로 읽는 것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낸 꽤 잘만든 영화라고 마구마구 생각함다. 특히 과거의 유괴사건과 현재의 살인사건이 교차편집되는 장면은 소설에서는 흉내낼 수 없는 영화적인 기법이죠.


2. 나일 살인사건 Death on the Nile (1978)

제가 아가사 크리스티 매니아에 좀 가깝다보니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이 좀 많슴다. 사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은 이 두 작품보다 “열개의 인디언 인형”과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백미입니다만,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영화화하기에 치명적인 플롯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열개의 인디언 인형”은 너무 많이 영화화되었다는 점에서 점수가 많이 떨어짐다. 이 영화도 호화배역이네요. 일단 포와로 역에 역시 피터 유스티노프, 그리고 제인 버킨, 베티 데이비스, 미아 패로우, 올리비아 핫세, 조지 케네디, 안젤라 랜스버리, 데이빗 니븐… 호화롭죠? 특히 “카지노 로얄”에서 007 역을 하기도 했던 데이빗 니븐이 영국 첩보원 역을 맡아 제대로 된 분위기를 풍기죠. 스토리도 미모의 상속녀 살해,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유람선 승객들의 성격이 제대로 표현된…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만.

3. 크리스탈 살인사건 The Mirror Cracked (1980)

아가사 크리스티로 도배를 하는 중임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창조해낸 두 명의 명탐정 중 이 영화에는 미스 마플이라는 할머니가 등장하죠. 공교롭게도, 이 영화도 호화배역이로군요. 미스 마플 역에 제시카 추리극장으로 유명한 안젤라 랜스버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 제럴딘 채플린(찰리 채플린 딸내미), 토니 커티스, 킴 노박… 대강 이렇습니다. 황혼기에 접어든 톱 여배우 마리나 역을 비슷한 처지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맡아서 눈길 팍팍 끌었던 영화죠. 울 어머니가 또 미스 마플의 팬이기땜에… 이런 영화만 테레비에서 해줬다하면 죽어라고 챙겨보심다. 이것도 명화극장에서 해주니까 식구들 다 재워놓고 혼자 죽어라고 보시드만요. 담날 일어나서 자식들 앉혀놓고 얘기해주고…

4. 밤의 열기 속으로 In the Heat of the Night (1967)

제목 듣고 야리꾸리한 생각 하신 분, 물통 들고 반성하기 바라오며… 존 볼이라는 추리작가의 유명한 소설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아마 거의 최초가 아닐까 싶은 추리소설 속의 흑인 명탐정 버질 팁스 역을, 당대 최고의 흑인배우 시드니 포이티어가 맡았슴다. 196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남우주연, 편집, 각색상을 받았는데, 웃기는 건 말이죠, 이때만 해도 아카데미에서 흑백 차별이 있었던지, 누가 봐도 눈깔 튀어나게 명연기를 펼친 시드니 포이티어를 제치고 그의 파트너로 나왔던 로드 스타이거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말임다. 로드 스타이거는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를 포함 미국내에서 시상된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은 휩쓸어갔는데, 시드니 포이티어는 골든 글로브와 브리티쉬 아카데미 남우주연 후보에 오르는 것에 그쳤슴다. 아카데미란 원래 그런 것 아니겠슴미까? 물론 시드니 포이티어가 이미 1963년에 “초원의 백합”으로 오스카를 거머쥔 바 있슴다만, (지금까지 남우주연상으로는 유일함다. 올해 덴젤 워싱턴이 두번째 영광을 차지할지 주목되고 있는데) 그때도 1년전 베를린 영화제에서 같은 영화로 주연상을 탔기에 망정이지, 안그랬다면 “헛”의 폴 뉴만이나 “클레오파트라”의 렉스 해리슨에게 뺏기지 않았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겠심미까?

5. 말타의 매 The Maltese Falcon (1941)

필름 느와르로, 미스테리 스릴러로 여러모로 손꼽히는 작품임다.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더쉴 해미트의 대표작을 영화화한 것인데 “카사블랑카”의 멋진 바바리 사나이 험프리 보가트의 대표작이기도 하지요. 이전까지의 추리소설이 천재형 탐정을 주인공으로 삼아 냉철한 분석력과 뛰어난 추리력으로 범인을 검거해왔다면, 하드보일드형 탐정은 머리보다 주먹이 앞서는 행동파로 냉철하다기보단 감정적이고 와일드한 면을 많이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요. 여기서도 주인공은 친구의 복수를 위해 사건에 뛰어드니까… 과거에 셜록 홈즈가 뭐 복수한다고 사건에 뛰어든 적은 없지 않겠심미까요… 요즘은 이런 설정이 일반화되었지만… 저는 아직 이 소설은 읽어보들 못했는데, 영화만으로도 험프리 보가트의 매력은 충분히 배어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