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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신전] 황금비

2001년 8월 18일



어떤 건물인가?

당당하게 내 홈페이지 건축코너의 메인화면을 장식하고 있는 파르테논 신전은,(그게 뭐 그리 영광스러운 일이겠는가마는… 치욕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스 아테네의 고지대에 위치한 아크로폴리스에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는 아테네의 황금시대였던 기원전 5세기경에 지어진 신전들이 많다.
엄청나게 훼손된 상태인 현재의 파르테논 신전은 하나의 방으로 이루어져 보이지만, 원래는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되어있던 것이다. 하나는 성상(聖象)안치소였고, 하나는 오피스토도모스(후실)이었다. 후실은 4개의 이오니아식 기둥을 썼고 성상안치소는 도리아식 기둥을 썼다는 이채로움이 있다.
파르테논 신전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빠지지 않는 것이 그 유명한 황금비율인데, 골치아픈 얘기긴 하지만 좀 자세히 설명해보자.
기둥머리 부분의 길이를 a, 기둥 아래의 지름을 b, 기둥과 기둥의 중심간격을 c, 기둥 높이를 d, 신전의 정면 폭을 e, 신전의 옆면 길이를 f라 하면 다음과 같은 관계가 있다.

b=√5a
c=√5b=√5√5a=√5a
d=√5c=√5√5√5a=5√5a
e=√5d=√5√5√5√5a=52a
f=√5e=√5√5√5√5√5a=52√5a
이 √5가 흔히 말하는 황금분할(Golden Section)로, 사람들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조화의 비율이라고 한다. 황금비라는 이름이 실제로 붙은 것은 19세기 초 독일의 수학자 옴에 의해서이다.
주초없이 네모난 주두를 가진 도리아식 기둥이 3단의 기단 위에 늘어선 열주(列柱)가 지붕에 해당하는 엔타블레이쳐를 떠받치고 있는 형태로, 더 설명하다보면 내가 건축사 시간에 가장 골아프게 생각했던 뜻모를 라틴어가 마구 튀어나오므로 이정도에서 접기로 하자. 기단이 끝으로 갈수록 위쪽으로 굽어지는데 이것은 멀리서 보았을때 부드럽게 구부러지는 곡선인 것처럼 보여주는 효과를 가져오며, 마찬가지로 거의 느끼지 못할 만큼 위로 갈수록 기둥의 지름을 줄여 볼록하게 하는 엔타시스도 사용되었다. 또한 하늘을 배경으로 일정한 각도에서 보았을 때 네 귀퉁이의 기둥이 가늘어보이는 현상을 상쇄하기 위해 이 기둥들은 조금 굵게 만들어져있다. 이렇듯 치밀하게 계산된 건물이지만 과거의 화려함은 간데없고 (원래는 상당히 화려하게 채색되었던 건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지금은 흰색으로 바뀌어있다) 구조적인 부분만 겨우 남아 직접 가서 보는 관광객들을 애타게 하는 건물이기도 하다.

아, 사진으로만 접해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 건물을 조금 자그마하게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높이 30.89m에 너비 69.5m로 직접 가서 보면 정말 웅장하다.

어떻게 지어졌나?

기원전 447~432년 사이에 건조된 파르테논 신전은 워낙은 아테네의 수호신이었던 지혜의 여신 아톄네를 모시는 신전으로 건축되었던 것이다. 당시 아테네의 지도자였던 페리클레스의 지시로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공사 총감독을 맡고 설계는 익티노스, 공사는 칼리크라테스가 맡아 15년간 공사가 계속 되었다. (건물이 완성된 것은 기원전 438년이고 외부장식작업이 기원전 432년까지 계속 되었다) 그리스 고대건축에서 최고로 꼽히는 건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리스의 몰락 이후 수많은 세력이 그리스를 넘나들면서, 건물이 뽀다구 난다는 이유만으로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비극을 맞기 시작했다. 이슬람제국 술탄의 후궁으로도 쓰였고, 기독교의 교회로도 쓰였고, 천주교 성당, 종탑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파르테논 신전이 지금의 모습처럼 폐허(?)가 되버린 것은 17세기로, 1687년 10월 26일 필로파포스 언덕에서 베네치아 군대가 쏘아올린 포탄이 파르테논 신전에서 보관중이던 터키군의 화약을 일제히 폭파시키는 바람에, 지붕이 날아가고 내부공간과 프리즈, 남쪽기둥 6개와 북쪽기둥 8개(북쪽기둥은 현재 복원되어있다)가 홀라당 날아가버렸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파르테논 신전에는 금과 상아로 만든 크기가 40피트에 이르는 아테네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4세기경에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고, 그 후에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물론 물건도 남아있지 않다) 그밖에 많은 조각들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대부분 훼손되어버렸고 특히 폭 160미터에 달하는 연속조각으로 아테네제전을 묘사하고 잇는 프리즈는 신전 내부장식의 최상단을 장식하고 있었으나 앞서말한 폭격으로 대부분이 파괴되버렸고, 사방에 흩어진 그 조각들이 세계 각지의 박물관에 따로따로 보관되어있다. (상당량은 대영박물관에 있다. 도독놈의 새끼들)
조각이나 동상같은 장식물만 그런가? 건물의 일부분인 동쪽 페디먼트의 상당부분도 조각조각나서 어처구니없게도 역시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다행히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도 일부가 남아있지만, 건물에 직접 남아있는 것만은 같지 못하다) 현재 파르테논 신전의 복원작업도 계속 진행중이지만 이렇게 세계에 흩어져있는 유물들을 반환받으려는 운동 역시 적극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시대의 한마디?

건축이나 토목을 아주 나쁘게 말하면 자연을 파괴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 잃어버린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쇄할만큼 아름다운 건물을 만날 수도 있는데, 그것 역시 꼴통같은 인간들의 치고받는 싸움 속에서 이렇게 흩어져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이 무척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각설하고, 프랑스는 규장각도서들을 조건없이 즉각 반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