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물인가?
최근 북경올림픽을 맞아 자신들의 처지(?)를 좀더 세계에 알리고자 티베트 주민들의 시위가 한창 격해졌었다. 국내에서도 관련 시위와 맞물려 중국넘들의 폭력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이때까지 티베트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던 분들이 많이들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 하여 분위기에 좀 편승해보고자(?) 티베트의 상징이랄 수 있는 포탈라 궁이나 한 번 소개해볼까 한다.
중국 티베트자치주의 주도(州都)인 라싸의 홍산에 위치한 포탈라 궁은 말그대로 궁전이다. 동시에 사원이기도 하다. 신권정치를 표방한 티베트의 종교지도자이자 왕이라고 할 수 있는 달라이라마가 살며 정사를 돌보는 곳이자, 학교와 법당(기도실), 선대 달라이라마의 무덤 등을 함께 아우르고 있어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 하겠다. 물론! 중국의 침공 이후 약탈과 훼손 등으로 지금은 말그대로 정신적 고향이라는 의미만 남아있는 곳이 되었다.
그럼 지금 포탈라 궁은 그냥 관광지인가? 아무도 안사나? 최소한 달라이라마는 살지 않는다.-_-;; 인도의 다람살라에 티베트의 망명정부가 수립되어있고 달라이라마를 비롯한 수만 명의 티베트인들이 그곳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공산정부는 종교를 금지했기 때문에 (더군다나 점령지인)티베트의 불교는 탄압 대상이었고, 그런 과정에서 포탈라 궁이 무슨 대접을 얼마나 잘 받았겠나. 그나마 국제여론이 안좋아져서 80년대에 종교의 자유가 부분적으로 허용된 이후 순례객들도 찾고 관광객들도 찾는 곳으로 이름만 겨우 남아있다고 해야할까.
건물 이야기로 돌아가면, 일단 포탈라 궁이라고 통칭하지만 하나의 건물로 보기는 좀 어렵고, 크게 동쪽의 백궁과 서쪽의 홍궁이 있지만 그 외에도 5개의 황금탑과 불당 등 여러 건물들로 이루어져있다. 쉽게 말해서 옛날의 성(城)이나 요새 같은 개념과 좀 통한다고 할까. 실제로 성벽은 화강암과 나무를 주재료로 하여 2미터에서 5미터까지 두텁게 쌓여있다. 건물은 가장 높은 곳이 13층이며 총 높이는 117미터에 달한다. 물론 티베트가 좀 높은 곳에 위치해있으므로 꼭대기의 해발높이는 3700미터에 달한다. (거의 한라산 두 배 높이) 동서축의 길이는 약 360미터, 면적은 거의 10만㎡나 된다. 워낙 크고 높다보니 라싸 시내 어디에서나 포탈라 궁이 보인다고 하고, 또 포탈라 궁에 오르면 라싸 시내에 한 눈에 들어온다고도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티베트의 상징과도 같은, 티베트 불교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건물인데 건물은 상당히 인도풍-_-이다. 뭐 티베트라는 나라, 민족, 종교 자체가 인도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큰 무리 없겠다. 앞서 크게 홍궁과 백궁이 있다고 했는데 홍궁은 역대 달라이라마의 유해가 안치된 곳으로 종교적 역할을 하는 곳이고, 백궁은 달라이라마의 거처로서 정치적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현재형과 과거형을 굳이 구분해서 쓴 이유는 스스로 생각해보시라)
지금 이곳을 방문하고 내부를 둘러볼 때 가장 볼만한 곳이 바로 역대 달라이라마의 영탑이라고 한다. 황금과 보석으로 쳐발라놔서 그렇다던데, 포탈라 궁의 창건자이기도 한 5대 달라이라마의 영탑 같은 경우는 무려 3,700kg의 금이 들어가있다고 한다. 사실 좀더 구석구석 찾아보면 훨씬 볼만한 구석이 많아야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개방이 안되어 볼 수 없는 곳이 많다. 들리는 말로는 중국넘들이 다 훔쳐가고 훼손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개방 못하는 곳이 많단다. (개방해봐야 볼 거 없다는 이야기)
어떻게 지어졌나?
옛날옛날 티베트가 그냥 왕국이던 시절, 손첸 감포 왕이 현재 포탈라 궁이 위치한 곳에 궁전을 하나 세웠는데 그 이름이 홍산궁전이었단다. (당나라 공주를 왕비로 맞기 위해 지은 궁전이란다. 하여튼 예나 지금이나 사내자식들은 폼잡는 걸 좋아해서) 나중에 달라이라마 정권이 수립되자 정권을 세운 달라이라마 5세가 홍산궁전이 있던 터에 자신의 거처를 만들었고 그것이 1645~1648년 사이에 지어진 현재의 백궁이었다. 그후 달라이라마 5세가 입적하자 그의 제자이자 섭정이었던 상게 감초가 1690~1694년 사이에 홍궁을 지어 달라이라마 5세의 시신을 안장하면서 비로소 포탈라 궁이 티베트의 정치와 종교를 하나로 묶어주는 곳으로 거듭났던 거다.
포탈라 궁의 건축에 쓰인 주재료는 돌(화강암), 나무, 흙이 전부이며 언덕을 깎거나 메워서 평평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기초를 다졌다. 석재는 라싸의 북동부에서 채취해 배를 이용해 상류쪽으로 수송했고, 진흙은 주변에서 채취했는데 덕분에 큰 구덩이가 생기니 아예 그곳을 호수로 만들어버렸단다. (용왕담이라고 현지에 가면 볼 수 있다) 참고로 포탈라 궁이라는 이름은 티베트 불교의 수호신 아발로키테스바라(우리가 아는 불교식 이름으로 굳이 바꾸면 천수관세음보살)가 살던 전설의 궁전 이름에서 따왔단다. 워낙이 달라이라마가 아발로키테스바라의 현신으로 일컬어지고 있으니, 현세에서도 같은 궁에서 살아야 된다 뭐 이런 거겠지.
시대의 한마디
요즘 내가 딴 생각도 많고 게으름도 피우고 그러다보니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글을 딱딱 쓰질 못하고 있다. 포탈라 궁 이야기도 중국-티벳 문제가 한창 이슈로 펄펄 끓을 때 딱 써서 올려야되는데 말이지.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니깐.
사실 지난 주에 하이서울페스티발인가 뭔가 한다고 해서 (길만 엄청 막히더라) 겸사겸사 창덕궁에 좀 놀러갔다 왔다. 멀쩡하게 왕이 살던 궁전을 나라를 뺏기면서 창경원 비원 이따위로 불렸던 세월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포탈라 궁과 달라이라마를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가 대충 답이 나오는 거 같은데, 그 답을 잘 모르는 사람이 왜케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