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김모군 홈페이지에 오랜만에 들렸다가
어버이날 훈련소에서 머리박은 이야기를 읽었다.
음… 그렇군. 어디나 (그놈은 해병, 나는 공군) 군대는 어버이날 애들을 굴리는군.
1993년 5월 3일 진주교육사령부 입대. (이런 날짜는 정말 안잊어버리나보다)
그리고 고작 닷새 지난 5월 8일…
사제물이 한참 덜 빠진 (머리만 박박 깎은) 훈련병들이 영문도 모르고 저녁에 연병장에 총집결,
당연히 영문도 모르고 좌로 구르고 우로 굴렀다.
게다가 그날 점심 때쯤, 무슨 예방접종을 한다면서 전부 팔뚝에 이따시만한 주사를 맞은 상태…
약간 부어있는 팔로 요령피울 겨를도 없이 엎드려뻗쳐, 대가리박아, 좌로 굴러 우로 굴러, 김밥말아, 아주 정신없이 굴려버렸다.
흙먼지가 어찌나 심하게 일었는지 바로 옆에 있는 동기생 훈련병이 안보일 지경…
구르면서도 이 사제물 덜빠진 훈련병들은 도대체 구르는 이유가 뭘까? 고민고민했단다.
단순히 주사 맞은 팔을 팅팅 붓게 만들어주겠다는 고약한 심보인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
의문은 한시간여에 걸친 기합이 끝나고 전부 시커매져서 일어선 후
풀풀 날린 흙먼지가 채 가라앉지도 않은 허공을 향해 “어머니~”를 세번 외치게 하고,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를 부르게 함으로써 풀렸다나.
펑펑 울었을 거다. 어머니가 보고싶어서? 천만에! 군대에서 이렇게 고생하는게 서러워서.
아무튼 그렇게 박박 구르고 나서 담날 아침, 모든 훈련병의 오른팔이 기형적으로 부어올랐다고 한다.
나도 붓기는 했지만 다른 훈련병들만큼은 붓지 않았다.
왜냐?
기합받기 직전, 퇴소훈련병(선배기수) 내무반을 정리/청소한다고 대여섯명을 차출해갔는데 그 중에 한명이 나였거든.
역시 군대는 줄!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