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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20주년 기념

2017년 12월 20일

홈페이지 만든 지 어느새… 20년이 되었네요.
386컴퓨터로 이제 막 배운 HTML 태그 조합해서 얼렁뚱땅 홈페이지를 만들었던 스물여섯살 대학졸업반 학생이
IT회사에서 개발팀 팀장으로 남의 홈페이지 열심히 뚝딱뚝딱 만들어주는 마흔여섯살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남의 홈페이지 열심히 만들어주느라 자기 홈페이지는 방치한 지가 여러 해인데
(심지어 작년말에는 프로젝트가 거하게 걸려서 홈페이지 19주년 기념 글도 못쓰고 넘어갈 정도로 미친 듯이 일하고 있었음)
문제는 홈페이지 21주년, 22주년 시간이 흘러간다고 해서 이게 달라질 기미가 없다는 거죠.

이렇게 될 줄 알고 매주 개봉영화 촌평만 써놓자, 라고 스스로 정해놓지도 않았다면
근 몇 년간 글 한 편 안올라오는 말 그대로 운영 안하는 홈페이지가 되었을텐데
…뭐 지금도 운영 잘 되는 홈페이지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씩, 개봉영화 체크하면서 살아있다는 신고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계획은 있습니다. 하기 싫어서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던 정신적인 여유던 계기만 찾으면 뭐라도 조금씩 해볼 계획은, 늘, 의미없지만, 가슴에 품고 있기는 합니다.
실제 행동에 옮겨질 지는, 아무도 모르죠.

개인적으로는 홈페이지 말고도 한 3년 전부터 해보려고 마음먹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진짜 여유가 생기면 그것부터 하게 될 수도 있고… 이래저래 나이 먹고 세월 겪으니 생활환경이 복잡해져서 단순하게 일이 풀리지는 않네요.

예전에 홈페이지에 썼던 적도 있는 것 같은데 (검색해보기 귀찮음;;)
원래 제 인생의 목표는 마흔살까지는 평범하게 살다가,
마흔살 넘어가면 알래스카 같은 추운 곳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글이나 쓰고 살자는 거였죠.
이런저런 어른들의 사정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는데,
큰 틀에서 이렇게 살고 싶다는 인생의 계획을 포기했다거나 좌절해버렸다거나 그런 상태는 또 아니라서,
글쎄요, 그렇죠, 언젠가는, 옛날처럼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죠.
한 3년전에 비트코인을 조금 사놨으면 그게 지금 당장일 수도 있었겠는데?

홈페이지 20주년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는 좀 안어울리는, 40대 아저씨의 일하기 싫다는 푸념으로 이상 기념사를 대신합니다.
마누라한테 일 안하고 뜬금없이 홈페이지에 글이나 쓰고 있냐고 구박당한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