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12/20 (월) 점점 추워…썅…
달력을 알짝알짝 넘겨보니 이번 주 토요일이 크리스마스다.
오오오우~ 개쉐이~ 왜 하필 토요일이 크리스마스냐고요오~
왠지 노는 날 하루 손해본 기분.
그래도 내년 달력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월요일이로구먼.
역시 크리스마스는 월요일이어야 분위기를 제대로 낼 수 있거덩…
크리스마스 이브를 뇬인과 함께 쫑쫑 보낼 수가 있지 안카서~
…………….
난 뇬인이 없구나 참.
에에에이 씨부루~ 올 크리스마스도 시커먼 장정들과 쏘주나 빨아야
된단 말이지~
아니다. 그럴 수는 없지. 오늘부터 강남역을 누비고 다니며 헌팅
전선에라도 뛰어들어볼까.
이 나이에 근데 헌팅도 좀 그렇고… 혼자 댕기기는 좀 심심하기도
하고 쓸쓸할 것 같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쪽팔릴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이순간 나에게 만만한 싸나위~
미스타 황~
내 차마 외모가 딸려서 전유성 씨를 델구 나갈 수는 없으니~
황 대리가 나의 오른팔이 되어주겠소~
오잉? 이 정신나간 유부남이 (게다가 마누라가 애도 뱄잖아) 좋단다.
음… 나는 결혼하면 저놈처럼 이 여자 저 여자 날창날창 건드리는
짓은 안할 거다.
일단 이번 크리스마스를 따따시 보낸 이후~
내년에 멘델스존의 행진곡에 맞춰서 예식이라는 걸 후다닥
치뤄버리고 나면~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아랫목에 군불 따따시 떼놓고… 일찌감치 저녁
먹고 마누라쟁이하고 이불 속에서… 으흐흐흐흐흐…
그렇게 보낼꼬야~
일단 올해만 어케 넘겨보자고~
낼부터 강남역에 봉대리가 뜬다~
[황 대리의 일기]
12/20 (월) 오메 추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총각인 봉 대리는 올 크리스마스를 어케 보낼지 계획도 세워보고
작전도 세워보고 지랄옘병을 떨고 있다.
으아아~ 나도 저런 시절이~……. 생각해보니 없었군.
망할노무 마누라쟁이가 상상임신을 하는 바람에 깜쪽같이 속아서
(마누라는 자기도 속은 거라며 항변했다) 학생 신분에 일찌감치
코껴버리고…
그때부터 마누라 눈치보느라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일찍일찍 들어가기
바빴고… 그렇다고 일찍 들어가면 뭐하나… 음식솜씨 형편없는
마누라쟁이가 해준 모래알같은 밥알 씹으며 테레비에서 해주는
크리스마스 특집 루돌프쑈나 보면 땡이지.
뭐 그래도 결혼 초기에는 신혼 재미로 깨가 쏟아지지 않았겠냐고?
상상임신 때문에 결혼해봐라. 깨가 쏟아지는지.
술병과 오징어다리가 곡사포처럼 쏟아지기는 했다. 우리 부부는 꼭
오징어 놓고 술먹다가 부부쌈을 하기 땜시.
(술만 먹으면 부부가 다 과격해지는 이상한 버릇이 있어서리)
하여튼 봉대리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헌팅 이벤트를 펼칠 계획이란다.
강남역으로 진출해서 야시시한 아가쒸나 꼬셔서 크리스마스를 뜨겁게
보내겠다나.
왜 하필 강남역이야… 거기는 너하고 물이 안맞아… 파고다공원
어때…
이거 무슨 소리… 일단 회사에서 가깝잖아… 그리고 거기 나하고
물이 딱 맞아 왜이래… 그리구 파고다공원이 아니고 탑골공원이야…
음… 짜식도 해피엔드를 본 모양이군. 예상대로 맞받아치는 걸
보니…
아… 괜히 일기쓰다가 해피엔드 얘기를 꺼내갖구… 갑자기 전도연
엉덩이가 떠올라서 눈앞이 삼삼해지잖아 이거…
어쨌거나… 물좋은 데서 놀겠다는데야 말릴 이유도 없고…
또 올해는 왠일인지 이 친구가 나도 끼워주겠다네…
음… 임신 중인 마누라가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하루이틀 정도의 일탈은 야근 핑계로 대충 넘길 수 있을 거 같고…
크리스마스는 죽같이 보내더라도 크리스마스 전야는 오돌오돌하게
보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나도 낼부터 강남역에 뜬다~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가 안가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
크리스마스를 애인하고 함께 보내는 풍습.
정작 크리스마스가 원조인 서양나라 영화를 보면
크리스마스에는 죽어라 고향집으로 가서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하던데.
애인도 가족이니까, 라고 하면 할말 확 없어지긴 하지만
왠지 우리나라에서 평균/상대적으로 가장 돈을 펑펑 쓰는 사람 – 여자친구 있는 남자 – 들을 겨냥해서 만들어낸
수많은 무슨무슨 데이들의 원조가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싶다.
그냥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는 날 정도였어도 충분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