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12/21 (화) 날씨가 요샌 맨날 비슷해…
눈물의 헌팅 보고서.
회사일을 일찌감치 마치고 어둠이 내려앉은 강남역으로 진출했도다.
강남역으로 나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 동네를 누비고 댕기는 쉐이들은 키 졸라 커 씨바…
나도 작은 키 아닌데… 딸려 썅…
그러나 남부럽지 않은 터푸한 외모로 승부할 수 있다 치고,
상대적으로 내 외모를 받쳐주는 황 대리를 끌고 뉴욕제과 앞에서부터
아그들을 훑어가기 시작하였도다.
이쁜뇬들이 널렸구마잉~
입을 다물지 못하고 침을 질질 흘리는 황대리에게 턱받이를 해주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는데…
빨간 부츠의 롱다리 아가쒸에게 일차 접근~
씹히고~
까만 롱코트의 귀여븐 아가쒸에게 이차 접근~
무시당하고~
긴 쌩머리를 날리며 매서운 추위에 당당히 미니스커트 날다리로 맞서는
쎅쉬녀에게 삼차 접근~
앗 초반 분위기 좋음!!!
옴머 요즘도 길바닥에서 이런 거 하는 사람이 있네요?
아가쒸 웃으면서 말하길래,
궁하면 하는거지 따지남?
이라고는 말을 못하고,
고달픈 크리스마스 어쩌구 썰을 잔뜩 풀었는데…
죄송함다 남편이 밥해달라구 기달리구 있어갖구요~ 휘리릭~
개썅~ 미시족들은 다 쳐죽여버려야 된다~
그리구 어느 정신나간 남편이 마누라를 이 추위에 날다리로 바깥에
내모는 거냐~
박애정신이 부족하다 각성하라! 각성하라! 각성하라!
하여튼 강남역은 쌍쌍이 워낙 많아서리… 헌팅 전선에 문제가
많았다.
내일은 투자가 좀 들어가더래도 나이트에서 부킹을 시도해봐…?
[황 대리의 일기]
12/21 (화) 날씨 갬…아니 개…
이 추운 날씨에 봉대리 따라댕기느라 고생한 거 생각하면…
이노무시키는 내 파트너까지 구해줄 생각은 별루 없어보였다…
하기사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지만… 설마했는데 이노무가…
여자 둘이 댕기는 것들을 잡아야 헌팅 성공률도 높고… 나도 좋고
니도 좋지 않나 말이다…
여자 혼자 다니는 것들은 짝이 있을 공산이 크지만… 여자 둘이
댕기면 그 확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당연한 얘기 아닌가…
근데 이노무 봉대리는 끝까지 혼자 걸어댕기는 여자들만 찝적거린다…
그럼 나는…? 들러리……
하여튼 봉대리놈은 맨첨 시뻘건 부츠에 다리만 길지 코가 뒤집어진
여자를 헥헥 거리며 쫓아가더니… 보기 좋게 딱지를 맞고…
까만 롱코트 (반코트일지도 모른다. 여자가 워낙 키가 땅딸막했기
땜시)에 애처럼 생긴 기지배한테 또 헥헥 하면서 쫓아가더니…
불쌍하게 무시당하더군…
참 취향 독특하다… 어디서 저런 것들만 쑤시는지 원…
오옷~!! 그런데 갑자기 미니스커트 날다리의 보기드물게 이삔 여자한테
봉대리가 대쉬를 하는게 아닌가!
더군다나 여자가 봉대리를 보더니 제법 대꾸도 해주네?
역시 이쁜 여자가 맘씨도 고와…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휙 떠나고… 봉대리는 코가 쑥 빠져서 터덜터덜
돌아왔다.
유부녀였어 썅…
키키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바람에 봉대리와 강남역에서 심야난투극을 벌일 뻔하기는 했지만.
포기를 모르는 봉대리는 내일은 나이트에서 부킹을 하겠다더군~
돈 많이 모아놓은 모양이지~
오늘 웨이터한테 명함 한장 받았는데 와이에쑤라고 쓰여있다. 이젠
웨이터 산업에도 진출했나 이 사람이…
이 이름 갖고는 장사가 힘들텐데…
이 글을 쓰던 당시에는 술약속을 거의 강남역 주변에서 잡았던 것 같은데
신림동 청량리만 왔다갔다하며 술먹던 넘한테
강남역의 휘황찬란한 밤거리가 많이 생소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에 나만큼 큰 인간이 이렇게 한무데기가 있구나, 라는
별 의미없는 깨달음을 얻은 곳이기도 하고.
(아직도 강남역 근처를 쏘다니는 남정네들은 왜케 키가 큰건지 이유는 모른다. 그냥 요새 젊은것들은 다 큰가부지 한다)
요즘은 뭐, 술 자체를 거의 안먹고 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