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1/10 (월) 맑음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뭐 띨빵해보이고 비리비리하고 키만 멀떼같이 큰 줄 알았던 전유성
씨가… 학창시절에 농구를 했단다.
점심 먹고 별생각없이 둘렁둘렁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식당에서
후식삼아 준 요구루투 빈병을 전유성 씨가 그림같은 포즈로 던져서
쪼매난 쓰레기통 구멍에 쳐넣는 것이 아닌가.
오오~ 마음은 마이클 조단이지만 몸은 강호동인 황 대리가 괴상한
탄성을 질렀다.
에이… 우연이겠지…
내가 쌩퉁하게 한마디 내질렀지만 전유성 씨는 황 대리의 오바에
감격한 듯 눈을 치켜떴다.
이거 왜 이러세요… 제가 중학교때까지 농구선수였다구요… 또
넣으면 믿으시겠어요?
이번에는 주머니를 뒤져서 무슨 종이를 꺼내 뭉치더니 다시 정확한
포즈로 교묘하게 집어넣는다.
어우 야아… 정말 잘한다…
황대리의 감탄감탄에 전유성 씨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올 봄에 사내 체육대회 혹시 하게되면 전유성 씨 꼭 넣어야
되겠는데…
사람이 그래도 키값은 하누먼… 아니 계속 운동하지 왜…?
음하하… 농구에 전념하기에는 공부를 너무 잘해서… 음하하…
아부하는 황대리나 오바하는 전유성이나…
다행히 지화자 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울 사무실 오바의 화신…
만약 이 자리에 있었다면 옵뿌아아아!!! 라고 외치고 매달리고 하면서
한바탕 난리로 뒤집어 놨을 게다.
왕년에 안놀아본 사람 뭐 있남?
나두 국민학교때 배구하다가 허리 다쳐서 관뒀어 왜 이래… 그 바람에
지금까지 허리 통증에 시달리구 있지만…
음… 새삼 장가갈 걱정이 시작되는군…
[피부장의 일기]
1/10 (월) 말금
하여튼 요즘 신입사원이라는 것들은 빠져가지구…
전유성이 뒤를 이어서 올해… 아니지 작년말이군… 새로 뽑은 직원
하나 기획실로 빼준다는데 그것도 걱정이다.
전유성이 이놈… 오늘 아침에 불러갖구 심부름을 시켰는데 그것도
하나 똑바로 못하고 말이야…
고향에서 고속버스 화물로 무슨 약을 보낸다나 어쩐다나…
그래 나는 바쁜 몸이라 움직이기 뭐해서 널럴한 전유성 씨 불러서…
이봐 오후 3시쯤에 말야… 고속버스 터미널 가서… 이거 화물 좀
찾아오라고… 그러면서 메모 적은 걸 전해줬다… 버스번호랑
화물번호랑 적은 거.
근데 이누무시키가… 2시쯤에 땀 찔찔 흘리면서 빌빌 다가오는
거다…
저… 부장님, 그 고속버스 어느 회사였죠?
뭐 임마? 너 제 정신이야? 내가 메모 적은 거 너한테 전해줬잖아!!!!
아니… 저… 그게… 그 쪽지를 잊어먹었거든요…
뭐 이새꺄? 너 정신 똑바로 챙겨서 회사 댕기는 놈 맞어? 부장이 준
쪽지를 어떻게 간수했길래 잊어먹어!!!! 어엉!!!!!
아니 저 그걸… 주머니에 넣어놨었는데…
그럼 그게 발이 달려서 얼루 달아났냐 씨뱅아!!!
마침 이사한테 머리 길다고 한 소리 들은터라 (부장한테 머리 길다고
뭐라고 하는 회사다 우리 회사가…) 있는대로 분노를 쏟아부었다.
너 임마! 나도 그 쪽지 받아적어서 그것밖에 없는 거란 마랴!! 워쩔
꺼야!!
예?… 예… 그거…
씨벌 욕만 바가지로 넣어주고… 결국 집에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긴
했는데…
요즘 것들은 정신상태가 하여튼 글러먹었다 이거야…
상사가 심부름을 시키면 따박따박 알아서 차박차박 움직여야지…
말을 두번 세번 하게 만들다니…
나는 임마 지금 이사 차장할 때… 이사 부모님 고향 내려가는 거
서울역까지 모셔다드리고 차표까지 끊어드렸던 사람이야…
그때 차비를 이사한테 받았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네.
어쨌거나 요즘 신입사원들 맘에 안들어. 에이…
대리급이 보는 신입사원과
부장급이 보는 신입사원.
그 차이점을 그려보려고 한 것 같은데
지금 읽어봐도
잘 와닿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