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2/16 (수) 오늘은 구름도 좀 떴네…
오늘은 즐거운 날이다.
느닷없이 피부장이 신입사원 자리를 미리 마련해두자고 설칠 때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을 했었어야 했다.
자리를 옮기자구. 봉대리 배치도 좀 그려봐~
내가 무슨 기획실 설계사인감.
하여튼 오전내내 딴 일 하나도 못하고 책상 이리저리 옮기면서
배치도를 그렸다. 비지오루…
왠일로 피부장이 한번에 오케이를 날렸다. 미쳤나 이 인간이?
하여튼 그리하야 오후에는 역시 일을 전폐하고 책상 옮기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업무시간 끝나고 하자고? 미쳤냐 우리가? 이렇게 좋은 땡땡이
핑계거리를 놔두고…
1년 가까이 한번도 들춰보지 못한 서류뭉치들을 차곡차곡 챙겨서
박스에 담아 빼놓고 책상들을 질질 끌고 옮겨다녔다.
책상을 들고 옮겨야되는데, 귀찮고 힘들어서 그냥 끌고 다녔다.
아니나다를까 아래층에서 항의가 올라왔다. 업무시간에 모하는
짓이냐고…
몰라 죽여 썅~
열받았는지 피부장이 자기 책상을 슬쩍 들었다가 바닥에 쾅
내리찍었다.
그순간~
인간아 허리 다친 걸 잊어먹었더냐~
피부장이 허리를 끌어안고 모로 쓰러지고,
우리는 당황한 척 피부장에게 달려가서 일으키는 척 상반신을 뒤틀어
허리에 더욱 강한 압력을 넣었다.
으아아악~
동작이 빠른 지화자 씨가 119를 불러서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황대리 실어보내고 오랜만에 보네…
내일이면 진단결과가 나오겠지. 한 전치 8주 정도 안나올라나~
[피부장의 일기]
2/16 (수) 맑으라구해
날씨고 뭐고 관심도 없다.
아무래도 신입사원이 오면 자리 배치도 다시 해야될 거 같아서
봉대리보고 사무실 배치를 다시 한번 짜보라고 특명을 내렸다.
별 것도 아닌 걸로 오전내내 낑낑거리더니 배치도랍시고 개발새발
그려서 들고왔다.
확 뭐라고 할라다가 허리가 갑자기 삐끗했다.
윽! 야 맘대루 해.
자식이 내 통증을 아는지 모르는지 히죽해죽 돌아서는데
뒤통수에다 짱돌을 박아버리고 싶었다.
어쨌든 오후에 업무 전폐하고 사무실 책상을 옮기는데
우와 난 내 책상에서 그렇게 많은 서류가 나올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좡난이 아닌데~
버리는 서류만 한 가마니다.
혹시 나중에 찾을지도 몰라 도로 끄집어낸 서류가 다시 사과 상자로
두 개다.
이게 다 돈이면 얼마나 좋아 썅…
어쨌든 책상을 들들들 끌고 옮기는데 아래층 특판부 김차장이 튀어
올라왔다.
이거 뭐하시는 겁니까 에?
보면 모르나, 책상 옮기는 거지.
왜 하필 업무시간에 옮기는 겁니까 에?
그럼 책상 옮길라구 야근하리?
그러실거면 책상을 들어서 옮기셔야지 아래층에서 시끄러워서
업무를 못보지 않습니까 에?
몰라 썅 날 죽여~
차장 주제에 에?에? 그러면서 대드는게 확 열받아갖구 책상을 번쩍
들었다가 바닥에 쿵 내려놓았는데,
아뿔싸!!! 내 허리!!!
하늘이 무너지는 통증이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한번 느껴봐주고 그대로
찌그러졌다.
아니 근데 이놈들(특히 봉,황)이 나를 일으키는 척 하면서 허리를 자꾸
비틀어!!
아파서 말도 못하는데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119차에 실려갔다.
아이고 허리야~
단란주점 미쓰 김이 알면 난리가 날텐데~
지금 사무실에서 내년에 새로 짓는 건물로 입주를 하네, 마네 그러구 있는데
어제 옮겨갈 사무실 배치도가 대충 나왔다.
회의실도 생기고 자리도 넓어지고 좋은 것 같긴 한데
(2개층을 쓴다)
그만큼 들어가는 돈도 많아질테고(임대료;;;)
벌어야되는 돈도 많아지겠지.
평소 안하던 고민을 하려니 괜히 머리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