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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일흔세번째

2007년 12월 2일

[봉대리의 일기]

3/13 (월) 날씨 뭐…

내일이 화이트데이라는구만.
여자들한테 화이트를 선물하는 날인가?
깨끗한 날이로군…
뭐 그딴 거는 나하고 워낙 거리가 먼 날이니까 관심 없고.
발랑까진 데이도 대충 넘어갔는 걸 뭘…
쵸코렛이니 사탕이니 그런 먹는 거 오가지 말고 말야… 좀
현실적인 물건을 주고 받으면 안되나?
오늘은 사무실 레이저 프린터 토너가 떨어져갖구…
(음… 내가 생각해도 연인끼리 프린터 토너를 주고 받는 건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지만… 오늘은 워낙 절박하다보니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
급히 뽑아서 결재 올라가야될 문서가 하나 가득인데…
피부장 악악거리지… 토너를 나혼자 썼나…
마침 내가 출력할 때 문제가 생긴 것밖에 없는데…
급한대로 있으면 하나 빌려달라고 전산실 전화했더니 어제 사장
비서실에서 하나 갖구 날랐다고 그러고…
(원래 토너는 사무용품으로 사무실마다 구입하는 거라는데…
비서실은 그런 거 없이 뭐가 어디 있다 그러면 그냥 가져간다. 나쁜
놈들…)
결국 영업1팀 프린터 네트웍으로 걸어서 거기서 출력했다… 그것도
영업부장한테 사정사정해가며… 있는 쪽 없는 쪽 다 팔아가며…
정말 짜증 일빵빵으로 올라오드만…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피부장이 지랄거리는 건지 원…
지가 직접 작성하는 보고서도 별반 없고… 다 남 시키는 주제에
무슨 프린팅을 한다고… 참내…

[피부장의 일기]

3/13 (월) 평범한 날씨…

내일이 뭐… 하이트데이?
하이트맥주를 빠는 날인가?
참… 술회사들이 할일 되게 없는 모양이다… 그딴 날이나 맹글고
있는 걸 보니…
오늘은 뭐 그다지 할일이 없어서 인터넷이나 이리~ 저리~ 누비고
있었는데…
오옷! 어느 싸이트에 가보니까 “방중술의 모든것”! 이라는 제목이
있드란 말이시!
호기심에 찬찬히 둘러봤더니 자세한 설명과 화끈한 그림으로 아주
제대로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양도 많고…
으흐흐… 이거 인쇄해서 천천히 읽어보고… 써먹어야지…
마누라한테…? 미쳤냐? 미쓰 김 기다려~~
그런데 프린터 앞에서 봉대리가 혼자 궁시렁궁시렁거리길래 뭐냐고
물어봤더니 토너가 떨어졌단다.
그게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데?
인쇄가 안되는데요.
뭐야 임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임마 프린터가 사무실에서
얼마나 중요한 집기인데 그걸 고장나게 만들어?
부장님 이건 고장이 아니구요…
조까지말고, 당장 고쳐! 5분내로 인쇄할 수 있게 만들어놔!!!!!
봉대리 발이 안보이고 사무실을 뛰어나가드만.
정확히 6분만에 헐레벌떡 뛰어와서 내 컴퓨터를 영업1팀 프린터에
연결시켜준다. 거기서 뽑으라고…
저건 고칠 수 있는겨?
아 예. 부품만 사오면 되구요. 지금 급하시다니까…
알아서 씹숑. 꺼져.
조금 있다가 영업1팀 미쓰 주가 내가 보낸 프린트물을 가져오는데
얼굴이 벌개져갖구 왔다.
너한테 안써먹을 거야… 지레짐작은 젠장…

SIDH’s Comment :
소위 업무자동화라는게 시작되면서
회사 각 부서마다 컴퓨터 좀 만지는 사원 하나씩은 꼭 필요하게 되었더랬다.
내가 있는 부서는 어쩔 수 없이 내가 그 역할을 해야했는데.
심지어 다른 부서에서 뭔가 문제가 생겨도 나를 찾는 경우도.
언젠가 다른 부서 프린터가 고장났다고 그래서 가봤더니
문제가 생긴 걸 고쳐본다고 그래도 좀 아는 녀석이 이리저리 뜯어보다가
다시 조립을 못하는 문제가 생긴 거였었다.
낑낑대고 다시 조립을 해줬더니 “역시 전문가” 어쩌구 하던데
젠장 내가 언제부터 프린터 조립 전문가였더란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