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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예순아홉번째

2007년 11월 18일

[봉대리의 일기]

3/6 (월) 날씨가 흐렸다…갰다…

금요일 저녁 광란의 병깨기를 시도한 후유증으로 토요일 결근할 수밖에
없었던 피부장이 오늘은 출근했다.
이마에 영광의 반창고라도 붙이고 나타날 줄 알았더니… 아예 모자를
쓰고 출근했다.
아니 아프시면 오늘도 집에서 좀 쉬지 그러셨습니까…라는 조과장의
말에,
그러다 내가 짤리면, 니가 부장해먹을라고 그러지? 라고 쏘아붙이는 걸
보니,
피부장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대충 상황 파악은 하고 있는 모양이다.
쪽팔린 줄을 알아라. 에이구…
사건의 발단이라면 발단일 수도 있는 모주라 씨는 피부장을 보자 끽
소리도 못내고 자기 자리에 조용히 찌그러져있었다.
그러게 무슨 선구자를 부르냐고…
나중에 황대리가 물어봤더니 원래 ‘바꿔’를 부를라고 춤까지
연습해왔는데 느닷없이 오과장이 ‘바꿔’를 부르는 바람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곡이었단다.
음… 연습한 곡 아니면 소화하지 못하는 부류로군…
일명 음치라고 일컬어지는…
나처럼 최신 레파토리를 화려하게 수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역시 흔치
않아…
그나저나 저 모자 속, 어떤 처지인지 궁금하네.
한번 슬쩍 건드려서 벗겨볼까?

[피부장의 일기]

3/6 (월) 날씨…관심없어…

쬭팔려죽겠다.
금요일날 여자 신입사원 앞에서 좀 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심산으로
폭탄주를 일부러 쎄게 먹었더니 갑자기 올라온 모양이다.
평소엔 그 정도에 쉽게 가지 않는데…
아무래도 오랫동안 병원밥을 먹었더니 체력이 떨어진게 틀림없어…
게다가 신입사원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너무 앞선 바람에
그만…
어쨌거나 금요일날 응급처치로 뭐 열다섯바늘을 꼬맸다나?
이마 위로 넙적하게 반창고를 붙여놨다. 이러구 어떻게 출근을 해.
마누라쟁이는 당분간 휴가를 내라고 성화를 부리지만 이미 2주일이나
병원 신세를 진 마당에 무슨 낯짝으로 또 병원에 들어가누.
모자나 사와!
마누라가 중절모를 하나 사왔다.
양복 입고 모자 쓰고 거울을 봤다.
내~ 푸메 아안~기오~ 고이 잠든 그~ 대애요오~
영락없이 <당신>을 부른 김정수로구먼.
회사에 들어서면서부터 여기저기서 키득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히 내가 이마 깨졌다는 소문이 이미 퍼진 것이 틀림없어.
봉대리 녀석이 또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뜨렸겠지?
내가 사무실에 들어서니까 사무실 직원들이 일제히 인사를 하더니 고개를
들지 않는다.
고개 숙이고 웃고 있지 니들? 어디 두고보자.
다행히 오늘 아침은 회의가 취소되서 높은 인간들한테 개쪽파는 수모는
면했는데…
내일은 어쩔 꺼냐고…
그냥 깨진 이마 보여주고 아양이나 떨어야지 뭐…

SIDH’s Comment :
지난 금요일 술먹다 떡이 된 인간 하나를 집까지 택배서비스로 보내주고 왔는데
이 인간이 어찌나 몸을 못가누고 축축 늘어지는지
그 인간 잡아당기느라 지금도 오른쪽 팔이 아프다.
나보다 작은 인간인데도 이모양이니
나같은 기럭지의 소유자가 술먹고 늘어져버리면 참 대책없겠다.
민폐 끼치기 않기 위해서라도 술 적당히 먹고 살아야지.
대한민국에서 술 안먹고 살기는 참 힘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