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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아흔네번째

2008년 2월 10일

[봉대리의 일기]

4/18 (화) 댑따 흐림

피부장이 출장을 갔다.
갑자기 결정된 출장이었다. 뭐 몇박 몇일도 아니고 당일치기다 보니
그랬겠지만.
아침에 출근해서 폼도 채 잡아보기 전에 이사님 손잡고 쫄랑쫄랑
출장 가는 뒷모습을 보니 어찌나 시원하던지…
이거거덩.
마침 서둘러야 할 일도 없고 몇가지 일은 피부장 결재를 거쳐야
다음으로 진행시킬 수 있는 일들이라서 꾸정꾸정하며 오전 오후를 싹
놀아버렸다.
아침내내 인터넷 디비고 야설 다운받고…
점심때쯤에는 조금 대담해져서 채팅방에도 마구마구 들어가보고…
점심 먹고 나서는 한층 대담해져서 아예 자리 비우고 사우나에
한 시간 정도 앉아있다가 황대리하고 당구도 한게임 치고
들어오고… (이 녀석 사기다마가 분명하다. 또 만방으로 졌다)
퇴근시간이 가까와오니 눈에 뵈는 게 없어서 황대리와 오과장까지
끌어들여서 스타크 한판 붙었다.
업무시간에 하는 스타크도 맛이 색다르더만.
어쨌던 일은 밀리지 않았으니까 할 일은 한 거지 뭐~
그런데 퇴근길… 어딘가 미진한 그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화끈하게 못 놀아서? 아닌데.
일을 못처리해서? 아니 다 처리했는데.
아니면 피부장한테 야단을 맞지 못해서?
어느새 그놈시키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렸단 말인가?

[피부장의 일기]

4/18 (화) 흐리멍덩

아침에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했더만 (마누라가 잠옷을 바꿨다)
출장 명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왠 출장일까요?
이사님이 급히 어디를 가셔야되는데 따라가랍니다.
부장이 무슨 장식품이냐? 달고 다니게…
그래도 항의 한마디 못해보고 질질 끌려갔다.
내 자리에 푹 수그려앉아 골골거리고 싶었는데 바깥으로 나돌라고
해서 짜증이 안난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굴만 보면 짜증나는 봉대리 황대리… 이 인간들로부터
벗어난 것만도 어디냐…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그런데… 이사는 가는 길내내 말도 안되는 불평불만을 터뜨리고…
(길이 막힌다는 둥… 배가 고프다는 둥… 자네는 왜 그리 말이
없냐는 둥… 우리나라 도로는 매끄럽지가 못하다는 둥… 아니 막히는
길로 들어간 건 지가 그런 거고, 배가 고픈 거는 지가 아침을 덜
먹은 탓일테고, 내가 말이 없는 건 이 나이에 이사한테 그럼
재롱이라도 떨라는 것인지, 또 도로가 매끄럽지 못한 건 건설교통부에
따질 것이지 왜 전부 나한테 욕을 바가지로 하냔 말이다)
아주아주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집에 돌아가는 길에 봉대리가 보고싶을
정도였으니까…
인상은 더러워도 갈구면 말없이 당하는 봉대리…
그놈시키가 그리웠다…

SIDH’s Comment :
전에 “어린이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팀장급 이상이 전부 회사를 비워서 딩가딩가 노는 날)
“어린이날”이면 회사에 있던 판촉용 비치볼로 배구도 하고-_- 회사 바깥 공원에 놀러나가서 야외수업근무도 하고 그랬었더랬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그런다고 할 일을 못하거나 그런 적은 절대 없다는 거.
즐거운 근무환경 조성이 이렇게 어려워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