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6/21 (수) 대충 맑음
복사기도 끌어안고 있을만 하네.
세상을 다 포기해버렸더니 나름대로 이 자리도 괜찮다.
물론 객관적으로야 죽을 맛이지만…
소형 선풍기 하나 모셔놓고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자리에 버팅기고
있는 게 뭐가 좋겠냐고.
여직원들 옷이나 점점 짧아져라.
모주라씨는 옷이 하루가 다르게 과감해지더니… 오늘은 조금
덜 더워졌다고 치마가 조금 길어지네.
야 저렇게 매일 다른 옷 입고 오는 것도 장난이 아닐텐데…
(나야 단벌 양복으로 계절마다 나는 사람이지만)
모주라씨 치마가 길어지니까 피부장이 왜 입을 한댓발이나 내밀고
있을까?
아 맞다. 영업팀 어느 여직원은 무슨 잠자리 날개 같은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왔드만.
어 그거 잘하면 속이 비칠 듯이 얇던데…
그렇다고 따라댕기면서 보이나 안보이나 계속 체크할 수도 없고…
그냥 복사기나 끌어안고 있어야지 쳇…
젠장 날씨가 더우니까 넥타이도 귀찮다…
넥타이 안매고 출근해도 안되나…?
[피부장의 일기]
6/21 (수) 날씨 모른다니까…
우씨… 오늘 갑자기 모주라씨의 치마가 길어졌다.
어제 내 시선을 의식한 것은 아니겠지…?
내일이라도 다시 그 짧은 치마가 돌아와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인데
또 모르지. (바지를 입고 올지도…)
영업팀 미스 강이라나 그 뇬은 오늘 뭐 아주 빨가벗고 왔드만.
쫄티 입은 가시나들이 부라쟈 끈 보여주는 거야 종종 봤지만…
(뇨자들은 부라쟈 끈이 보이는 게 별루 신경이 안쓰이남? 남자들은
홱홱 돌아가는데…)
하늘하늘 야실야실한 옷으로도 부라쟈가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깨달았다~
유니폼 입지 않은 우리 회사 만세~
사장님 감사함다~
그 뇬 오늘 회사 남자직원들의 눈초리를 한몸에 받고 댕기느라
신경깨나 쓰였을 것이다…
에어컨이 확 고장나버리면 사무실에서도 훌렁훌렁 벗고 있을텐데
말이지…
그나저나 딸뇬이 날씨가 덥다고 자꾸 교복 치마를 걷어입더라고…
화냥년이 될라구 그러나 원… 내일도 그러면 다리 몽뎅이를 뿐질러
버려야지.
우연찮게 지난 주에 나도 자리를 옮겼다.
뭐 이상한 글로벌 어쩌구 하는 자회사(???)를 하나 어케어케 한다나 뭔다나 해서
자리를 좀 확보해주려다보니 이리저리 궁리하던 끝에 몇몇 사람이 자리를 이동했는데,
뭐 예전보다 딱히 나빠질 건 없지만 책상을 넓게 썼다가 좁아진 건 살짝 불편하고
창가로 옮겨간 건 딱히 좋을 건 없는 것 같아도 창문 열어놓으면 시원한 바람 들어서 좋은 것도 같고
문제는 에어컨(천장형) 바로 아래라서 냉방병 걸릴지도 모른다는.
가디건 같은 거 하나 입고서 여름을 나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