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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마흔여섯번째

2008년 9월 7일

[봉대리의 일기]

8/18 (금) 흐림

오늘 부모님이 일주일 예정으로 해외여행을 떠나셨다.
아버님 환갑때 변변히 해드린 것도 없다고… 형제들이 돈모아 마음모아
(마음은 별로 필요없고 돈만 많이 모이면 됐다) 부모님 해외여행이나
시켜드리고자 한 탓이었다.
탓…? 단어선정이 매끄럽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
아니지 일기는 나혼자 보는건데 사과할 것 까지야.
근데 요즘 내 일기를 누가 본다는 헛소문이 자꾸 돌아서 말이지…
어쩌다보니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 둘째형이 부모님과 동행해서
안내역도 겸하기로 했고 (그대신 돈을 제일 많이 뜯어냈다)
나머지 형제들이 백 정도씩 각출했다.
효도하는 거니까 기분좋게 내놓도록 하자.
대빵 큰형의 말에 다들 살살 기었다.
가정에도 위계질서가 확립되야 확실히 편하다니까.
부모가 한마디하면 자식이 열마디 하는 집안 구석이 뭐 제대로 돌아
갈라구?
공항에 우르르 나갈 필요 없다구 그래서 어제 시골에서 올라오셔서
둘째 형네 집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만 드리는 것으로 때웠는데…
막상 비행기 뜰 시간이 되니까 공항에 나가봤어야 되나… 걱정되네…
피부장은 자식 들여보낸다고 하루를 제껴버렸는데 말이지…
오늘 이산가족들 나가고 들어오는 날이라 하긴 무지 복잡했을끼야…
그리구 나가서 얼굴 보면 또 장가가란 소리나 하시겠지 뭐.
에유… 능력이 안되는걸 워쩌라구.

[피부장의 일기]

8/18 (금) 꾸리함

오늘은 아덜내미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저번 휴가때 한국으로 델구 들어와서 한달도 채 같이 못있었다.
담주나 주말께 들어가라고 그랬더니 담주에는 개학 준비도 해야되고…
주말에는 좀 쉬어야되니까 금요일에 출발해야된다고… 박박 우기는
거다…
관련정보에 따르면 이놈시키 걸프렌드 생일이 일요일이라는…
딸라빚 내서 공부하라고 미국 보내놨더니 백마나 꼬시고 있어?
이눔 몇년 지나서 백마탄 왕자 되서 돌아오면 그것도 걱정이네.
워쨌든 비행기 시간이 애매해서 회사 출근했다가 공항 나가면 의자에
엉덩이만 한번 붙이고 나올 것 같아 포기하고…
공항에서 돌아오고 나면 회사에서 또 엉덩이만 붙였다가 나올 것
같아서 바로 퇴근해버렸다.
이눔시키 몇달이나 부모 떨어져있을라는 놈이 쌕쌕 웃으면서 대디 마미
빠이빠이 그러구 나가네.
쓰글눔. 부모한테 욕을 하고 나가다니.
그래두 하나뿐인 아덜내미라고 마누라쟁이는 울고… 딸년은 내가
외국 나가면 이렇게 안 울 거라는 기지배들 특유의 피해의식적 발언을
내뱉고… 거기에 멍청한 마누라쟁이는 당연하지! 라고 대꾸하는 바람에
사건이 극단화하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별탈없이 집까지 왔다.
아직 꼬추에 털이 났는지 안났는지도 모를 어릴 놈인데도 그래도 아덜이
든든한 건 어쩔 수가 없나부다 근데. 나도 어딘가 허전하네.
그런데… 백마가 그렇게 좋은가?

SIDH’s Comment :
나름 부모와 자식을 대비해가면서 써본 역작(?)인데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지 아마.
이때는 꿈도 못 꿔보던 일인데 (이거 쓸 당시에 회사에서 얼마 받았더라…) 불과 몇 년 지나서 정말 부모님 해외여행 가신다고 얼마 보태드리고 그렇게 되더라.
이때는 외국땅 한번 못밟아본 촌놈이었는데 이제는 일본도 가보고 유럽도 가보고.
세상 다 그렇고 그렇게 사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