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8/2 (수) 날씨 조타
기어이…
아침에 황대리가 출근하지 못했다.
이 좌식이 연락도 없이 안나오냐고… 이젠 간이 부어서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라고 피부장이 한바탕 굿판을 벌렸다.
잡귀야 물러가라~
이참에 전유성 씨가 사무실 구석구석에 소금도 좀 뿌리고…
뭐든지 할 때는 확실하게 해야쥐…
핸드폰 쌔려봐! 핸드폰 꺼놨는데요…
집으로 전화해봐! 집에도 아무도 안받는데요…
마누라쌔끼까지 델구 튄 거 아냐?
부장이라는 사람 입에서 한다는 소리가…
뭐 공금횡령한 것도 아닌데 튀긴 어딜 튀겠누…?
그순간 울려퍼지는 조나벨소리.
벌렬렬렬렬~ (야하기도 하여라)
네 기획팀 지화잠다. 어머 황대리님. 어머. 어머. 어머어머어머.
전화를 받은 지화자 씨는 아뭇소리도 없이 어머만 연발했다.
저 년 왜 저래. 미친 거 아녀?
아 진짜 부장이라는 사람 언어생활 문제 많네.
부장님부장님부장님! (여자들은 왜 꼭 흥분하면 세번씩 부르지?)
황대리님이 아들 낳았대요!!!
뭐 황대리가 아들을 낳아!
나는 지금까지 그놈이 남자인줄 알고 있었는데…
애 낳았다는데 화는 못내겠고 어정쩡한 피부장의 표정… 예술이더군.
그…그래? 언제 낳았남?
방금 막 낳았는데요, 체중이 5키로구요… (그게 애기냐…?)
떡두꺼비처럼 생겼대요…
그럴리가… 황소개구리겠지…
어쨌거나… 결혼도 하니까 애도 낳고… 그렇게 되는구만…
예정일이 8월이란 말은 그러고보니 기억나네…
근데 좀 기간이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낳았는가벼…
조케따…
[피부장의 일기]
8/2 (수) 날씨는 뭐…
어제 퇴근 무렵에 황대리한테 일을 좀 시켰더니,
쫘식이 입술을 삐죽거리더라 이거야.
엇쭈 네놈이 이제 뵈는게 없구나.
물어뜯어버릴라다가 참고 나만 먼저 퇴근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출근해보니 황대리가 안나와있는기야.
일은 끝내놨나? 뭐 내 책상에 올려놓고 퇴근하기는 했는데 앞에 세워
놓고 빨간펜 선생님 노릇을 해도 할 거 아냐?
나 혼자 빨간펜질 하면 무슨 재미로 이걸 하나?
황대리 잡아오라고 노발대발 날뛰었건만 이노무 부하직원들은 꼼짝도
안하고 나만 쳐다보네.
분노의 칼바람을 아직 제대로 못본 모양이로군~
그제서야 여기저기 전화도 해보고 하더만… 연락은 끊겨있고…
이 짜식이 내 꼴 보기 싫어서 어디 도망친 거 아냐…?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황대리란다. 근데 지화자씨는 어머어머어머만 연발하지 무슨 대꾸가
없다.
조 뇬이 입을 꼬매버렸나 말은 왜 어머밖에 못하지?
근데 돌아선 지화자 씨의 입에서 충격적인 발언이…
부장님 황대리님이 아들을 낳았대요~
뭐라고!!!
아니 나는 그놈이 남자인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애기를 낳았으면 오늘은 꼼짝도 못하겠군…
내일은 그래도 나오겠지…
지가 몸푸는 것도 아닌데 내일도 안나오기만 해봐라…
오늘은 빨간펜질도 못하겠네 아쒸…
지금 우리 회사에 임신(본인 or 마누라) 중인 사람들이 둘 있는데
올초에 결혼하자마자 임신에 성공한 여직원은 분위기를 보니 출산 전에 회사를 그만 둘 것 같고
작년에 결혼해서 올초에 마누라가 임신한 남자직원은
마누라 입덧 공세에 고생고생하다못해 장염 걸렸다.
아아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더라.
뭐 당사자들은 그래도 좋기만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