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8/31 (목) 흐림
오늘이 휴가 마지막날이다.
솔직히 말하면,
갑자기 회사에서 전화와서 지금 당장 회사로 나오라고 할까봐 상당히
걱정이 많았다.
뭐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하다고 ‘니가 없으면 안돼…’ 이런
전화가 올 리는 없겠지만,
피부장 심술꾼이 갑자기 2년만에 휴가를 얻은 내가 방구석에서 딩가
딩가 하고 있는 꼬라지가 싫어서 냅다 전화를 걸어올 확률은…
있었다.
전화기 코드를 뽑아버리고 핸드폰 빠떼리도 빼버릴까 궁리는 많이
했는데…
부모님이 전화했다가 무슨 사고라도 난 줄 알까봐… 그렇게는
못했다.
그나저나 휴가 그냥 이렇게 보내버렸네 씨…
인천 앞바다라도 가볼 걸 그랬나.
발가락이라도 담가보게…
오늘은 그냥 시내 개봉관 돌아다니며 텅빈 좌석을 만끽했다.
방학도 끝나고 휴가철도 끝나니까 극장이 확실히 조용하더라구.
근데 영화 잘못 골라서 개피만 봤다.
쓸만한 영화를 나에게 다오~
영화 팬이 된지 어언 십여년…
사랑과 영혼 이후로 나를 울리는 영화가 이렇게 힘들단 말이냐…
남들은 날 보면 액션영화 (특히 성룡) 뭐 이런 거 좋아할 줄 아는데…
나는 구세대라서.. 극장에서 울고나오지 않으면 개운하지가 않은
사람이라…
근데 이젠 머리가 굵어져서… 남들 다 찔찔 짰다는 ‘편지’ ‘약속’도
별루별루…
사람은 그렇게 나이를 먹는 것인가.
아따 오늘 일기도 갑자기 철학적이 되네.
군대 있을 때 휴가 마지막날이면 급우울해지고 그랬었는데
회사 다니면서도 휴가 마지막날이면 급우울해지는 건 마찬가지.
마침 오늘로서 지난 주부터 거의 2주간 이어지던 회사의 휴업 아닌 휴업이 끝나고
내일-월요일부터 출근해야하는 처지라
마지막 휴가날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 중.
에효 한탄하면 뭐하나.
새로운 해의 시작이다 열심히 일하자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