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9/22 (금) 흐림
금메달은 연일 나와서 기분 괜찮은데,
주식은 연일 떨어지고 있으니 그거 참 미치겠네.
코스닥은 70이라는 생소한 숫자를 기록하고 있더군.
다시 올라갈 호재도 없다고 그러던데. 자생력은 더더구나 없고.
코스닥 시장이라는 거 자체가 아예 없어지려나보다.
그래 판갈구 다시 하지 뭐.
오늘 들려온 따끈따끈한 소식에 의하면,
벤처기업으로 잘나가던 친구 놈 하나는 기어이 부도를 내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더군.
구렝이같은 사업가들은 지 먹을 거 다 챙겨놓고 부도내지만 이놈은
초짜라 분명 알거지 됐을텐데…
야아~ 요즘 같으면 지랄같으나마 회사에 붙어있는게 영 괜찮구만.
다행히 우리 회사는 그다지 불황 소리는 안 듣는 편이고…
주가가 좀 떨어져서 그렇긴 한데 뭐 우리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냐… 아무리 그래도 역시 공무원이 최고인 거 같애…
어릴 적에 아부지가 왜 그렇게 공무원을 시키려고 했는지 요즘 들어서
이해가 팍팍 오고 있다니까…
[피부장의 일기]
9/22 (금) 흐린 가을하늘에에~ 편지를 써어~
주가가 잘도 떨어진다.
부도나는 회사도 요즘 제법 되겠다.
옛날 아버지 회사 부도나구 (정확히 말하면 사채 돌리다가 뒷통수
맞은 거지만) 그 서럽던 시절이 새삼 생각나누만.
우리집은 가난합니다. 우리아부지도 가난하고 우리어머니도 가난하고
우리가정부도 가난하고 우리운전수도 가난하고 우리정원사도 가난하고
우리가정교사도 가난하고 우리집 개 13마리도 가난하고 나도 가난합니다.
그 시절 내 생활이 딱 이 모양이었는데.
그래두 매끼니 고기 먹다가 하루에 한번 먹을라니 죽겠더라구.
하여튼 부도내는 놈들은… 지 먹을 거 다 챙겨놓고 부도내고 배째라
식으로 나온다니까…
부도내는 놈들은 사형에 처해버리던지 해야돼… 어디서 남의 돈을
그냥 꿀꺽 먹으려고…
울 회사는 아직 안전한가…?
사장이 깡패처럼 보이기는 해도 (어쩌면 깡패처럼 보이는 탓인지도
모르고) 여기저기 인맥이 괜찮은가봐.
누구처럼 대출압력같은 거에 연루되도 수사 나오는 사람도 없고…
대통령을 직접 업기라도 했을라나?
구제금융 받고 1년 가까이 지낸 시점인데도
저때도 꽤 살기가 팍팍했었나보다.
뭐 요즘같기는 하겠냐마는.
엊그제 김소장이 말하던데
IMF가 맹장염이었다면 이번 경제위기는 위암3기쯤 된다고.
그 말이 참 맞는게
맹장염은 (특히 급성일 경우) 갑자기 아프기 시작해서 아플 때는 정말 죽을 것 같지만
어쨌든 시기적절한 치료(배를 째고 필요없는 맹장을 도려내야되지만)를 하면 낫기는 낫는 병인데
위암3기쯤 되면 이게 안에서 썩어나갈 동안 별로 신경도 안쓰다가
이제야 위암3기라고 하면 아니 여태 멀쩡하게 살았는데 무슨 암? 이러구 있는 거니까.
어쨌거나 당분간 좋아질 기미는 전혀~ 안보이니 어떻게든 버티기라도 해야.
돈 있으면 금이나 유로화를 사놓으라는데 돈도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