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7/5 (수) 쨍쨍~
우씨…
하루종일 화딱지가 났는데 돌이켜생각해봐도 진짜 화난다.
아침에 출근했는데 전유성 씨가 그러는게 아닌가…
오늘부터 인터넷 못쓴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유분수지.
뭐? 왜 인터넷을 못해?
아 씨 어떤 또라이같은 자식이… 인터넷으로 회사 기밀이 유출된다나
어쩐다나 그런 씨잘떼기 없는 소리를 위에다 한 모양이에요… 위에서
깜딱 놀라갖구… 당장 인터넷 못쓰게 하라고… 엄명이 떨어졌어요…
참 웃기지도 않아…
진짜 웃기지도 않았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박찬호가 10승에 세번째 도전하는 역사적인 날이
아닌가 말이다.
인터넷 생중계를 볼 양으로 희희낙락 즐겁게 출근했는데…
그걸 못보게 하다니…
네놈들이 사람이냐 짐승이냐~
아니 회사 기밀이 유출되는 거 좋아하시네. 아 경쟁사 비밀을 받아
오기에도 좋잖아 인터넷이.
그리구 전산실에 방화벽이랑 구축 잘해놓으면 되잖아… 나 이런…
돈 쓰기 싫으니까 씹숑들…
근데 인터넷 안하니까 진짜 살맛 안나는구만…
특히 주식 투자하는 종자들…
거의 사무실에서 시체처럼 썩어가드만… 몰래 전화통만 붙잡고
말이지…
하긴 주식 관리하는 우리 부서도 전화통 붙들고 주식 챙겨야 되는
판국이니…
아 꼴통같은 회사… 진짜 지겨워진다.
[피부장의 일기]
7/5 (수) 맑고 더움
어제 저녁 갑자기 급한 회의가 소집된다며 시끌시끌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평소 출근시간보다 두시간이나 빨리 회의를 소집하더라구.
그래 투덜투덜 나와서 회의에 참석했더니… 뭐 경쟁사로 우리 회사
기밀이 자꾸 유출되고 있다나…
기밀이랄 거나 있나 젠장… 부사장이 또라이라는 거하고… 이사가
깡패라는 거… 그런 거겠지…
우쨌든 분위기는 숙연해지고… 도대체 어떤 놈들이 기밀을 유출시키는지
잡히면 가만안두겠다는 (부사장이 그랬으니까… 진짜 잡히면 가만
안놔둘 꺼다) 엄포가 횡행하고… 아침부터 죽을 맛이었다.
하품은 자꾸 나올라고 그러는데 공포분위기에서 입도 뻥끗 못하겠으니
원….
그러다가 느닷없이… 당장 회사에서 인터넷을 끊어버리라는… 별
개짝같지도 않은 소리가 떨어졌다…
인터넷 이메일로 기밀이 유출된다며… 당장 막아…
옛… 근데 그거는… 굳이 인터넷을 막지 않아도 방화벽을 구…
전산실장이 황급히 뭐라고 하려고 했으나 부사장이 대뜸 그 말을
막아버렸다.
막아 썅~
네~
쓸데없이 돈쓸 궁리 하지말고 무대뽀로 가는 거야, 무대뽀! 엉!
(지가 무슨… 송강호냐…)
이리하야… 인터넷으로 주식을 살피던 좋은 시절도 끝나고…
오늘 박찬호 선발경기인데 700 서비스에 전화해서 경기실황이나
듣고…
인터넷 끊어지니까 근데 진짜 할 일 없네…
보나마나… 한 이틀 끌고가면 어슬어슬 도로 풀릴테지만…
이 깝깝함이 싫다고 난…
지금이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인터넷이 사무실에 보급되던 초창기에는 이런 소리가 적지 않았었다.
인터넷이 생겨서 회사기밀문서들이 외부로 쉽게 유출된다고…
뭐 생각해보면 전혀 일리가 없는 이야기도 아니긴 한데
인터넷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인 요즘 들으면 왠지 웃긴 이야기가 되어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