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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마흔두번째

2008년 8월 17일

[봉대리의 일기]

8/10 (목) 맑음

오널은 말복.
입추도 지났고 하니 이제 남은 복날 하나(광복절)만 넘기면 더위는
한풀 지나가는가 보다.
회사 근처에 개고기 파는 집이 새로 생겼다구 그래서 울라울라
달려가봤는데 맛도 별루더만.
어디서 치와와 새끼들이나 잡아다 파는 거 아닌지 몰라.
복날 값 하느라고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푹푹 찌는 느낌이고…
점심에 먹은 개는 뱃 속에서 멍멍 짖는지 속도 더부룩 답답하고…
일할 맛도 안난다 아쒸…
번갯불에 콩 보까먹듯 휴가를 마치고 온 황대리는 자기가 휴가를
갔다 왔는지 안갔다 왔는지도 헷갈린다며 멍청한 표정이다.
나는 아직 휴가 멀었는데…
더위 다 수그러들면 휴가 가겠지…
그래도 어디 가긴 가야지…?
어딜 갈까?
아무데나 배낭 하나 짊어지고 무작정 떠나볼까?
기차도 좋고~ 버스도 좋다~
그것도 아니면~ 걸어도 좋다~
떠나자~ 먼훗날 들려줄 추억을 만들기 위해~
떠나자~ 먼훗날 들려줄 젊은 날의 시간을 위해~
아뭏든 떠나자~
오랜만에 옛날 즐겨부르던 노래가 생각나는군.
이거 부를 땐 진짜 아뭏든 떠나도 좋을 그런 시절이었는데…
이젠 삭신이 쑤셔서 원…
집에서 스타나 해야지 휴가라고 별 수 있나…

[피부장의 일기]

8/10 (목) 햇볕 쨍쨍

텁텁한 개새끼를 먹었더니 입만만 구리네.
말복이랍시고 새로 생긴 개집 가서 영양식을 먹어줬는데…
그냥 넘어가는게 차라리 나을 뻔 했다. 우쒸…
역시 개는 집에서 막 키운 놈을 모가지 매달아 직접 잡아야…
재작년인가 집에서 암캐를 키웠더니…
때가 되니까 수캐들을 매일 한놈씩 차고 들어오더라구…
능력있는 개쉐이… (개년이라고 그래야되나?)
하여튼 집에 들어오면… 일단 잡아 묶은 다음에…
그래도 양심은 있으니까 일주일 정도 주위 공기를 살핀 후…
아무도 찾지 않는 개새끼다… 그러면 뒷산에 끌고 올라가 김사장
조이사 강부장이랑 배부르게 뜯곤 했었는데…
젠장 한번은 재수없게 비싼 개 한마리를 잘못 건드려갖구…
딱 잡아먹고 나니까 개 찾는다고 왔드라구…
그렇게 비싼 개라면 진작 찾아야지 왜 일주일이 훨씬 넘어서 찾냐구…
개 찾으러 온 사람한테 차마 먹어버렸다는 말은 못하고… 우리 개랑
한판 뜨다가 복상사 했다구 그랬더니… 바보같은 놈이 믿더군…
시체를 보여달라구 그러길래 그냥 뒷산 어디에 묻어버렸는지 모른다구
그랬지…
짜식들이 우리 개가 새끼 낳으면 한마리 달라구 그러고 그냥 가더군…
근데 이노무 개새끼가 낳는 족족 똥개같은 것만 낳으니 어디 가져다
줄 수가 있어야지… 아무리 우리 개는 잡종이래도 그놈은 순종 비싼
개였는데…
결국 한마리 사다줬잖아…
개새끼 졸라 비싸드만…
하여튼 그후로 돌아다니는 개새끼 잡아먹는 짓은 그만 뒀는데…
이렇게 맛없는 개를 먹으면 또 그 충동이 쏠리지…
암캐를 한마리 또 키워봐?

SIDH’s Comment :
올해는 어쩌다보니 복날마다 삼계탕이던 뭐던 꼬박꼬박 잘 챙겨먹은 편인데
개고기는 못먹어본 지 좀 된 거 같다.
일부러 안먹지도 일부러 먹지도 않는 편이라 누가 손내밀어 데려가지 않으면 먹을 기회가 없기도 하지만.
면복이는 잘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