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장의 일기]
8/30 (수) 흐림
봉대리 휴가 사흘째.
모레부터 이 넘의 꿀꿀한 얼굴을 다시 봐야 된다.
여전히 맘에 안드는 놈이긴 한데…
오늘, 기획실에 암적인 존재라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했던
봉대리의 진가를 발견하는 일이 터지고 말았따.
이름하야 긴급보고!!!!
본인은 평소에 보고서 많은 회사 보고서로 망하리라 라는 신조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울 회사는 조만간 보고서에 깔려 망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기대도 하지 않았던 보고서가 하나 떨어졌다.
최근 주식동향과 울 회사의 현재 투자전략 보고서!!!!!
아니 최근 주식동향이야 경제신문에 잘 나오고 있고,
회사의 투자전략을 사장이 모르나?
그걸 왜 기획실에 물어보는데?
물론 주식은 우리가 관리하긴 하지만서두.
윗대가리들이 (본인도 조금 발을 담그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끔 기도 안찰 때가 많다니깐.
하여튼 내가 기적적으로 특사부로부터 지켜낸 모주라 씨에게 빨랑빨랑
작성하라고 일을 맡겼다.
어, 근데 버벅거리는 고야.
능력있는 직원 어쩌구 칭찬은 화려했는데 갑자기 닥친 보고서에 쩔쩔
매는 모습을 보니 회의가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분명히 능력은 있는 친군데,
보고서를 해본 경험이 없으니까 어떤 식으로 말을 맞춰내야 될지를
모르더라구.
봉대리가 그거는 캡이었는데.
정말, 자세히 꼼꼼히 읽어보면 내용은 하나도 없는 보고서를
화려한 문장력과 엄청난 도표로 대단한 내용인양 포장해내는 기술은
봉대리를 따를 자가 없었느니라.
어차피 주식동향이나 투자전략에 새삼스러울 말이 있겠냐고.
모주라 씨 A4지로 딱 세장 만들더니 쩔쩔거리는데…
봉대리 같으면 스무장은 빽빽하게 채웠을 거야.
무작정 보고서 두껍게 만들어오라는 윗대가리들도 문제있지 솔직히.
그렇게 두껍게 만들어오라고 해놓고… 요약해달라는 소리는 왜
하는 거지?
예나 지금이나 나는 보고서 형식 갖춰서 뭐 해라 이런 거 아주 싫어함.
사실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머리 속에 다 들어있는 이야기를
흔한 말로 눈에 보기 쉽게 풀어달라 이건데…
어디 외부업체에 브리핑용으로 가져갈 것도 아니고 앞뒤 다 아는 사름들끼리 이빨 부딪히는데 그런 형식이 왜 필요해.
보고서만 주구장창 쓰다 망하는 회사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