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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1968)

2000년 9월 6일

어렸을 땐 TV에서 하는 뮤지컬을 꽤나 재밌게 봤었다. 어려서 그랬나. 하여튼 요즘도 방송국에서는 어린이날 특집 뮤지컬 이따위 것들을 꾸준히 기획해내고 있긴 하니까. 영화는 아니지만 윤복희가 피터팬을 맡고 최유리가 웬디를 맡은 <피터팬>을 재밌게 봤던 기억도 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컬이 역시 이 <올리버>다. 올리버 트위스트를 원작으로 삼은 이 뮤지컬은 캐스팅부터 순진하고 착하게 생긴 올리버와 까질만큼 까진 도저, 험악하지만 왠지 불쌍한 페긴과 악당 빌 등 나무랄데가 없고 (그 당시 낸시역을 맡은 배우가 좀 늙어보여서 실망했던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래때문에 캐스팅한 모양이다)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들도 정말 맘에 들었었다. 올리버와 꼬마들이 낸시에게 부르는 “I’d Do Anything”과 페긴이 부르는 “Reviewing Situation”은 한동안 우리 형제의 기억에 남아있는 노래였고 (영화음악 프로에서 이 좋은 노래를 안틀어준다고 분노했던 기억이 있다) 일명 “꽃사려”인 “Who Will Buy”는 방송에서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노래다.
지금 다시 보면 뭐니뭐니해도 명곡/명장면은 도저가 올리버를 페긴 일당으로 유혹할 때 나오는 “Consider Yourself”인데,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있을 수 밖에 없는 장소적 제약이 영화에서 사라지는 점을 십분 활용하고, 또 공간의 협소로 무대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특성을 영화에서도 제대로 살려낸 군무가 아주 인상적인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