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이라는, 조금 비상식적인(몰상식한?) 감독이 있다면, 그와 콤비를 이뤄서 영화음악을 만들어내는 작곡가도 역시 그만큼 비상식(몰상식?)해야할까? 대니 엘프먼이라는 작곡가를 보면 그 말도 일리가 있게 느껴진다. 엘프먼의 음악은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을씨년스럽게 만들어놓고, 그 뒤에서 키득거리는 듯한 묘한 감성을 자랑하는데, 팀 버튼이 화면으로 저지르는 짓을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이랄까, 그런 모습이 썩 어울린다.
대니 엘프먼은 영화음악가이면서 동시에 록뮤지션이기도 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는데, 영화
그가 처음 “메이저급” 영화음악을 맡은 것이 팀 버튼의 <피위의 대모험>이었고, 그뒤 팀 버튼의 음악을 꾸준히 맡아주고 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음악은 <가위손>과 <크리스마스의 악몽>인데, (공교롭게도 모두 눈(雪)과 관련이 많은 것들이다) <가위손> 스코어에서 형상화되는 에드워드의 모습은 영화를 보지 않고 음악만 들어도 상상이 될 정도로 정교하다는 느낌을 준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저 인간이 록그룹의 일원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편의 뮤지컬 다운 감성을 일궈내고…
SF물이나 코미디류에서 그의 독특함이 빛을 발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굿윌헌팅>이나 <패밀리맨> 같은 최근작에서도 그의 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의 음악적 세계를 좀더 폭넓게 맛보고 싶은데, 혹시 또 그룹을 결성할 계획은 없는지 모르겠다.
대니 엘프먼
2002년 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