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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2003년 6월 29일

단어장이란 메뉴를 추가하면서… 가장 먼저 들어갈 단어를 뭘로 할까 고심하다가… “홈페이지”를 선택했다. 1998년 12월에 처음 만들어서 웹에 올려놓은 후, 평범한 노가다쟁이로 살 작정이었던 내 인생을 지금 요모양 요꼴로 바꿔놓은 일등공신이 바로 홈페이지이니, 어쩌면 현재 시점에서 내 삶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단어가 “홈페이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겠는가.
하지만 간혹, 이 홈페이지가 나라는 인간을 잘못 포장해서 알리고 있다는 생각도 불끈불끈 들곤 하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이 홈페이지를 통해 내가 무슨 대단한 전문가라도 되는양, 뻐기고 있는 탓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몇년전에는 모 라디오방송에서 영화음악 소개하는 코너를 하나 제시하기도 했었고…(전문가가 아니라고 섭외과정에서 제외당했다) 희귀음반이나 희귀비디오, 건담프라모델이나 천녀유혼 관련 자료 등을 “당연히 있으려니 생각하고” 나에게 묻거나 요구하는 메일은 지금껏 심심찮게 날아오고 있다. 영화는 주말의 명화로나 보고, 영화음악은 라디오에서 녹음한 테잎 정도고, 건담은 딱따구리문고 수준에 천녀유혼은 그냥 좋아한다 뿐인 나인데 관련 홈페이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점수를 높게 주는거 아닌가.
하여, 앞으로는 홈페이지에서 전문가 흉내, 이를테면 내가 잘 모르면서 그저 아는 척 하려고, 내지는 구색이나 맞춰보려고 넣어놓았던 이야기들은 빼고, 내 목소리, 내 색깔이 들어있는 컨텐츠만으로 구성하겠다는 의도로 이번 홈페이지 개편을 시작했고, 단어장도 그런 의도/컨셉에서 추가되었다. (사실 이런 컨셉은 홈페이지 초창기부터 제시되었던 컨셉인데, 운영하면서 많이 흐려졌던 게 사실이었다)

앞으로 이 “시대의 홈페이지”는 어떤 전문적인 지식을 전하는 곳이라기 보단 내 개인의 공간을 지향하려고 한다… 내 오랜 숙원인 “방문객 숫자 떨어뜨리기”에 이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어디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