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바리들의 꿈의 향연. 일명 우정의 무대. 상병 고참일 때 우리 부대로 우정의 무대 공연이 들어왔다. 흔히 말하는 2부 스트립쇼 등에 솔직히 기대가 컸는데 그런 건 없었다. 하여튼 뭐… 방송 하거나 말거나 별루 신경 안썼는데 위에 말한 염 상병(당시 계급)이 나보고 방송 출연 한 번 해보겠냐고 물었다. 도전 7관문!이라고 전 장병을 대상으로 7관문을 통과한 한 장병만 뽑아 부대 최고의 장병으로 뽑아 시상하는 코너가 있는데, 야외에서 촬영하는 3단계는 “가라”로 찍고 미리 4단계부터 무대에 올라갈 12명을 선발한다는 얘기였다. 대대별로 3명 정도 키크고 보기 괜찮은 장병을 뽑아서 정훈관실로 올려보내주면 거기서 알아서 12명을 추리겠다는 공문을 받은 모양이었다. 짜식이 유네스코를 떠나서 고참을 생각해준다길래 다른 쫄병놈 둘하고 묶여서 일단 내 이름도 명단에 올라갔다. 솔직히 기대 별루 하지 않았는데, 정작 야외촬영을 (그러니까 “가라촬영”) 한답시고 활주로에 전장병을 모아놓더니 명단이 올라온 스무명 정도만 따로 불러내는 것이었다. 뭐 자기들이 가려내기 힘드니까 짬밥 순으로 (너무 고참 또는 너무 하참) 알아서 빠지랜다. 알아서 빠지다보니 애매꾸리한 짬밥인 상병 왕고인 나는 남았다. 아자 방송출연!!!
그날 1,2,3관문에 얼굴만 잠깐씩 내밀면서 촬영을 마치고, 방송 당일 미리 집결해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그 코너를 보조 진행할 아역 탤런트 김수정 양(자기 키만한 곰인형을 안고왔다. 좀 빨아서 갖구 다니지…)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구 방송 시작하자마자… 첫관문(그러니까 방송 상으로는 4번째 관문)에서 떨어졌다.
나중에 TV로 방송할 때는 내무반 당직이어서 볼 수가 없었는데 마침 또 그날 부대 전체가 정전이 되는 날이었다. (나만 못보는 거 아니네~) 그런데 오후부터 갑자기 전화가 빗발치듯 오는 거였다. 제대한 사람이 너 봤다며 전화하고, (아니 그 짧은 출연시간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지로 전출간 쫄병놈이 백상병님 봤다며 전화하고,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다가 교육사에 교관으로 발령받아간 장 중사님도 전화하고, 하여튼 무지하게 인사 많이 받았다. 아 방송의 위력. (그런데 우리 외갓집은 내가 나오는 줄 알고서도 나를 못봤단다)
우정의 무대 이야기가 이렇게 간단히 끝나면 섭섭하지… 그것도 출연이라고 기념품 받았고, 방송 1주일 정도 지나서 부대 홍보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며 전 출연자들은 2박3일 특박을 나가라는 단장 지시가 떨어졌다. 그래서 나갔으면 얼마나 좋아. 그때가 마침 쫄병 하나 뺏기고, 새로 쫄병 받고, 또 연말이라 보고서(특히 3급비밀로 내가 직접 작성하는 300페이지짜리 보고서가 있다) 작성도 잔뜩 밀려있는데 가긴 어딜 가? 요거 미뤄놨다가 나중에 가면 안되냐고 했더니 염 상병이 택도 없는 소리 하지말랜다. (나쁜눔의시키… 유네스코 사건의 복수인가?) 그래서 연말연시를 밖에서 보낼 수 있었던 우정의 무대 특박은 날라갔다. 아 행정병의 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