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군대에서 축구들을 많이 하는데, 우리 대대는 농구하고 소프트볼을 많이 했다. 소프트볼이야 여전히 나는 부동의 2루수였고, 농구는 기력이 팽팽할 적에는 주전 센터 자리를 갖고 있었는데 병장이 되고 힘이 딸리니까 쌩쌩한 쫄병 놈들한테 많이 부족했다. 내가 1내무반이던 시절 우리 내무반의 주전 멤버는 나, 염병장(바로 윗글, 유네스코 사건의 주인공), 김상병, 정상병, 오일병이었다. 키 하나는 확실해서 파리채 블로킹을 자랑하는 나와 엄청난 등빨로 파울성 짙은 골밑슛을 날리는 오일병이 더블 포스트를, 드리블과 슛이 좋은 염병장이 스몰포워드를, 이상민과 중학교때까지 함께 농구를 했다는 김상병이 슈팅가드를, 말로만 송곳패스를 자랑하는 정상병이 포인트가드를 맡았는데 별로 이겨본 기억이 없다. 당시 우리팀의 닉네임은 NBA 드림팀에 맞서서 ‘나이트메어 팀’이었다.
방위병이 없어지면서 현역입영자의 숫자가 늘어나자 우리 대대도 내무반을 하나 증가시켜야만 했다. 나는 새로 생기는 내무반에 기존 내무반에서 몇 명씩 차출해서 떼어주면 이동도 적고 간편하지 않냐고 항의했지만 군대에서 항의하면 맴매밖에 돌아오는게 없다. 결국 우리는 기존 내무반 편성을 완전 무시하고 새로 내무반을 싹 다시 짜야했다.
골치아프게 여기저기 애들 나누기 귀찮았던 나를 비롯한 내무반장들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 순서대로 애들을 골라먹는 ‘내무반원 따먹기'(좋게말하면 드래프트)를 시작했다. 그러나 ‘나이트메어 팀’에 한이 맺혀있었던 나는 다른 내무반장들이 착한 애나 마음맞는 애들을 고를 때 무조건 운동 잘하는 애들만 찾았다. 그 결과 187cm의 최장신 센터 김상병과 슈팅가드 차병장, 슛이 좋은 포워드 표상병과 황상병을 죄다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나이트메어 팀’ 멤버는 정상병 하나 남겨놓았다.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놈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그랬는데… 멤버가 막강해지긴 했는데… 내가 후보로 밀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도 소프트볼에서는 여전히 부동의 2루수를 지켰고, 농구는 그 멤버로도 가끔 지고 그러더라만 (그러면 나는 나를 후보로 썩이니까 졌다고 하나마나한 푸념을 늘어놓고) 소프트볼만큼은 2,3,4내무반이 연합으로 덤벼도 한번도 꿀리지 않았다. 그래서 얻어먹은 과자도 엄청났으니까. 우하하하!! (고작, 과자 부스레기를 먹으려고… 군바리는 하여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