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록 The Rock (1996)
제게 있어서 에드 해리스라는 배우를 처음 각인시켜준 영화죠… 또한, 그때까지 헐리웃영화에 나오는 악당들은 전부 매력없는 꼴통들일 뿐이라는 저만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동정심이 가는 악역을 설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특히나 <더 록>에서 에드 해리스가 인상에 깊게 남았던 것은, 영화가 시작한 후 처음 몇 분을 완전히 에드 해리스의 카리스마로 장악해버리기 때문이죠… (그 다음에 나오는 니콜라스 케이지나 숀 코넬리조차도 뒤집기 힘든…) 에드 해리스가 인상이 뭐 그리 순하게 생긴 편은 아니라서 (<스텝맘>에서의 에드 해리스를 보고는 거의 경악할 뻔 했음) 악역 비스무레한 역할을 자주 맡는 편이지만, <더 록>에서의 인상이 워낙 좋아서 어지간한 악역은 그냥 좋게 봐주게 되더군요.
2. 에너미 앳 더 게이트 Enemy At The Gates (2001)
에드 해리스 나온 김에 하나 더… 포스터에도 나오지 않긴 하지만 (조셉 파인즈는 한 게 뭐 있다고 포스터에 얼굴을 들이미는지) 소련군 저격수 쥬드 로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독일군 저격수 에드 해리스… 상당히 멋있게 나옵니다. (내 눈에 콩깍지가…) 독일군 최고 저격수면서 주인공의 라이벌이라는 설정상 멋있게 나올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마지막 대결에서 쥬드 로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에서도 어찌나 멋있게 죽던지… 에드 해리스에게 썩 잘 어울리는 배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Lambs (1991)
멋있다기 보다는 인상적이었다는 말이 잘 어울리겠지만… 안소니 홉킨스 = 한니발 렉터라는 등식을 헐리웃에 공식화시켜버린 영화라고 할 수 있죠. 한니발 렉터라는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이상한 방향으로)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가 있었기에 그 한니발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해줬다고 봅니다… 깔끔 떨고 괜한 후까시 잡고 그런 멋이 아니라, 진짜 악역 다운, 군더더기 별로 없는 악역 그대로의 악역이 제대로 배어나는, 그런 연기를 안소니 홉킨스가 보여주지 않았나 싶고… 그 덕분에 <양들의 침묵>은 아카데미를 휩쓸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4. 배트맨 2 Batman Return (1992)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겠지만, <배트맨>이 <슈퍼맨>보다 앞서는 이유는 배트맨의 상대 악역들이 훨씬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팀 버튼이 “색다른 이미지”의 배트맨을 선보인 후 배트맨 영화가 줄줄이 몇 편 이어 나왔지만, 영화 내용이나 악당의 매력이나 어느 쪽을 봐도 저는 <배트맨 2>가 가장 좋더군요… (잭 니콜슨의 “조커”가 조금 아쉽긴 하네요…) 대니 드 비토의 “펭귄”이나 미셀 파이퍼의 “캣우먼”… 다른 배트맨 영화에 등장하는 이름값 높고 무작정 화려하기만 한 악당들보다, 이 두 악당들이 풍기는 매력이 진짜 배트맨과 어울리는, 배트맨 영화와 어울리는, 팀 버튼과 어울리는-_- 그런 것이 아닐까 싶군요.
5.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Star Wars: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내가 니 애비다”라는 전대미문의 명대사를 낳은 스타워즈 시리즈 최고의 걸작이죠…(흥행은 가장 바닥) 이 영화가 순위에 들어온 이유는 당연히 다스 베이더 때문이고요… 다스 베이더가 나오는 스타워즈 시리즈는 모두 3편입니다만 굳이 중간편인 에피소드 5를 고른 이유는… 에피소드 4에서는 다스 베이더만의 매력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고, (인상적이긴 했지만. 특히 숨소리) 에피소드 6에서는 막판 변심으로 인해 진정한 악당이라고 말하기가 약간 뭣하고, 에피소드 5에서 바로 그 문제의 대사, “내가 니 애비다”를 통해서 선과 악의 경계를 단방에 허물어버리는 쾌거를 이뤄냈다고 보기에, 다스 베이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당당히 에피소드 5를 밀어주기로 했습니다…
영화 5편 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