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급 살인 Murder in the First (1995)
이 영화는 포스터로 먼저 접했죠. (써놓고 나서 생각해보니, 대부분의 영화를 포스터로 먼저 접하게 되는군요 -_-) 학교 작업실 벽에 걸려있던 포스터였는데 영화는 보지도 않았으면서 포스터가 상당히 인상에 남았었던 영화였더랬죠… 나중에 영화를 보고, 제가 또 법정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세 명의 배우(크리스찬 슬레이터 – 게리 올드만 – 케빈 베이컨)들의 명연기에 완전히 뻑 가버렸고… 법정 스릴러라는 장르가 대개 뻔할 뻔 자, 결국은 정의가 승리한다 이런 결론으로 갈 수밖에 없긴 하지만, <일급 살인> 이 영화를 두고 결말이 뻔하다느니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결말이 약했다면 또 모를까.
2. JFK (1991)
제 인생에서 극장 개봉날을 벼르다가 본(학교 후배들까지 끌고 갔었음)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기대에 눈꼽만큼 못 미치긴 했지만… 진실을 향해 돌진해가는(?) 케빈 코스트너의 모습도 모습이고 그 진실(케네디 암살의 진실) 여부 자체가 궁금해서 영화를 본 건데… 영화 속에서는 무척 논리적으로 설명된 진상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뭐 별 호응이 없었던 모양입디다… 결국은 재판에서 진다는 결말 때문에 더욱 인상깊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3.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1962)
포스터는 칼라로군요. (영화는 흑백으로 봤는디…) 개봉한 지도 오래 됐고 원작 자체도 유명한, 고전 축에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얼마 전에 이 영화 속 주인공인 핀치 변호사가 미국 영화 속에서 가장 멋있는 인물 1위로 뽑혔다나 그런 소리도 들었고, 그레고리 펙이 타계했을 때 교육방송에서 그의 대표작으로 이 작품을 선정해 방영해주기도 했었죠. 이 영화도 결국은 재판에서 진다는 결말이 인상적인데… 개인적으로는 황당무계하게라도 정의가, 약자가 승리하는 내용보다는,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정의가, 약자가 비참하게 패배하는 내용에 더 공감이 갑니다. 전자의 경우는, 혹 사람들에게 잘못된 현실을(정의가 반드시 이긴다는 식의) 인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4. 어 퓨 굿맨 A Few Good Man (1992)
이 영화가 제 기억에 남아있는 이유는 단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있던 부대에서 병사 두 명이 시체로 발견됐는데(사고사가 아니라 살인 아니면 자살이었음), 부대에서 재빠르게 덮어버리는 걸 두 눈으로 봤거든요. 뭐 저야 당연히 “어 퓨 굿맨”이 아니다보니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넘어간 거고… 아뭏든 그 이후로 세상이 개인의 행복보다는 집단의 권익을 우선시하면서(그 집단의 권익에 마치 개인의 행복도 포함되는 양 거짓포장해가면서) 실제로는 개인을 착취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고, 가뜩이나 개인주의적이던 녀석이 완전히 극단적 개인주의자로 돌아서버리고 말았죠…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원래 영화 개봉은 제가 군입대한 날보다 빠른데, 제가 영화를 본 건 제대한 이후라는 사실이죠… 만약 제가 입대하기 전에 이 영화를 봤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하거든요.
5. 나의 사촌 비니 My Cousin Vinny (1992)
신병훈련소에서 본 영화로군요. (훈련소에서 영화도 보여줘?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정확히는 기본군사훈련 끝나고 이등병 계급장 단 다음에 공군기술학교로 가서 특기교육(저의 경우는 삽질하기…)을 받던 시절에 부대 내 극장에서 보여준 영화입니다… 부대 안에 극장도 있어?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부대 안에 아파트도 있답니다요… 극장인들 없겠습니까… 아뭏든 이 영화 보면서 시종일관 배꼽을 잡고 웃어댔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머리 속이 텅 비어있던 훈련병 시절이라 그렇게 재밌게 봤을 뿐이지 지금 보면 별로 재미없는 법정코미디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아쉽게도 <프라이멀 피어>가 빠졌네요. 재밌게 본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법정물이라기 보단 심리스릴러라는 느낌이 강해서 제외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