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내가 아니고)에 핸드폰이 처음 들어온게 아마 1997년쯤 될 거다. 아버지가 어디서 얻어오신(그런게 공무원의 힘이라고들 한다) 거였는데, 전화국 출신이신 아버지는 016을 하고 싶어하셨는데 갖다준 사람들이 지들 맘대로 019를 해서 줘버렸다. (얻어먹는 주제에 너무 나서기도 좀 그렇지-_-)
그래도 그 당시 핸드폰 중에서는 제법 잘 나가던 “걸면 걸리는” 현대 걸리버 PCS폰이었는데, 지금 보면 무전기보다 좀 무섭게 생겼다 -_-; 아무튼 그 핸드폰을 온 식구들이 돌려쓰다가 (그래서 지금도 내 핸드폰으로 아버지, 어머니 찾는 전화가 가끔 오곤 한다) 아버지가 지방으로 나가시면서 새로운 핸드폰이 생기는 바람에 이 핸드폰이 “내 것”이 되고 말았다. (이게 대략 1999년?)
이미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핸드폰이었지만 그래도 내것이 어디냐-_- 싶어서 핸드폰 요금도 내 통장에서 자동이체되게 옮겨놓고, 벨소리도 내가 좋아하는 “Axel F”가 나오게 일일이 계이름/음표 입력하고 (이넘은 벨소리 다운로드 기능이 없는 넘이다. 무조건 입력해야했다) 그랬다. 나중에는 내가 흉기를 들고 다닌다는 둥 못박을 일 생기면 망치 좀 빌려달라는 둥 온갖 음해와 협잡에 시달렸지만, 나는 꿋꿋이, 8시간이면 밧데리가 다 방전되버리는 이 핸드폰을 들고 다녔다.
그러다가 2001년 6월달에 어머니 생신선물로 핸드폰을 하나 해드렸더니, 어머니가 그해 말에 납고 새로 핸드폰을 사라고 돈을 주셨다. ㅠㅠ 감사한 마음으로 LG텔레콤 대리점에 가서 새로운 핸드폰을 골랐는데, 그때 막 카이코코라던가, 조막만한 핸드폰이 한창 나왔을 무렵이었다. 그넘들을 보다보니 다른 핸드폰들도 크기 감각이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내가 고른 저 핸드폰은 내 생각보다 훨 작은 핸드폰이 되고 말았다. 작다보니 셔츠 앞주머니에 쏙 넣고 다니기는 좋은데, 번호 누르기도 어렵고 얼굴에도 안맞고-_- 암튼 그렇게 되고 말았다.
핸드폰이 하도 신형이 쑥쑥 나오다보니 이넘도 대충 2년 굴려먹으면서 슬슬 구닥다리 취급을 받고 있다. (흑백화면에 16화음이니 뭐) 나야 뭐 전화만 잘걸리고 잘받으면 되니까 상관은 없는데, 내 방에서 통화음질이 별로 좋지 않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는 하다. 뭐 그거야 핸드폰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019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는데… (물론 핸드폰을 바꾸면 좀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019가 요금도 싸고 (지금 한달에 만원도 안나온다) 오래 썼기 때문에 바꿀 생각도 없고, 핸드폰도 카메라폰이니 칼라액정에 40화음이니 따위 필요없으니, 이것도 앞으로 몇년을 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