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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유재석이 무한도전을 하는 이유

2006년 3월 12일

유재석이 무한도전을 하는이유…

유재석이 요즘 진행하는 프로 중에서 제일 시청률이 안 나오는 프로는 MBC의 <토요일>일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 중에서 <유재석의 무한도전>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아시다시피 유재석이 방송국만 갈아가면서 지금 몇년째 계속 해오고 있는 코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3번째 재탕이라고 알고 계시는데, 제 기억으로는 <한국이 보인다>부터 이미 4번째에요.

<외인구단> <감개무량> <무한도전> 네글자라는 것만 유지한채 계속 이름이 바껴왔고, 코너의 내용도 계속 변화해왔지만, 기본 아이디어는 유사합니다. 유재석과 속칭 비주류 연예인들(?)이 한 팀을 이루어서, 쫄쫄이나 추리닝 같은 초라한 복장을 착용한 채, 최소의 제작비로 오로지 직접 몸을 굴리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하는 그런 형식이었습니다.

같은 코너를, 그것도 대단한 인기를 끈 코너가 아닌 비인기 코너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은, 단순히 방송국의 아이디어 부재나 타 방송 배끼기가 아니라, 유재석 본인의 이 코너에 대한 애착 때문이라고 봅니다. 마치 예전에 김경식이 방송국을 바꿔가면서 <끽도> 시리즈를 계속 하려고 했듯이, 유재석에게는 이 코너를 유지해야 할 어떤 사명감이 있나봅니다.

사실 요즘 연예인들 나와서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찍는 코너는 없거든요. 그것도 유재석 정도의 천만원대 엠씨라면 말끔한 정장입고 오로지 말빨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편안하게 방송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생각해보면 예전의 <물대포> 방송때도 그랬고, 유재석이 유독히 이런식의 자학적인 방송을 즐겨 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여러 이유들이 있을 거에요.

첫째는, 90년대 초반부터 ‘유머일번지’ ‘쇼비디오자키’같은 전통 슬랩스틱 코미디 프로에서 한참 위 선배들과 무대에 서왔던 유재석으로는 지금의 ‘토크형’ 코미디가 아닌 ‘슬랩스틱’ 코미디에 대한 어떤 향수가 있는 듯 싶습니다. 그래서 <쿵쿵따>로 한참 인기가 올라간 후에도 이휘재, 송은이와 함께 ‘코미디 타운’이라는 슬랩스틱 코미디프로를 만들었습니다.

둘째는, 유재석 개그 자체가 ‘자학형’ 개그라는 점이지요. 이건 특이한 경우인데, 현재 한국에서 최고 개런티를 받는 그 어떤 개그맨도 유재석처럼 자신을 약자로 포장하고 조롱거리로 만들면서 웃음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의 개그 스타일은 90년대 이후 개그맨 출신 엠씨들의 대세가 되어버린 ‘이경규식 개그’와 ‘서세원식 개그’에서 유일하게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니까, 김용만, 탁재훈, 강호동, 이혁재 등은 이경규식 개그, 즉 게스트로 나온 사람들을 짖궂게 괴롭히고 당황하게 하면서 사람들을 웃기는 그런 ‘가학형’ 개그를 고수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에 반해 신동엽, 남희석, 이휘재등은 서세원식 개그 스타일을 따르는데, 게스트들과 이런저런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업시키는 엠티 사회자 같은 개그를 하죠.

이에 반해 유일하게 유재석만이 자신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자학하면서 사람들을 웃기는 개그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사실 카리스마로 프로를 장악해야만 하는 엠씨라면 그런 약자의 이미지로 한시간을 끌고 갈 수는 없거든요. 하지만 유재석은 이상하게 그게 가능합니다. (김제동의 경우는 이 3가지 개그스타일 중에 이것 저것 다 시도해보고 있는 듯 합니다)

세째는, 유재석이 이런 코너를 진행하게 되면 요즘 방송출연이 뜸한 비주류 연예인들에게도 고정적인 출연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꼭 이런 코너를 하면 김진이나 남창희, 김종석 같은 ‘출처를 모르는’ 연예인들이 빠지지않고 꼭 나오죠. 빛을 못보는 동료 선후배 연예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의 의미로서 이런 코너가 반드시 필요한건지도 모르죠.

지난주에는 <무한도전>에 차승원이 출연을 했는데, 고생하는 출연자들과 유재석을 보면서 진짜로 감동을 받는 표정같더군요. 차승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그 코너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던데, 차승원도 이런식의 몸으로 때우는 개그에 대한 그들 세대 나름대로의 향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말로 치는 개그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어떤 감동이란게 있으니까요.

이날의 백미는 유재석이 흙탕물에 자기 얼굴을 담가가며 땅굴을 통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차승원이 나름대로 편하게 통과하는 편법을 알려 주었는데도, 유재석이 ‘정정당당하게 하겠다’라고 선언하더니 그 더러운 흙탕물에 자기 얼굴을 담그고 기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차승원이 깜짝 놀라서 쳐다보는 장면이 압권이었습니다. 이런게 진짜 슬랩스틱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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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파울볼이라는 야구사이트가 출처로 생각됩니다.
여기저기 돌던 걸 퍼와서 확실하지 않습니다. -_-
무한도전 코너가 조금 변경(예전 쿵쿵따 스타일로)된 이후라 시기적으로는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괜찮은 글이라서 퍼왔습니다.

유재석과 동갑인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