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에 일본에 다녀오고 또 일본에 갈 기회가 생겼는데
이번에는 한번 가봤던 동경말고 다른 곳도 함 가보자 싶어
오사카-교토로 이틀 일정 (빡쎄게) 잡고 또 새벽 비행기 타기로 했음.
그래서 출발하는 날짜가 2006년 3월 17일.
여행기간인 주말에 일본(한국도 마찬가지…)에 비가 내릴 예정이라니
우산부터 챙기고… 다른 짐도 차곡차곡 챙겨서
새벽 4시에 출발할 아시아나 비행기 타러… 일단 광화문으로 출발.
광화문 동화면세점(…이라는 데를 처음 가봤지만 하여튼)에 도착한 시간이 밤 11시.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은 밤 11시30분.
혹시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버스가 미리 와있지는 않은 것 같고.
편의점에서 물이나 한 통 사서 가야겠다고 길 건너 편의점 쭐레쭐레 갔다가
그럼 이제 몇 시나 됐을까 싶어서 시계를 봤더니
아뿔싸.
시계를 안차고 나왔구나.
평소 핸드폰 열어서 시계 확인하는 습관 덕분에 그때까지 몰랐다가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시간대에서 딱 눈치를 채버렸으니
꼼짝없이 이틀동안 시계없이 -_- 여행을 해야한다는 말씀.
(당연한 이야기지만, 핸드폰은 일본 가면 무용지물이 된다)
X됐다.
그때부터 여행내내 시간에 대해 알게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 바람에
솔직히 즐거운 여행이었는지 아니었는지도 헷갈릴 정도.
(두 달이나 지나서 이제야 여행기를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일지도)
이제라도 집으로 돌아갈까말까 쓸데없는 머리만 굴리다가
아이고 모르겠다, 일본 가서 싸구려 손목시계 하나 사던가 말던가.
일단 이렇게 맘먹고 버스 타는 곳으로 다시 이동.
이번에는 버스가 와서 대기하고 있길래 명단 확인하고 탑승.
이년 저년(나 빼고는 거의 여자들이길래…) 기다리다가 버스 출발.
한 시간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약 50분만에 인천공항 도착.
어이고~ 거의 일년만이네.
예전에 왔을 때는 동경 밤도깨비 여행 가는 사람들만으로도 청사가 바글바글하더니
이번에는 예상 외로 사람이 별로 없었음.
동경도 가고 오사카도 가는데 사람이 왜 이리 없을까… 하며 청사를 돌아봤더니
아니나달라. 저쪽에 사람들 바글바글.
역시 동경 가는 사람들이 많구먼.
여행사 직원하고 미팅하려고 데스크를 찾아갔더니
여자들 몇몇이 직원하고 얘기하고 있었음.
지난 번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랬나, 일단 티켓만 나눠주고는
여행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들은 한꺼번에 다시 모아서 얘기해주더니
이번엔 하나 하나 붙잡고 얘기해주는 모양.
지루하게 기다렸다가 내 차례가 되서 앞으로 나가려고 했더니
옆에 서있던 멀쩡하게 생긴 여자가 새치기 -_-
세상 만만하게 보이면 이래서 힘들다.
또 지루하게 아까 옆에서 들었던 이야기 같이 듣고
그 여자가 빠지길래 얼른 한 발 앞으로 나가려고 했더니
또 옆에 있던 여자가 새치기-_- 하려고 했음.
혹시 나를 여행사 직원쯤으로 착각한 거 아닐까. 왜들 이래.
이름을 말하니 아침에 나랑 통화했다는 젊은이가 반겨줌.
여기서 잠깐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보면
(아아, 시계가 없지… 이렇게 해서 또 스트레스받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회사 앞에 거의 다 왔는데
난데없이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참고로 내 핸드폰 벨소리는 웰컴투동막골)
어떤 놈이 꼭두새벽부터…하며 전화를 받아보니
여행사 직원인데 내 숙박일정이 변경되었다고.
뭐 인원이 많아서 내가 원래 묵기로 한 호텔말고
다른 호텔로 예약을 변경해야겠다나.
뭐 안된다고 우기기도 뭣하잖아. 그러시라고 했음.
그 전화한 친구라 이거지, 저 젊은이가.
간단한 여행책자와 호텔약도, 일정표, 가방에 붙일 태그 등등을 주면서
티켓은 이따가 아시아나 항공 카운터에서 발급을 받으시라는 말씀.
전에 동경 갈 때는 티켓 미리 챙겨주던데, 써비스가 다르네.
뭐 그러시라고, 하고서 청사 한바퀴 돌고나서 카운터로 바로 향했음.
새벽 1시부터 발권인데 사람들 의외로 득달같이 달려들지 않더만.
(입국심사가 1시반부터고 탑승이 3시니까… 여유있다 이건가)
하여튼 카운터에서 줄서서 발권.
아시아나 여직원 이쁘더만.
그나저나 그 젊은이가 준 출입국신고서를 보니
국내용이 빠져있었음.
아 X새끼 주려면 제대로 줄 것이지 투덜거려주고
신고서 양식이야 공항에 널려있으니까…라면서 뒤져보니
언제부턴가 내국인은 출입국신고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어졌다네.
어머 쪽팔려라.
티켓도 있고 출입국신고서도 썼으니 바로 출국장으로 향함.
문도 안열었는데 사람들 줄 무진장 서있더만.
한 20여분을 줄 서있었는데 갑자기 줄이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
이 문이 아니랩니다.
다시 줄서서 이번엔 바로 입장 시작.
이것저것 벗어서 금속탐지기 통과하고 여권에 도장 쾅쾅 받고
탑승하기로 한 게이트로 또 한참 걸어감.
거 새벽에 한두 대밖에 안뜨는 비행기, 좀 가깝게 해주면 안되나?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엔 동경갈 때보다 더 멀었음. (끝까지 갔으니…)
시간은 새벽1시반. 탑승하려면 거의 두시간 가까이 남았음.
뭐하면서 시간 때우냐… 하다가 아까 편의점에서 산 물통 꺼내 한모금 마시고
디지털카메라 켤 때마다 시간 맞추라고 나오는 거 짜증나던 게 생각나서
카메라 꺼내서 설정 들어가 시간 맞추다가
가만,
카메라를 시계 대신 쓰면 되겠네.
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감.
카메라를 켜서 설정화면 들어가서 다시 시계 메뉴로 가서
거기서 시간을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운 절차에도 불구하고
뭐, 당장 급한대로 써먹을 수는 있을 것 같았음.
이번에도 아그들이 창밖의 비행기를 배경삼아 사진찍고 난리치던데
작년에 다 해본 짓… 이젠 재미없음.
게이트 바로 앞에서 꾸벅꾸벅 하다가 재미있는 사실 발견.
공항 내에서 승무원들이 안내방송하는 거, 나는 라이브인 줄 알았는데
게이트 앞에 있는 녹음기를 켜서 승무원이 거기다 대고 뭐라고 중얼중얼하더니
다시 스위치 올리고 가만히 서있으니까 방송이 나오는 시스템.
라이브로 말하다가 틀릴까봐 저러나?
지루하게 기다리다가 (의자에 앉았다 누웠다 화장실 갔다를 여러 번)
새벽 3시30분에 탑승 시작.
동경 갈 때는 좌석이 3-4-3 진영이었는데
이번에 가는 아시아나 비행기는 2-4-2 진영.
더 작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그런가 여태껏 타본 비행기 중 최고로 비좁았음. (욕나올뻔 했음)
옆좌석에 아무도 안앉길래 슬쩍 다리를 좀 뻗고 있었는데,
다행히(?) 옆좌석이 끝까지 비어있었음.
뭐 비좁은 것까진 좋은데
동경 갈 때는 기내식(허접하나마…) 주더니 이번엔 개뿔도 없음.
덮고 자라고 쬐끄만 담요도 하나 줄 법 한데 그것도 없었음.
나중에 내리면서 들어보니 음료서비스는 해준 모양인데
깜빡 졸았나 기억에 없음.
졸고 있으면 깨워서라도 주는 내공을 발휘해야 할 거 아닌가.
국적기라서 더 좋다고 홍보 무진장 하더니 좋기는 개코나…
새벽 4시(쯤)에 출발한 비행기가
날고 날아서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5시 20분.
간사이국제공항(인터넷에서 찾았음)
비행기를 나와서 하염없이 걸어가니 모노레일 비슷한 걸 타는 곳이 나옴.
이걸 타고 가야 밖으로 나가는 모양.
타고 두 정거장(?) 가니까 나가는 곳.
문 가까운 곳에 좌석을 받아 비교적 빨리 내린 편이었는지
입국심사도 오래 안기다리고 금방 통과.
기다릴 화물도 없으니 바로 바깥으로 나왔음.
자, 그럼,
이틀동안 요긴하게 써먹을 간사이스룻토패스란 걸 구입하러 가볼까나.
…하며 공항에 있는 여행테스크로 가봤더니
문닫았음.
7시에 문연다고 함.
현재 시간 5시50분.
국내에서 사올걸 하는 하나마나한 후회는 일찌감치 접어두고
시계부터 시작해 왜 이렇게 여행이 초장부터 꼬이기만 하느냐는
분노 비슷한 감정이 물결치기 시작.
저 패스 없으면 일단 공항에서 오사카 시내로 들어가는데 필요한
어마어마한 교통비부터 부담해야되는 거 아닌감.
선택은 두 가지.
한시간을 기다려서 공항에서 간사이패스를 사느냐,
비용은 더 들더라도 한시간 빨리 오사카 시내로 들어가 구경을 하느냐.
…라고 하지만, 여행 와서 시간이 천금인데 한시간을 공항에서 죽일 이유가 없잖아.
890엔(어이쿠 원화로 대체 얼마냐)짜리 난바행 티켓을 끊고 공항 출발.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때, 차라리 한시간을 기다렸어야 했음.
그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