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9일. 일단 아침.
눈을 뜨고서야 어젯밤 내가 TV를 켜놓고 잤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음.
침대 머리맡에 있는 시계를 보니 오마나. 아침이 아닌 새벽 5시 45분.
한국에서라면 일어날 생각도 못할 시간.
그것도 평일도 아닌 일요일인데도.
역시 사람은 상황에 맞춰 적응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다가 대충 일어나서 씻고 짐 챙기고 어쩌구 저쩌구
식당에 내려간 시간이 아침 7시 45분.
원래 식당 문여는 시간이 아침 7시반부터 10시까진가 그래서
오늘은 교토에서 발아프게 돌아다니다가 비행기 시간 전까지 오사카 하고도 간사이공항까지 슬라이딩 해야하는 일정이라
식당 문열자마자 달려들어간 셈.
오늘의 목적지는 교토~
작년 동경에서 묵었던 식당보다 음식이… 종류는 많더군.
(이런데서 부페식이라고 해봤자 결국 반찬 내 맘대로 덜어먹는 자율배식 수준인데
여기는 그래도 골라먹는 기분이 좀 나더라만)
밥 한그릇에 야끼소바까지 잔뜩 퍼와서 나름 배부르게 먹었음.
다시 말하지만 오늘 교토 일정이 워낙 살인적이라 점심 먹을 틈이 없을지도 모름.
눈에 먹을 것이 있을 때 배를 채워놔야지.
훌러덩 다 먹어치우고 체크아웃.
(어제의 그 목소리 이상한 짜식이 체크아웃해줌)
여관 문을 나선 시간이 아침 8시 5분.
어제는 밤늦게까지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오늘은 해가 쨍한 것이 비는 안올 모양.
이제부터 지하철을 타고 우메다역으로 가서
우메다역에서 한큐특급전철을 타고 약 40분을 달려가서
가와라마치역에 도착하는 것이 일단 여행의 시작.
특급전철이라니 시간이 딱딱 맞아줘야 좋을텐데… 생각하며 우메다 역에 도착한 시간이 8시 35분.
어제 하도 헤매놔서 한큐특급전철 타는 곳 금방 찾았음.
혹시 차를 놓쳐서 20~30분 공칠까봐 헐레벌떡 뛰어갔더니
8시 45분에 출발하는 한큐특급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음.
가와라마치행 한큐특급열차 (출처는 flickr.com)
원래는 JR선을 이용하면 요금은 좀 비싸도 10분 이상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데
내가 산 스룻토간사이패스로는 JR선을 이용할 수 없으므로… 그냥 10분 정도 감수.
8시 45분 정확하게 한큐특급 출발.
특급이라더니 니미… 내 예상보다 십여분이 늦은 9시 38분에 가와라마치역 도착.
자아, 여기서부터 작년 동경여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버스 여행.
버스 타는 게 무에 그리 모험씩이나 되겠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서울 처음 올라온 사람이 지하철은 타고다녀도 버스는 타고 다니기 힘들듯이
왠지 지하철은 안내방송 팍팍 나오고, 혹 안내방송이 없어도 노선도 보고 안내표지판 보면
대충 내가 내릴 곳인지 아닌지 답이 짝짝 나오는데
버스는 안내방송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노선도가 있다한들 창밖을 아무리 내다봐도 여기가 내가 내릴 그 정거장이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니
이게 모험이 아니면 무엇이당가.
아무튼, 교토는 지하철이 닿는 곳보다 안닿는 곳이 더 많고
(특히나 주요관광지는 거의 버스)
일요일에는 교토의 주요관광지만 도는 버스까지 따로 있다고 하니 무섭거나 어쨌거나 버스를 타보자, 굳게 결심하고
여행 준비할 때부터 교토의 버스관광에 대해서 나름 이것저것 많이 공부해놨음.
첫째, 버스는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린다.
요건 우리나라하고 반대.
둘째, 요금은 앞문으로 내릴 때 낸다.
요것도 우리나라와 정반대.
앞문으로 내는 건 같구먼.
교토 시내 버스 (출처는 elvisip.com)
교토 시내버스 내부 (출처는 flickr.com)
그리고 모든 노선이 다 나와있다고 하는 교토 버스노선도를 인터넷에서 하나 찾아들고
여행사 홈페이지를 뒤져서 주요 관광지로 가는 버스노선도를 따로 체크하고
휴~ 돌이켜 생각해보니 진짜 많이 준비했었구먼.
교토의 첫번째 목적지는 기요미즈테라(淸水寺).
굳이 해석하자면 물이 맑은 절.
딱히 뭐 절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워낙 교토, 하면 기요미즈테라, 이기 때문에
남들 다 찍는 사진도 하나쯤 찍어둬야하지 않겠남?
인터넷 뒤져서 찾아낸 정보에 따라 가와라마치역의 5번 출구로 나와서
건너편에 있다는 버스 정거장을 찾아감.
근데 생각보다 출구에서 정거장이 꽤 머네.
라고 생각한 순간 정거장 바로 앞에 6번 출구가 보임.
아놔.
어쨌거나 207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고 했으니 207번 버스를 주구장창 기다려야지.
근데 이제는 버스가 안오네.
교토 버스정거장에 있는 안내판
노선별로, 현재 버스가 어느 정거장에 있는지 알려주는 시스템. 모든 정거장에 있는 건 아니다. (사진 출처는 flickr.com)
버스정거장에 각 노선별 버스 도착시각이 적혀있는데
시간이 대충 된 것 같은데 207번 버스가 안나타남.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서 누가 분무기로 물을 뿌려대는 것처럼 얼굴에 시원한 기운이 느껴짐.
어떤 놈/년이냐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흔적은 없고
자세히 관찰해본 바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결론을 내림.
해가 뻔한데 비가 얍실하게 내리네.
다행히 많이 늦지 않게 버스 도착. 9시51분.
아침 8시에 숙소를 나올 때는 하루가 무진장 많이 남아있는 기분이었는데
여기까지 오는데 두시간이 홀라당 날아가버리니 기분 별로 안좋음.
버스는 익히 들어온 바대로 뒤에서 타고 앞으로 내리는 시스템인데
이게 웃기다면 웃긴 게 먼저 버스 앞문을 정거장에 대고 문을 열면 사람들이 한명씩 내리고
그 다음 앞문을 닫고 버스를 조금 앞으로 전진시켜 뒷문을 정거장에 대고 문을 열면 한명씩 타는 시스템.
야 성질급한 한국사람들 이거 버텨내겠나.
그것도 버스가 동시에 여러 대 올 경우 차례대로 한 대씩 그짓을 하고 있으니
버스가 저 앞에 보이면 일단 차도로 내려가고 더 급하면 아예 버스쪽으로 뛰어가는 한국사람들 생리에 영 안맞는 상황.
고죠자카라는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고 들었기에 철썩같이 그렇게 믿고 버스를 타고 감.
버스에 타자마자 운전수가 보이지 않아서 잠시 당황했지만 우리나라랑 운전석이 반대방향이라 그런 거였고
앞유리창쪽에는 빨간 전광판 같은 것이 다음 정거장을 계속 안내해주고 있었음.
그러다가 갑자기 다음 정거장 이름이 “기요미즈미치”.
뒤이어 나오는 안내멘트는 “기요미즈테라로 가시려면 여기서 내리시라”는.
(그 안좋은 히어링으로 그건 또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어 뭐야 고죠자카에서 내리는 거 아닌가?
우왕좌왕하다가 사람들 여럿 내리길래 에라 모르겠다 나도 내려버렸음.
물론 아무리 타고 내려도 돈을 더 낼 필요 없는 간사이패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내리고보니 아… 교토 시내인지 외곽인지는 모르겠으나
옛날 내가 살던 신림동 정도의 분위기가 팍팍 풍기는 산동네 아래 버스정거장.
둘레둘레 보니 기요미즈테라로 향하는 안내판이 하나 보였음.
드디어 안내판만 믿고 무작정 걸어가야 하는 시간인가.
시간을 보니 (다시 말하지만 카메라 전원넣고 환경설정 들어가서 시간 확인중) 아침 10시.
버스 타고 온 시간은 10분이 채 안되네.
그런데 어디 안내서를 보니 버스정거장에서 내려 기요미즈테라까지는 비탈진 산길을 올라가야되는데
도보로 30분 걸린다는 말도 있고 10분이라는 말도 있고.
아줌마-할머니 관광객은 30분. 나같은 장정은 10분으로 해석하면 오케이.
슬슬 걸어가다보니 갑자기 관광상품 파는 가게들이 우르르 나타나기 시작.
아아, 산넨자카 니넨자카 어쩌구 하더니 여기가 거긴가.
산넨자카 (출처는 인터넷 어디선가)
히가시야마 산 기슭에 위치한 거리로 기요미즈테라 등의 관광명소가 주위에 많다. 일본식 목조건물, 전통물품가게가 많아 교토의 명물이 된 곳.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정실부인인 네네(기다노만도꼬로)의 이름을 따서 네네노사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선물이랍시고 쓸데없는거 사오지 말고 인형이나 하나 사오라는 엄니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이따 내려갈 때 하나 사볼까 하고 가게 구경 슬슬 하며 올라갔더니
기요미즈테라 도착.
사진도 찍을 겸 다시 카메라 꺼내서 시간을 보니 딱 10시 10분.
기요미즈테라 입구 (인왕문)
입구 들어오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3층 목조탑.
아마 소원을 적어서 달아놓은 듯.
가운데 나무통에 동전(?)을 넣고 저 굵은 줄을 잡아당기면서 소원을 빈단다. 기요미즈테라 안에 저런 곳이 수 군데.
본당으로 들어가는 입구.
여기서부턴 입장권을 사야 들어갈 수 있다. 문 앞에 파란 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입장권을 검사하는 중.
입장료 300엔.
외국돈을 쓸 때는 한국돈하고 금방금방 매치가 안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아유 300원 싸네, 이러는 경우가 왕왕 있음.
뭐 어차피 들어갈 작정하고 왔으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어도 입장료 내고 들어갔겠지만
입장료 내고 표 받는 순간까지 그런 생각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근데 어째 표가 우리나라에서 흔히 주고받는 표와는 상태가 좀 많이 다르네.
기요미즈테라 입장권
도장을 찍지도, 중간을 찢어가지도 않고 왠 할아버지가 그냥 쳐다보기만 하고 입장시켜준다. 나중에 표를 살펴보니 “오늘”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입장권인 모양.
본당 입구 앞에 있는 우물(?)
저 긴 국자(?)로 물을 떠서 손바닥을 적신 뒤 입을 간단히 헹구는 걸 무슨 의식처럼 하던데… 나는 구경만 하고 사진만 찍었다. (먹는 물은 아닌 모양)
본당은 아니고, 새끼 본당쯤 되려나… (본당 마루에서 맞은편을 찍은 사진)
본당에서 바라본 교토타워
지주신사 입구
기요미즈테라 안에 있는 신사로 연애운이나 가족의 화목을 점치고 비는 뭐 그런 신통력이 있단다. 뻥이려니 하고 들어가보진 않았음.
본당 건물
뭔가 특이한 저 지붕은 삼나무 껍질로 만들어서 그렇단다.
기요미즈테라 본당
일명 교토관광 인증샷. (보통은 난간에 기대서 배경사진들을 찍지만) 139개의 나무기둥으로 받쳐진 본당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있다고.
기요미즈테라 본당
이번엔 인증샷과는 좀 다른 각도에서. 139개의 나무기둥이 좀더 잘 보이도록 찍어봤음.
들은 말로는 저 본당에서 아래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는데.
오토와노타키
저놈때문에 기요미즈테라가 기요미즈테라가 됐다지.
세 갈래로 떨어지는 물이 있는데 긴 국자로 그 중 한 줄기의 물을 받아마시려고 사람들이 줄을 왕 길게 서있음. 저 물을 마시면 지혜를 얻고 장수하고 건강해지고 뭐 기타 등등 만병통치. 함 마셔볼까 싶었다가 그냥 관뒀음.
물먹는 하마 관광객들
본당과 오토와노타키를 이어주는 계단. 무지 높다.
본당 밑의 길을 지나가다가 기둥만 올려 찍어봤음
대충 둘러봤다 싶어 시계를 보니 10시 40분.
뭐야 고작 30분 보려고 300엔? 이러면서 갑자기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남아있는 일정을 생각하며 진정.
빨리 떠나는게 오히려 남는 거다.
기요미즈자카
아까 올라온 비탈길을 다시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아이쇼핑.
물론 뭔가 살 계획도 있긴 했지만.
작은 도자기 인형 파는 곳이 많긴 했는데 다들 일본풍(사무라이 아니면 일본기생 같은)이라
집에 놔두기는 좀 뭣하고 해서 다른 종류를 찾아보니 고양이 인형밖에 없었음.
쌍으로 된 고양이 인형을 두 쌍 샀음.
(한 쌍은 시집간 사촌동생한테 줄라고)
근데 한 쌍으로 된 인형을 두 쌍 사는데 주인아줌마하고 한창 실갱이했음.
쉽게 말해서 우리 말로 하면
저거 두 개를 두 개 주세요.
라고 했으니 주인아줌마가 못알아들은 거지.
그렇다고 네 개 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그런데 사고나서 보니 요놈은 도자기가 아니고 플라스틱 같네. (어째 싸더라니)
이거 샀다고 좋다고 집에 가면 싸구려 사왔다고 매타작 당할 운세.
좀 있어뵈는 도자기 인형으로 한 쌍 더 샀음.
그러구나서 회사 사람들한테 줄 열쇠고리형 기념품 몇 개 더 사고
비탈길을 슬슬 내려오는데… 얼레, 아까 온 곳하고 좀 다르네.
내려와보니 버스정거장은 있는데 아까 내가 내린 버스정거장은 아니고.
안내판을 찾아보니 여기가 고죠자카 정거장.
아하, 인생은 결국 그런 것.
여기서 100번 버스를 타고 헤이안진구로 갈 차례.
버스 탑승 시각 오전 11시 20분.
교토회관 미술관앞 정거장에 내린 시간이 11시40분.
헤이안진구 신사 입구
버스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엄청 거대한 문
인력거
헤이안진구 입구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인력거 서비스. “어디서 어디까지 얼마”라고 외치는 걸 들은 것 같은데 어디고 얼마인지 다 까먹었음.
헤이안진구
1895년에 헤이안쿄 1100년을 기념해 설립됐다니 뭐 그렇게까지 오래된 건물은 아니라고 할 수도. 건물보단 주변 경치가 더 좋다는데 글쎄올시다.
헤이안진구는 뭐 돈도 안내고 대충 둘러볼 수 있는데다
은각사로 가기 전에 잠깐 들러볼 생각으로 왔기 때문에 오래 지체할 이유 없음.
바로 은각사로. 다시 100번 버스.
교토의 유명관광지인 은각사와 금각사를 놓고 일반적인 의견은 은각사가 더 볼만하다,는 것이지만
교토에 갔다와서 금각사 뒤에 놓고 증명사진 한 장 안찍어오면 교토 안갔다온거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금각사가 더 인기.
은각사는 그냥 시커먼 목조건물인데 반해 금각사는 일단 뻔쩍뻔쩍하니까.
하여 나의 목표도 은각사는 그냥 돈 안내도 되는 데까지만 구경하고
금각사는 그래도 입장료 내고 들어가서 그 뻔쩍뻔쩍하는 놈 한장 박아오는 것.
(은각사가 입장료도 100엔 더 비싸다)
은각사 도착. 12시 15분.
은각사(긴가쿠지)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교토의 관광명소. 안에 들어가보진 못한 관계로 사진은 flickr.com에서 찾아서 대충.
자아, 여기서 잠깐 일정 체크.
일단 간사이공항으로 가기 위해 오후 6시 40분 난바에서 출발하는 공항급행을 타야함.
이걸 못타면 완행을 타거나 약 30분 뒤의 급행을 타야되는데
여행사에서 간사이공항에 도착해야한다고 못박은 시간을 당연히 초과.
뭐 초과한다고 해도 비행기가 아직 안 떴는데 안태워주기야 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여유부릴 이유가 없으니 일단 목표는 6시 40분까지 난바 도착.
그러려면,
일단 교토에서 늦어도 오후 5시에는 출발해야
넉넉하게 한시간 잡고 우메다 역에 오후 6시 도착해서
6시반 전에 난바역에 도착할 수 있다는 계산.
그리고 헤이안진구까지 본 현재 남아있는 교토 관광 일정은
은각사/철학의 길 – 금각사 – 기타야마 – 니조성 – 교토역.
이동시간 포함해서 한 장소당 1시간 정도밖에 없음.
야 작년 동경여행 때는 안그랬는데 올해는 왜 이리 빡빡하다냐?
은각사는 말한대로 딱 입장료 내는 곳 앞까지만 구경하고
(그러다보니 절 비슷한 것 구경도 못했음)
모 철학자가 사색에 잠기며 걷던 길이라는 철학의 길은 보긴 봤는데 이게 뭐냐 싶고
여기서 102번 버스나 204번 버스를 타고 금각사로 가야되는데
내가 내렸던 정거장에는 102번 버스나 204번 버스 노선도가 붙어있지 않음.
그럼 어디 다른 정거장이 있나? 하고 두리번거려봐도 없고.
결국 은각사 앞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안내판을 보고
하아안참을 걸어가서 (거의 버스정거장 하나 정도) 금각사행 버스를 타는 곳 찾아냄.
12시 43분 버스 탑승.
버스 타고 가다가
이번에도 내려야할 곳을 헷갈려서 안내방송 듣고 그냥 허겁지겁 내렸더니
이번엔 진짜 잘못 내렸음.
(한 세 정거장 전에 내렸더만)
어쩔 수 없이 다음 버스 기다려서 타고 금각사에 정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10분.
이때부터 갑자기 날씨가 지랄맞기 시작.
분명 꽃피는 춘삼월이건만 난데없이 눈발이 날려버림.
어이가 없어서 우산도 안쓰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더 웃긴 건 해가 여전히 쨍쨍하다는 사실.
해가 쨍쨍할 때 비가 내리면 호랑이 장가간다지만
눈 내리면 어떤 놈이 장가가려는 거냐?
금각사 가는 길
가는 길도 가는 길이지만 사진을 찍는 중요한 이유는, 보시는 바와 같이 햇볕은 쨍쨍한데 사람들은 우산 쓰고 있고, 사진에는 잘 안찍혔지만 작은 눈발이 날리고 있는 중.
금각사 입장권.
모양도 흔한 입장권과 다르지만, 만져보면 재질도 한지로 만든 것.
금각사 (킨가쿠지)
이녀석 역시 교토관광 인증샷 중 하나. 금빛으로 번떡번떡거리는 것 때문에 인기가 높단다. 넓은 연못을 중심으로 한 정원도 볼만하다고.
금각사 사진 몇 장 더
금각사 돌아나오는 길
자아, 다음 목표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건축기행을 목표로 한 기타야마.
여기는 관광지가 아니라서 몇번 버스를 타고 가야되는지 알아낼 수 없었고 근처 지하철역 이름만 알고 있는 상태.
단지 감으로 다음다음 목적지인 니조성 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내리면 되겠지가 현재 계획.
참 여행가기 전에는 오케이 오케이 하면서 세웠던 계획인데
막상 닥쳐보니 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계획인가 말야.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직도 눈발이 날리고 강풍까지 쌩쌩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어디 가는지도 모르는 버스를 눈에 익다는 이유만으로 하나 잡아타고 출발.
과연 나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그아.
(뭐, 안죽었으니 살아돌아와서 이렇게 후기 쓰고 앉았겄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