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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쉰네번째

2007년 9월 11일

[봉대리의 일기]

2/2 (수) 이상하네… 왜이렇게 맑지…

설 연휴가 코 앞으로 다가오니 사무실 사람들 발걸음이 날창날창하다.
이럴 땐 일 시켜도 귀에 들어맥히지도 않을끼야…
거러나, 우리의 피부장이 그런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일을 안시킬 사람이
아니지.
오히려 안달이 났다. 황대리 대외협력보고서 담주 화요일까지랬나? 지금
당장 초안이라도 잡아서 가져와봐!!! 봉대리 일주일간 주식시세 변동
보고서 당장 만들어봐봐!!! 오과장 사내기업문화혁신보고서 오늘 당장
마무리지어!!!
지화자 씨가 커피만 열댓잔은 타줬을 꺼다. 가만히 앉아있는 꼴을 못보게
한다니까.
확 저 커피에다 이상한 걸 타서 멕일까?
그러나 본인은 양심적인 사나이인 관계로 그런 비열한 암살행위는 하지
않을 것임…
글구 씨바야 주식시세변동은 인터넷 사이트 디벼보면 자료가 널려있다.
인터넷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니 원…
인터넷 몇군데 휘익휘익 둘러보고 자료 취합해서 보고서랍시고 끄적끄적
올려줬더니 뜨억! 놀라는 눈치다.
흠흠흠 인터넷의 힘이다…
물론 눈꼴시게 피부장이 그냥 넘어갈리는 없지만…
이거 그래프를 말이야, 위아래로 보지 말고 좌우로 볼 수는 없을까?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
이거 종목별 변동폭 말야, 상한가와 하한가 퍼센테지를 좀 넣어볼 수는
없을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니에 니에 앞에서 대답은 넙쭉넙쭉 잘해줘야 된다. 아직은 밥줄을 잡히고
있는 상황이라.
요노무 노자지는 왜 전화를 안받지…
진짜 설 지나면 이 회사를 떠야할 거인데…

[황대리의 일기]

2/2 (수) 졸라 맑다… 기분나쁘다…

이렇게 좋은 날에~ 이히르엏게 조오흔 날에~ 당쉬인이 오신다아면~
얼마아느아 조오으을까아~ 우우우~
피부장이 왔다.
노래도 함부로 못부르는 세상이다. 돌겠따.
사무실 직원들은 벌써부터 내려갈 차표가 어떠니 떡값이 어떠니 마음이
벌써 콩밭에 가있는데,
피부장은 여지없이 곡사포로 콩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다.
콩밭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아~
콩밭이 피무덤 되겠다.
대외협력보고서? 어쩌다가 내가 외부경쟁업체 담당이 되갖구 이런
쓰잘데기 없는 보고서나 주물거리고 있어야 되나 진짜 회사생활에
회의가 느껴지네.
회의를 많이 해서 회의가 느껴지나. (음… 저급 말장난이었음…)
아니, 보고서를 제출하면 그때 평가를 하면 되지 왜 초안을 보자는 거야.
뭘 간섭할라고.
뿔따구 나서 이면지에다 글로 휙휙 휘갈겨서 초안이랍시고 들이밀었다.
이봐 자네 나 무시하나?
어떻게 아셨습니까?
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럼 아무리 초안이라고 이렇게 연필로 찍찍 갈겨서 내미는 건 뭐야?
초안도 컴퓨터로 찍어주리?
당연히 그래야지. 하는 표정이다. 볼때기에 바람을 집어넣으며 힘껏
노려봐주었다.
그래봤자 결국은 컴퓨터로 찍어줘야되지만…
딴 건 모르겠는데, 설 연휴동안 저 인간 얼굴 안볼 생각하니 세상이 다
내 꺼 같다. 으야호~

SIDH’s Comment :
오늘 받은 이메일에서 인상깊은 내용 하나.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데는 5분도 채 안 걸린다.
또한 고객만족이 아니라 상사만족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하는 데는
백만분의 1초면 된다.

간혹 내가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건지, 상사를 위해서 일하는 건지 헷갈리게 하는 족속들이 꼭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