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4/19 (수) 비오다 갬
모처럼 비가 왔다.
아침에 괜히 센티멘탈한 척 우산을 들고 추적추적 비를 맞으며
걸어나왔다.
근데 금방 그치더군.
개애새 하늘도~
그래도 한바탕 비가 내려주니 하늘도 훨 깨끗한 거 같고 좋더군.
피부장은 어디 안씻겨내려가나…
저 인간 동네에 홍수나 났으면 좋겠다…
어제 하루 안봐서 좀 찜찜했더니 아니나다를까 아침부터 융단폭격이
시작되었다.
하여튼 하루라도 내가 사무실을 비우면 제대로 돌아가는 법이 없어~
라는 얼토당토않은 말로 시작된 피부장의 융단폭격은
조과장과 오과장을 KO시켜서 사무실 밖으로 내쫓아버리고
황대리에게 집중폭격을 가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어졌다.
나야 어제 놀면서도 일은 그럭저럭 맞춰놓았으니 길게 트집잡을 것이
없었는데,
황대리가 어제 나하고 스타크래프트 하는 바람에 중요한 보고서를
아침까지 못만들어놓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걸려든 거지 뭐.
저녁까지 비가 와줬으면 진짜 진하게 한 잔 걸칠 수 있는 분위기였는데…
비가 그쳐서 왠지 맹숭맹숭하야 집으로 일찍 들어오고 말았다.
그래놓고 잠자리에 누워서 또 깡소주 까고있으니…
이게 알콜중독이라는 것인가~
[피부장의 일기]
4/19 (수) 비왔으나 그침…
어제 이사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안고 잠자리에 들었더니
사지가 떨리고 입술이 마르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다.
아침부터 전투력 만빵으로 충전시켜서 출근했다.
비오면서 미끄러운 도로를 차로 달렸더니 신경까지 곤두서고…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기는 사무실 바닥의 물기.
(당연하지 비가 왔으니)
이거 뭐야 사무실을 수산시장으로 만들 일 있어?
당장 대걸레 가져다가 못 딲아놔?
그것을 시작으로… 어제 보기로 한 보고서를 줄줄이 사탕으로 불러
제꼈다.
엇! 봉대리 놈이 보고서를 다 해놓다니!
이놈이 이제 내 패턴을 익히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뭐라 트집잡아서 한 따까리 춤춰주고
결정적으로 보고서를 마련하지못한 황대리… 거의 사망 일보직전까지
몰아붙였다.
이야~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구만.
이렇게라도 살지 않으면 회사 생활 못하지 싶어~
직장에서 스트레스 푸는 방법 중에 가장 나쁜 것이
부하직원에게 그 스트레스를 떠넘기는 것이다.
문제는 그게 제일 확실하게 푸는 방법이라는 것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