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들을 죽 보다보면, “히사이시 조”라는 작곡가가 음악을 싸그리 맡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사실 싸그리 다 맡지는 않았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암스, 데이비드 린과 모리스 자르처럼 그들도 콤비 감독-작곡가가 되고싶은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러한 감독과 작곡가의 콤비 작업이 영화와 음악이 어우러지게 하는데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음은 분명하다는 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 등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점을 보면 히사이시 조의 실력이 애니메이션을 벗어나 일본의 주류영화계에서도 인정을 받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천공의 성 라퓨타>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의 대단원 오케스트라를 활용하는 것에서도, <이웃의 토토로>처럼 가벼운 소품에서도, <하나비> 같은 비장하고 서글픈 선율에서도 그의 실력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처음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히사이시의 음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하나비>였다) 만화영화 주제가나 만드는 작곡가로 그를 낮게 평가했을지 모르겠으나, 그의 음악이 점점 폭을 넓혀가고 (만화영화 주제가나 만들던(?) 시절에도 폭이 좁은 음악은 아니었지만) 더많은 영화음악팬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할 것이다.
사족삼아 덧붙이자면, 그의 음악은 듣고나서 가만히 씹어보면 왠지 일본적이라는 느낌이 반드시 남곤한다. 편견일까?
히사이시 조
2002년 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