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골드스미스

2002년 2월 2일

영화음악을 이것저것 수집하다보면 존 윌리암스나 엔니오 모리꼬네 같은 이름 못지않게 많이 들을 수 있는 이름 중의 하나가 바로 “제리 골드스미스”였다. 이 음악은 작곡자가 누구야…? …또 제리 골드스미스? 이런 식이었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제리 골드스미스를 조금 폄하했던 적이 있었다. 뭐 대단한 이유는 아니고 그의 필모그래피가 나에게는 자못 한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최근작 중에 우리가 익히 들어 알만한 영화만 몇개 나열해보자. <할로우맨>, <헌팅>, <13번째 전사>, <미이라>, <스몰솔져>, <에어포스 원>, <고스트 앤 다크니스>…
이렇듯 내가 조금 한심하게 평가하는 “돈 때려박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또는 “이도저도 아닌 B급영화”들에 고루고루 제리 골드스미스란 이름이 분포되어있다는 사실이, 좋게 봐주면 장르를 가리지 않는 작곡자요 나쁘게 봐주면 돈독이 올라 이것저것 다 손대는 작곡자 정도로 보기 딱 알맞았던 것이다.
하지만 제리 골드스미스의 음악을 뭉뚱그려 가만히 들어보면, 그의 음악은 자신의 색깔보다는 영화의 색깔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나는 이 사실을 깨닫는데 무척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의 음악이 액션이나 전쟁, SF물 등 평범한 드라마보다는 격정적인 사건이 어우러지는 영화에 주로 쓰인 탓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의 음악은 영화마다마다 개성이 잘 살아있고 그렇게 우리 귀에도 영 익숙한 음악들이다. 참고로 제리 골드스미스는 평생 18번 아카데미 음악상에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한 것은 1977년 <오멘>으로 받은 것이 유일하다.